
[유성현 기자] 프로야구 8개 구단 사령탑 '단명의 역사'가 징크스처럼 계속되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발휘하며 선수단을 이끌어 가야 할 감독의 핵심 역할은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다. 서슬퍼런 경질의 칼날 속에서 오직 내일 성적을 향해 머리를 쥐어싸는 나날이 늘어가는 추세다.
지난 4년 간 넥센의 지휘봉을 잡았던 김시진 감독이 전격 해임되면서, 프로야구는 최근 2년 동안 8개 구단 감독이 모두 바뀌는 변화의 시대를 맞이했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에서 단 9자리 뿐인 감독직은 그만큼 명예로운 자리다. 하지만 감독들이 받는 심리적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많은 이들의 기대 속에서 사령탑에 앉는 순간부터 성적에 따라 '감독 수명'이 째깍째깍 돌아간다. 이제는 계약 기간 3년을 모두 채우면 장수 감독이 된다는 말도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실제로 현재 프로야구 9개 구단을 지휘하고 있는 사령탑 중, 재임 기간이 2년이 넘는 감독은 단 한 명도 없다. 지난 2010년 11월 취임한 롯데의 양승호 감독이 22개월로 가장 오래 팀을 지휘했다. 사령탑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삼성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류중일 감독이 20개월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단순 경력으로만 따지면 삼성을 거쳐 KIA 지휘봉을 잡은 선동열 감독은 7년째 감독 생활을 하고 있지만 팀을 옮긴 지는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때 아닌 감독 교체 열풍의 배경에는 '성적지상주의'가 있다. 700만 관중을 목표로 프로야구 흥행 열기가 한층 뜨거워진 만큼 팀 성적을 바라보는 팬들의 관심이 대폭 늘어났다. 자연스레 구단 측에서도 장기적인 안목 보다는 단기 성적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올시즌 막판 지휘봉을 내려놓은 한화 한대화 감독과 넥센 김시진 감독도 성적 부진의 책임을 벗을 수 없었다. 새로이 몰려드는 팬들 앞에서 자칫 '만년 하위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없었던 이유에서 내려진 결정이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8개 구단을 이끌었던 전직 감독들의 재임 기간은 오늘날의 시선으로는 충분히 '장수 감독'이라 불릴 만 했다. 두산의 김경문 감독은 92개월 동안 지휘봉을 잡았고, 삼성에서도 선동렬 감독이 74개월간 팀을 이끌었다. SK 왕조를 세운 김성근 감독의 재임기간도 58개월이었다. KIA의 조범현 감독도 4년 동안 사령탑 자리를 지켰다.
이보다 더 시간을 돌리면 18년간 해태를 맡았던 김응용 감독, 11년 동안 현대를 이끌었던 김재박 감독, 19년 동안 두산을 지휘한 김인식 감독 등 '원조 장수감독'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사례는 이제 흘러간 이야기가 됐다. 비전보다는 눈앞의 성적에 치중하는 시대가 왔다. "감독 목숨은 파리 목숨"이란 야구계 우스갯소리는 오늘날 현실과 다름이 없어졌다.
yshalex@tf.co.kr
◆ 프로야구 8개 구단 전현직 감독 재임기간 (감독대행기간 제외)
△ 롯데 로이스터 35개월 → 양승호 22개월
△ 삼성 선동열 74개월 → 류중일 20개월
△ 두산 김경문 92개월 → 김진욱 11개월
△ KIA 조범현 48개월 → 선동열 11개월
△ LG 박종훈 24개월 → 김기태 11개월
△ SK 김성근 58개월 → 이만수 10개월
△ 넥센 김시진 47개월 → ?
△ 한화 한대화 35개월 → ?
- 평균 51.6개월, 4년 3개월 → 14.1개월, 1년 2개월(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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