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의 기대주 차준환(16, 휘문고)이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월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종합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던 차준환은 지난달 말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1차 선발전에서 이준형(단국대)과 김진서(한국체대)에 뒤지며 3위에 그쳤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쿼드러플 살코를 뛰다가 넘어졌고, 프리스케이팅에서는 4회전 점프는 물론 다른 점프에서도 실수가 잇따랐다. 그리고 예상밖 부진의 이유가 부상에 따른 온전치 못한 몸 상태였음이 알려졌다.
차준환의 부상은 오른쪽 발목 염증과 왼쪽 허벅지 타박상이다. 스케이트화 때문에 생긴 발목 부상보다 허벅지 쪽이 더 문제다. 상태가 더 심각해서가 아니라 원인이 쿼드러플 점프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 발목도 쿼드러플 점프와 무관하지 않다. 4회전의 고난도 점프를 훈련하다 넘어지면서 통증이 누적됐는데 그런 상태에서도 계속 대회에 출전했고, 4회전 점프를 연마했다.
차준환이 지난해 일본 주니어그랑프리에서 역대 주니어 최고 점수를 경신하며 우승하는 등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그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하게 높아졌다. 당장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예상할 정도였다. 그가 쿼드러플 살코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인 까닭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강호들과의 수준차,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생각할 때 무리한 기대가 아닐 수 없다.
현재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의 4회전 점프 경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2015년 세계선수권에서는 소치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하뉴 유즈루(일본)와 하비에르 페르난데스(스페인)가 한 경기에서 2종의 4회전 점프를 총 3~4 번 뛰는 것이 최고였다. 그런데 지난 시즌 3종의 4회전 점프를 6차례나 뛰는 진보양(중국)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하뉴와 페르난데스도 기술점수 때문에 4회전 점프를 5차례로 늘려야 했다. 네이선 천이 1월 미국선수권과 2월 강릉 4대륙선수권에서 연속해서 7차례 쿼드러플 점프에 성공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평창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려면 여러 차례의 4회전 점프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차준환도 4회전 점프의 수를 3개까지 늘릴 계획을 세워야 했다. 이번 선발전에서도 쇼트프로그램 1회와 프리스케이팅 2회 등 세 차례나 4회전 점프를 프로그램에 포함했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고난도 점프의 완성도를 높이려 시도하고, 좋지 않은 몸 상태에도 4회전 점프 훈련을 강행한 것이 부상을 가져온 것이다.
지금 관심은 한국이 평창올림픽 남자 싱글 쿼터(출전권)를 따낼 수 있을지, 따낸다면 선발전에서 이준형과 김진서에게 크게 뒤진 차준환이 역전에 성공해 올림픽에 나갈 수 있을지에 쏠려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차준환의 올림픽 출전이 아니라 정상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이다.
4회전 점프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현 채점제는 평창올림픽 때까지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을 예정이다. 하지만 지나친 점프 경쟁으로 기술과 예술의 균형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고, 부상 위험이 높은 고난도 점프 경쟁에 아직 신체적으로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주니어 선수들까지 뛰어드는 등의 문제로 평창 이후에는 채점 제도와 경향에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차준환에게 큰 기대를 걸어야 할 무대도 평창 이후의 대회들이다. 미국의 천이나 일본의 우노 쇼마 같은 10대 스케이터들이 4회전 점프로 주목받고 있다고 해서 지금의 차준환에게 같은 것을 바란다면 그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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