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한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 배제 조치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니클로가 대표적인 일본 기업으로 거론되며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번 불매운동의 여파로 유니클로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실제 매장의 매출은 어떻게 변화되고 있을까? <더팩트>는 불매운동의 표적이 된 유니클로의 강남권 매장을 찾아 개점부터 폐점까지 하루 동안 매장의 영업 실태를 관찰했다.<편집자 주>
5일 강남 매장 총 1160여명 입장, 204명 제품 구매 '추정'
[더팩트ㅣ서초구=이새롬 ·김세정 · 이동률 기자] 다시 한번 매장의 간판을 쳐다 볼 정도로 다른 분위기를 보였다. 종로의 한 매장은 폐점 위기에 몰렸다는 뉴스를 접한 뒤였는데, 이곳은 '무풍지대'였다. 다른 매장과 달리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유니클로 매장.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의식해 발길을 돌리는 사람, 주위 눈치를 살피지 않고 물건을 고르는 사람, 물건을 사고도 부끄러워하는 사람 등등 저마다 다른 사연을 지닌 사람들로 북적였다.
취재진이 찾은 매장은 고속터미널과 백화점이 연결된 복합쇼핑몰에 위치한 곳으로 개장(오전 10시 30분)부터 꾸준히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매장은 가격 인하 행사를 진행 중이었는데, 히트상품인 ‘에어리즘’을 비롯한 반팔 티셔츠와 바지 등 일부 제품을 5900원 또는 9900원으로 할인해 판매했다. 붉은 바탕에 흰 글씨로 ‘기간 한정가격’이나 ‘가격 인하’라고 적힌 팻말이 곳곳에 배치돼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이 매장에는 불매운동 여파가 얼마나 미쳤을까. 영업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매장에 들어가려는 딸에게 "여기서 사면 매국노야!"라며 강하게 거부하는 어머니가 눈에 띄었다. "여기 들어가면 욕먹어"라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도 보였다. 유니클로에 대한 불매 움직임을 아는 일부 청소년들은 매장 앞을 지나며 서로를 밀쳐 매장 안으로 밀어 넣으려는 듯 장난을 치기도 했다. 젊은 커플은 "어, 매장에 사람이 있네?"라고 의아해 하며 지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곳을 찾은 사람들 중 이처럼 불매 운동 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일부에 불과해 보였다. 개장부터 4시간(오전 10시 30분~오후 2시 30분) 동안 약 500명의 사람들이 매장을 드나들었다. 특히 백화점을 찾았다가 가격 인하 팻말에 이끌려 매장에 들어서는 중년 여성들이 유독 많았다. 고속터미널이 인접한 곳이라 여행객이나 외국인들도 볼 수 있었다. 유니클로 비닐팩이나 종이가방을 들고 나오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구매자를 계산해 보니, 68명이었다. 매장을 방문한 인원수에 비해 구매자는 적은 편이었다.
이후 5시간(오후 2시 30분~오후 7시 30분) 동안에도 580여명의 사람들이 매장을 찾았다. 구매자는 108명으로 오전 시간대보다 확연히 늘어났다. 오후 7시 30분을 넘어서며 매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지만, 불매운동 여파라기보다 저녁 시간대라 한산해지는 느낌이었다. 이날 영업(오후 10시)이 끝날 때까지 80명 정도의 사람들이 더 매장을 찾았고 28명이 제품을 구매했다. 이날 총 1160여명의 사람들이 매장을 찾았고, 204명이 제품을 구매했다. 구매율은 약 17%로 추산됐다.
이날 언더웨어와 티 등 몇 가지 제품을 구매했다는 한 남성은 "불매운동에 대해 들어보긴 했지만, 전에 썼던 제품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싸서 구매하게 됐다"며 "불매운동은 찬성하는데, (제가 유니클로를 사긴 해서) 마음이 조금 그렇다"며 "시국이 그런데 최대한 안 사려고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구매자 여성에게 취재진이 다가가 유니클로 제품을 구매하셨냐고 물으니, "내가 사고 싶어 사는데, 왜 범죄자 취급을 하느냐"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매장 관계자의 반응 역시 싸늘했다. 매장 직원은 취재진에 "(현재 상황과 관련해) 지금 저희 입장에서 밝혀드릴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유니클로 매장의 직원 역시 "사내규정상 지금 사태에 대한 얘기는 지인이나 가족에게도 얘기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다음날 역시 매장에는 꾸준히 드나드는 사람들과 구매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매장을 찾고 있었다. 매출 하락으로 일부 매장이 문을 닫거나 운영난을 겪고 있다는 유니클로의 언론 보도와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유니클로 감시하기' 글을 올리는 네티즌이 늘고 있다. 매장에 대해 언급한 게시물도 있었다. 게시글을 올린 네티즌은 '매장이 콩나물 시루 같았다'며 '한번만 더 생각하지. 나 하나쯤이 아니라, 나 하나라도 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온라인상에서는 불매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오프라인에서는 매장에 따라 확연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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