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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명문' 상명대 이상윤 감독 "돋보이는 선수 말고 필요한 선수가 돼라"

  • 스포츠 | 2017-10-30 18:10
상명대 이상윤 감독과 KGC에 지명받은 포워드 정강호.
상명대 이상윤 감독과 KGC에 지명받은 포워드 정강호.

[더팩트 | 최정식기자] 2017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가 열린 30일 잠실학생체육관. 전체 1,2순위 지명권을 확보한 KT 조동현 감독이 연세대 허훈과 중앙대 양홍석의 이름을 차례로 불렀다. 프로구단들의 1라운드 지명 결과는 연세대와 중앙대가 각각 3명, 단국대가 2명, 고려대와 한양대가 각각 1명씩이었다. 전통적으로 좋은 가드를 배출해 온 한양대의 유현준이 전체 3순위로 뽑힌 것을 제외하면 모두 2017 대학농구리그 4강팀의 선수들이었다.

2라운드에서 첫 번째 지명에서 KGC는 상명대 포워드 정강호를 지명했다. 부산중앙고 출신으로 지난 시즌 평균 19.4점, 11.5리바운드. 2.1블록으로 활약하며 상명대를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던 터라 의외는 아니었지만 2라운드 첫 번째로 그의 이름이 나오자 재학생들의 환호가 터졌다. 4라운드에서 각 구단이 잇따라 지명을 포기하면서 드래프트가 그대로 끝나는 듯했다. 그런데 사회자가 추가지명을 할 구단이 있는지 확인하자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일어섰다. 이날 '5라운드'에서 유일하게, 전체 27번째 프로 유니폼을 입게된 선수는 상명대 가드 남영길이었다. 이로써 상명대는 이번 드래프트에 참가 신청을 한 2명이 모두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으며 취업에 성공했다.

2009년 창단해 2010년 1부로 승격한 상명대는 전통이나 성적에서 돋보이지 않는 팀이다. 그런데 2012년 이후 올해까지 11명이 드래프트에 지원해 그 가운데 10명이 지명을 받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대부분의 고교 유망주들이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 등 '농구 명문'으로의 진학을 선호하는 현실에서 프로에서 뛸 만한 선수를 길러내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상명대가 신인 드래프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지난 2012년 이상윤 감독이 부임하면서부터다. 코리아텐더와 SK, 금호생명 등 남녀 프로농구팀 사령탑을 지낸 이 감독의 지도 아래 화려하지는 않지만 실속 있는 선수들이 배출됐고, 그들이 인정받으면서 ‘상명대 출신’에 대한 기대감도 달라졌다. 상명대 선수들에 대한 공통적인 평가는 "성실하고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가장 많은 5명을 뽑은 유재학 감독은 "2군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선수가 필요하다"면서 남영길에 대해 "열심히 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상명대 선수들은 화려하거나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대체로 체력이 좋고 수비를 잘하며 기본기가 잘 갖춰져 있다. 농구, 특히 프로농구에서는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묵묵히 궂은 일을 해줄 선수, 잠깐씩 기용돼도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줄 선수가 필요하다. 상명대 출신들이 그런 기능을 충족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이상윤 감독은 "선수들이 돋보이지는 않아도 프로에서 필요한 능력을 갖추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비록 농구 명문은 아니지만 선수들만큼은 어디서든 필요한 선수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지명받은 소감에서도 이런 자세가 드러난다. 정강호는 "1분, 1초를 뛰더라도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했고, 남영길은 "코트에 서는 매 순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겠다"고 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가장 많은 5명이 뽑힌 중앙대를 비롯해 연세대와 고려대 단국대 등이 지원 선수 전원인 3명을 취업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프로 구단들의 출신 대학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졌고 무엇보다 선수들의 의식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명문'을 절대적으로 선호하던 고교 선수들이 최근에는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학교'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비주류' 대학들의 스카우트도 예전에 비해서는 여건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유망주들의 재능이 다양하게 활용될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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