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귀포=최정식 선임기자]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정규대회 더 CJ컵@나인브릿지의 출전 선수 가운데 최고의 스타는 2016-2017 PGA 투어 페덱스컵 우승자인 저스틴 토머스다. 그는 조던 스피스, 잰더 셔펠레(이상 미국)와 함께 PGA 투어를 주름잡으며 '황금세대'로 불린다. 이들 모두 1993년생이기 때문이다. CJ컵에는 이들 가운데 토머스와 플레이오프 최종전 우승자 셔펠레가 참가하고 있다.
토머스는 개막을 하루 앞둔 18일 공식 인터뷰에서 "1993년생 가운데 좋은 선수들이 많다. 이유를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주니어 때부터 항상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서로에게 자극을 준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도 세 명 정도 출전했다"고 했지만 실제로 이번 대회에 나선 1993년생 미국 선수는 그보다 많은 다섯 명이다.
CJ컵에 출전하는 16명의 한국 선수 가운데는 '황금세대'보다 한 살 많은 1992년생이 셋 있다. 국가대표 출신 김민휘와 KPGA선수권대회 챔피언황중곤,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포인트 3위로 이번 대회 출전권을 따낸 이형준이다. 이들을 토머스 등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동갑내기 세 명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PGA 출전권을 얻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보통 골프선수로 성공을 꿈꾸며 처음 골프채를 잡는 시기는 초등학교 4,5학년 때다. 김민휘 등이 열살이었을 때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02년 5월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컴팩 클래식에서 최경주가 정상에 올랐다. 한국인 최초의 PGA 투어 우승이었다. 최경주의 성공은 많은 골프 꿈나무들이 등장하는 강력한 동기가 됐다. 이후 양용은과 배상문이 그 뒤를 이으며 꿈나무들은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동기 부여만큼 중요한 것이 환경이다. KPGA 투어는 2005년 SBS 코리안투어가 출범하면서 부흥기를 맞았다. 연간 16~20개 대회가 치러진 이 시기에 김경태 등 뛰어난 선수들이 배출됐다. 프로뿐 아니라 아마추어들도 진로에 대한 고민 없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황중곤이 2009년, 김민휘와 이형준이 2010년 프로 데뷔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2012년부터 대회가 연간 13~14개로 축소됐고 신인과 하위 시드 선수의 출전 기회가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많은 선수들이 일본에 진출했다. 황중곤은 2011년 미즈노오픈, 2012년 가시오월드오픈에서 우승했다
18일 인터뷰에서 애덤 스콧(호주)은 최근 호주골프가 미국과 격차가 벌어지는데 대해 '주기'라고 설명했다. 스콧은 "선수 배출에는 주기가 있다. 미국이 좋은 선수들을 배출하고 있는데 이들은 나이에 비해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로를 자극한다. 토머스와 스피도 11살 때부터 자극을 주면서 발전해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스템을 발전시키면 한국과 호주에서도 좋은 선수를 키울 수 있다. 다음 주기에는 호주 또는 한국에서 좋은 선수들이 나올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1992년생들이 이번 CJ컵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 10년간 국내에서 열릴 PGA 투어 대회가 새로운 세대의 등장에 강력한 동기가 되고 스콧이 말한 '다음 주기'의 도래를 앞당길 것이라는 사실이다.
malishi@tf.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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