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히스토리-RM②] 런치란다(Runch Randa) 그리고 랩몬스터

방탄소년단(BTS)의 리더이자 메인 래퍼인 RM은 데뷔 전 언더그라운드 래퍼 시절부터 현재까지 3가지의 랩 네임을 사용했다. /더팩트DB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21세기 비틀스'로 불리는 방탄소년단(BTS). 대한민국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일곱 명의 소년들이 하나로 뭉쳐 글로벌 팝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SNS 리트윗을 기록한 연예인이자 트위터 최다 활동 음악 그룹으로 기네스 세계 기록에 오른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그들은 어떻게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했을까. <더팩트>는 BTS가 정식 데뷔한 2013년 6월 이전까지 멤버들의 흔적을 찾아 성장기를 조명한다. <편집자 주>

'힙합 꿈나무'에서 글로벌 힙합 아이돌 그룹 메인래퍼로

[더팩트|이한림 기자] '방탄소년단(BTS)의 아버지'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는 BTS를 만든 계기에 대해 한 마디로 '랩몬스터(Rap Monster)'라고 표현한 일화는 유명하다. 랩몬스터는 BTS의 리더 RM이 2017년까지 사용했던 랩 네임이다. BTS가 2013년 데뷔 당시 업계에서 유례가 없던 '힙합 아이돌'을 추구한 까닭도 RM의 존재에 있다. 방시혁 대표 역시 RM을 먼저 캐스팅한 후 전국 힙합 오디션을 열어 현 BTS 멤버 슈가와 제이홉 등을 차례로 선발했다. RM을 중심으로 팀을 기획하고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런치란다 시절 한 소공연장에서 랩 공연을 벌이고 있는 RM(왼쪽). /온라인 커뮤니티
RM은 중학생 때부터 또래 친구들과 힙합 크루를 결성해 랩 공연을 하며 래퍼의 꿈을 키워 갔다. 사진은 불이 꺼진 한 홍대 소공연장의 모습. /홍대=이한림 기자

RM은 랩몬스터 이전 처음 힙합을 시작했을 때 '런치란다(Runch Randa)'라는 랩 네임을 사용했다. 런치란다는 정글라디오나 힙합플레이야 등 온라인 힙합 커뮤니티에 작업물을 만들어 올리고 또래 친구들과 홍대 소극장 등지에서 랩 공연을 펼치는 아이였다. 당시 홍대 한 클럽에서 일했던 박 모 씨(남·37)는 "키도 크고 발성도 좋아 무대에서 유난히 돋보였던 래퍼로 기억한다"며 "런치란다는 힙합 팬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유명한 편은 아니었지만 아마추어 사이에서 아주 잘한다고 알려졌던 친구"라고 귀띔했다.

런치란다는 중저음의 목소리 톤, 철학적인 가사들, 현란한 랩 스킬 등이 힙합 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작업물을 만든 런치란다라는 래퍼가 중학생이라는 점도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은 요소였다.

랩퍼의 꿈을 함께 키워 나갔던 RM과 아이언, 슈프림보이, 일레븐 등 대남협 크루 멤버들의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런치란다 시절 함께 래퍼의 꿈을 꾸던 동료도 있었다. '대남협(대남조선힙합협동조합)'이라는 힙합 크루를 결성해 함께 랩 가사를 쓰고 공연했다. Mnet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3 준우승자인 아이언과 빅히트에서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슈프림보이, 아이돌 그룹 탑독으로 데뷔했던 키도, 야노 등이 대남협 출신이다. 대남협 크루 리더 마블제이와 여전히 래퍼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일레븐도 RM과 함께 꿈을 키워가던 동료였다.

'힙합 꿈나무'에서 엔터테인먼트 회사 연습생까지 탄탄대로를 걸어간 RM에게도 시련이 있었다. RM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UN(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열린 유니세프 행사에서 "초기 앨범 중에 아홉, 열 살 쯤에 심장이 멈췄다는 가사가 있다"고 말했다. 이후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했고 누군가가 맞춰 놓은 틀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데 급급하게 됐다고 말한다. 열정과 꿈 많던 학생이 병마와 싸우며 현실을 깨닿고 좌절한 순간이다.

2015년 발표된 RM의 첫 솔로 믹스테입 RM의 앨범 표지 사진. 17개의 자작곡들은 RM의 런치란다 시절부터 랩몬스터 현재의 RM까지 시절의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런 RM에게 랩은 유일한 탈출구였다. 2015년 3월 BTS 블로그에 처음으로 공개된 RM의 믹스테입에서 아이돌그룹 BTS의 리더 RM이 아닌 '래퍼 RM'의 목소리를 외치고 있다. 특히 RM은 첫번째 트랙 '목소리'에서 '난 꿈이 없었지'라며 랩을 시작하지만 '내 꿈은 나의 목소릴 모두에게 주는 것'이라고 마무리하며 자신을 세상에 외친다. 역설적인 구조가 주는 드라마틱한 전개는 RM의 진실된 목소리를 도드라지게 만든다.

이처럼 RM의 목소리는 자신이 직접 작사한 많은 BTS 노래에 담겨 있다.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던지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힘들어하는 청춘을 일으켜 세우고 꿈을 잊지 말라고 위로한다. 런치란다부터 랩몬스터, 그리고 현재의 월드스타 반열에 오른 RM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랩 가사를 쓰고 마이크에 진실된 목소리를 담아 세상에 소리치고 있다.

난 한평생 한이 담긴 한숨 쉬며 살기보다 / 한을 떼어내고 그냥 숨을 쉬며 사는 길을 택했어 / 내 꿈은 나의 목소릴 모두에게 주는 것 / 다시 한 번 나의 목소리에 불륨을 키워 - '목소리' 중에서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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