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3일 군산에서 열린 2016~2017 프로농구 KCC-SK의 경기. SK 가드 김선형의 화려한 플레이가 빛났다.
1쿼터에 절묘한 타이밍의 로브 패스로 제임스 싱글턴의 앨리웁 덩크를 이끌어냈다. 3쿼터에는 스피드와 유연한 스텝으로 상대 골밑을 돌파한 뒤 리오 라이온스의 블록 시도를 무력화하는 플로터를 띄워 득점에 성공했다. 4쿼터에는 스쿱샷으로 관중의 탄성을 자아냈다. 레이업보다 빠른 속도로 던져야 하는 스쿱샷은 보통 백보드를 맞추지 않지만 김선형이 던진 공은 백보드 윗 부분을 맞고 정확히 림 위로 내려앉았다. 205cm의 라이온스가 정확한 타이밍에 뛰어올랐지만 손써 볼 틈이 없었다.
이런 장면들은 김선형에게 특별한 모습이 아니다. 그는 뛰어난 스피드와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화려한 돌파 장면을 자주 연출한다. 그래서 국내선수 가운데 올스타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다. 최근 세 시즌 연속해서 올스타전 MVP로 뽑힌 것이 그의 스타일이 올스타전에 최적화돼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SK는 이날 김선형의 활약(17점 5어시스트)에도 79-84로 졌다.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지만 '일상'이 된 그의 하이라이트 필름이 유독 눈에 들어온 것은 전날 올스타전 베스트 5 투표 결과가 발표된 까닭이다. 그는 동부 허웅과 삼성 김태술에 이어 3번째로 많은 득표를 하며 시니어 올스타 팀의 가드로 뽑혔다.
오는 22일 부산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서 또 김선형에게 눈길이 쏠릴 것이다. 3연속은 물론이고 3차례 올스타전 MVP도 그가 유일하다. 과연 4년 연속 MVP가 가능할까?
올스타전은 이벤트다. 승부의 긴박감이 약한 대신 볼거리가 많다. 그리고 프로농구는 올스타전의 특성이 가장 잘 살아나는 종목이다. 노룩 패스와 더블 클러치, 슬램 덩크 등 화려한 기술이 다양하게 펼쳐질 수 있어 정규경기와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MVP도 기록만으로 선정되지 않는다. 지난해 올스타전에서 김선형은 14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삼성 리카르도 라틀리프(36점 13리바운드)와 KCC 안드레 에밋(23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에게 못미쳤지만 압도적인 표를 얻으며 MVP가 됐다. 올스타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올스타전에는 김선형의 수상을 위협하는 테크니션들이 있었다. 에밋과 조 잭슨(오리온)이었다. 유연한 페이크와 경쾌한 스텝으로 수비를 가볍게 따돌리고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플로터로 장신의 벽을 무력화하는 현란한 에밋의 플레이는 정규경기조차 올스타전을 떠올리게 만든다. 미국 D리그 올스타전에서 MVP에 올랐을 정도의 기술과 득점력을 갖고 있다. 잭슨도 만만치 않은 경쟁자였다. 180㎝의 작은 키에도 엄청난 점프력과 체공력을 바탕으로 한 폭발적인 덩크는 그 자체가 명장면이었다.
그런데 올해 올스타전에는 에밋도 잭슨도 없다. 에밋은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했고, 잭슨은 아예 KBL에 오지 않았다. 지난해 올스타전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던 전태풍(KCC)도 부상 중이다. 새로 KBL에 온 제임스 켈리(전자랜드)의 호쾌한 덩크를 올스타전에서 보기를 기대했으나 그 역시 부상으로 뛸 수 없다. 김선형이 또 다시 MVP가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눈여겨 볼 경쟁자는 외국인선수로는 유일하게 올스타 베스트 5로 뽑힌 마이클 크레익이다. 그는 최근 트리플더블을 기록했을 정도의 올어라운드 플레이어인데다 쇼맨십도 강해 눈에 잘 띈다. 소속팀에서는 라틀리프보다 출장시간이 적지만 이번 올스타전에서는 선발로 나서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주어진다. 게다가 득표에서 유리한 슬램 덩크 능력도 갖고 있다.
정규경기 중 중요한 순간에 덩크를 시도하다 실패해 이상민 감독의 애를 태우기도 했던 크레익은 올스타전에서도 덩크슛 콘테스트를 벼르고 있다. 역대 올스타전에서 MVP와 덩크슛 수상을 휩쓴 경우가 여섯 차례 있었다. 2013년 후안 파틸로(KGC)가 최근의 예다.
에밋도 잭슨도 없는 올스타전. 그러나 시니어 올스타의 김선형과 주니어 올스타의 크레익이 펼칠 기량 대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여전히 흥미롭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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