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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식의 농구생각] 플레이오프, 모비스의 흥미로운 도전

  • 스포츠 | 2017-04-11 05:00
모비스 이종현이 10일 열린 4강 PO 1차전에서 KGC인삼공사 데이비드 사이먼의 수비를 뚫고 슛을 시도하고 있다. /KBL제공
모비스 이종현이 10일 열린 4강 PO 1차전에서 KGC인삼공사 데이비드 사이먼의 수비를 뚫고 슛을 시도하고 있다. /KBL제공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전~혀요."

KGC인삼공사와 모비스의 2016~2017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이 10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경기가 끝난 뒤 모비스 유재학 감독에게 물었다. 정규시즌 도중 찰스 로드를 퇴출시킨 이후 그가 생각난 적이 없었느냐고. 예상했던 답변이 돌아왔다. "그동안 힘들게 쌓아놓은 것을 걔 하나 때문에 무너뜨릴 순 없었다"는 것이다. 골밑에서 위력을 발휘할 외국인선수가 아무리 중요해도 팀이 망가지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달 인삼공사와 모비스의 정규시즌 6라운드 대결에서 인삼공사 데이비드 사이먼과 키퍼 사익스가 '로드 세리머니'를 따라해 눈길을 끌었다. 모비스의 로드 퇴출에 대한 항의 또는 야유로 받아들일 수 있는 행동이어서 다소 논란이 됐다. 모비스와 유재학 감독으로서는 팀워크를 해치는 선수에 대한 당연한 조치였지만 같은 외국인선수로서 못마땅하게 여겼던 모양이다. 그 일이 있고나서 이날 처음으로 두 팀이 다시 맞붙었다.

1차전에서 인삼공사가 초반부터 계속 앞서나간 끝에 90-82로 이겼다. 사이먼은 자신의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인 33점을 올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모비스의 허버트 힐은 10분35초를 뛰며 5점을 넣는데 그쳤다. 사이먼이 좋은 선수이긴 하지만 그 정도로 독무대를 이룰 수 있었던 데는 모비스의 장신 외국인선수 약점에 힘입은 바가 크다. 모비스에는 대형 신인 이종현이 있지만 인삼공사에는 정규시즌 MVP 오세근이 있다.

모비스는 로드를 '언더사이즈 빅맨' 에릭 와이즈로 교체했다. 단신 외국인선수인 와이즈가 꽤 잘해줬지만 단기전인 플레이오프에서의 매치업에 대한 고민 때문에 다시 장신선수 힐을 영입했다. 하지만 힐은 몸상태도 좋지 않은데다 팀 플레이에 대한 적응도 덜 돼 6강전에서도, 그리고 이날도 활용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의 경기에서도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별로 없다. 유재학 감독은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이종현이 수비에서 사이먼을 막아보는 것은 개인에게도 팀으로서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비스가 뛰어난 기량의 외국인선수를 퇴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도 로드 벤슨을 내보낸 적이 있었다. 그러나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믿음직한 센터로 자리잡으면서 벤슨 없이도 여전히 강팀의 면모를 보였다. 라틀리프와 문태영이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전력 약화가 우려됐으나 그래도 강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벤슨과 웬델 맥키네스가 골밑에서 맹위를 떨치는 동부에 3연승을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 이날도 한때 18점차까지 뒤져 일찌감치 패색이 짙어 보였으나 4쿼터에 4점차까지 따라붙는 저력을 보였다.

인삼공사는 골밑과 외곽, 높이와 스피드가 모두 조화를 이루며 거의 빈틈을 찾기 어려운 전력을 갖고 있다. 게다가 모비스는 외국인선수쪽에 약점이 있다. 아무리 수비가 강한 모비스라지만 인삼공사를 넘어 챔피언결정전까지 가기가 힘들어 보인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승부다. 모비스의 선택이 미래는 물론 지금 당장에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면, 그래서 위력적인 외국인선수보다 팀워크와 조직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면 그 상대가 강할 수록 더욱 의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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