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앤스타

12연승 우리은행의 수비를 못 깨는 이유는?

  • 스포츠 | 2016-12-09 01:51
우리은행 홍보람이 8일 벌어진 하나은행전에서 박언주를 수비하고 있다. WKBL 제공
우리은행 홍보람이 8일 벌어진 하나은행전에서 박언주를 수비하고 있다. WKBL 제공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벌써 5번째 시즌인데도 달라진 게 없다. 여자프로농구에는 똑같은 얘기 뿐이다. '우리은행의 수비'다.

5시즌 연속 통합 우승을 노리는 우리은행이 8일 벌어진 홈경기에서 KEB하나은행을 84-65로 꺾고 12연승을 달렸다. 하나은행은 이 경기 전까지 최근 5승1패의 상승세였지만 우리은행을 넘지 못했다. 최근 2패의 상대가 모두 우리은행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올시즌도 우리은행 강세의 기반은 수비다. 평균 56.6실점. 12경기를 치르면서 4번이나 상대를 40점대로 묶었다. 리그 최저 득점 팀인 신한은행의 평균 득점(58.3)을 밑돈다. 외국인선수가 바뀌건 국내 주전선수가 부상으로 빠지든 변함없는 경기력을 보여주는 이유다.

우리은행에 이어 득점 2위인 하나은행은 이날 우리은행의 평균 실점을 10점 가까이 넘어서는 득점을 했다. 그러나 수비를 깼다고 할 수 없다. 수비의 목적이 '몇 점 밑으로 묶는 것'이 아니라 경기의 흐름을 유지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모든 감독들이 항상 수비를 강조한다. 그런데 왜 우리은행의 수비만 특별할까. 위성우 감독이 현역 시절 '전문 수비수'였기 때문에? 수비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가 한다. 전술의 운용과 수비 기술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오프시즌 엄청난 체력 훈련 때문에? 집중력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한 이유일 수 있지만 수비는 힘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농구가 시작된 이래 많은 공격 전술이 발전해왔다. 다양한 공격 전술은 팀을 구성하고 있는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발됐다. 공격에 대응하는 수비 전술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전술도 강점과 약점이 있고 따라서 해법이 존재한다. 우리은행이 자주 쓰는 프레스나 트랩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은행의 수비가 강한 것은 모든 수비 전술이 지향하는 목표에 다른 팀들보다 더 가까이 가 있기 때문이다. 6팀 뿐인 리그에서 상대 선수와 팀의 공격 특성을 완벽하게 파악해 적절히 대응하며, 현재 펼치고 있는 수비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팀 전체의 움직임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더블팀이나 스위치로 인해 발생하는 허점이 최소화된다.

기본에 힘을 더하는 것은 '변주'다. 우리은행 수비는 경기중 자주 바뀔 때도 있고, 별로 바뀌지 않을 때도 있다. 경기의 흐름에 따라 상황을 장악하려는 뚜렷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볼을 가진 선수를 압박해 즉흥적인 공격을 유도하기도 하고, 패스를 차단해 특정 선수에게만 볼이 몰리도록 하기도 한다. 상대의 득점 루트를 단순화한다.

우리은행이 평균득점에서도 72.4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것 역시 수비의 힘이 크다. 강력한 수비는 속공 등 쉬운 득점 기회를 자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마이클 조던도 슛이 안 들어가는 날이 있다. 그러나 수비는 굴곡이 없다. 우리은행은 선수들의 야투가 좋지 않을 때도 수비로 버텨낼 수 있다.

수비는 손이 아니라 발과 머리,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밸런스 유지, 상대와 나의 차이에 대한 이해, 그리고 열정이 필요하다. 우리은행 선수들은 4시즌을 통해 이런 것들을 체득했고 새로 합류하는 선수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전파된다.

좋은 수비를 깨기 위해서는 포스트 플레이어든 슈터든 파괴력을 가진 공격수가 필요하다. 현재 리그에 그런 선수는 많지 않다. 그래서 우리은행의 수비가 통하고 있는 것이다.
malish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