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0시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3차전 한국-포르투갈
한국 이기고, 우루과이가 가나에 이기면 16강 진출
압박과 역습이 중요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일본은 2개 대회 연속 16강에 진출했다. 한국도 16강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객관적 전력으로는 열세지만 일본이 독일 스페인을 연파한 것처럼 '압박'과 '역습'으로 포르투갈전에 나선다면 역경에 강한 한국축구대표팀 역시 기적의 결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파울루 벤투(53) 감독이 벤치를 비우는 한국축구대표팀은 3일 오전 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포르투갈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에 나서 마지막으로 16강 진출의 벽을 두드린다. 1승을 목표로 했던 가나전에서 2-3으로 패하는 바람에 1무 1패로 벼랑 끝에 몰린 한국은 이미 2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한 포르투갈을 반드시 잡고, 같은 시간에 벌어지는 가나-우루과이전에서 우루과이가 이겨야 16강에 오르는 험난한 상황이다.
하지만 '죽음의 조' E조에서 1위로 16강에 오른 일본처럼 철저하게 상대를 파악하고 우리의 강점을 지능적을 발휘한다면 충분히 바늘구멍 같은 16강 진출의 길을 뚫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행히 우루과이는 당초 포르투갈 이상의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세계적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가나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16강 진출의 희망을 갖기 때문에 필승을 노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한국이 어떻게 포르투갈을 제압하느냐다. 더구나 한국은 지난 4년 동안 선수들을 조련한 포루투갈 출신의 벤투 감독이 2차전 가나전 퇴장으로 정작 벤치에 앉을 수 없다는 점이 변수다. 포르투갈 선수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감독이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상황 변화에 따라 능동적으로 선수들을 지휘하고 전술을 처방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큰 약점이다.
일본이 '죽음의 조' E조에서 우승 후보로 꼽히던 '강호' 독일 스페인을 연파하고 조 1위로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모리야스 하지메(54) 감독의 용감하고도 지능적인 용병술이 큰 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메 감독은 1차전에서 독일을 상대로 주도권을 내주며 선제골을 내주고도 인내하며 후반 연속골로 2-1 역전극을 끌어낸 데 이어 스페인과 3차전에서도 똑같은 방식의 위험을 감수한 용병술로 '무적함대'를 침몰시켰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코스타리카와 2차전에서 1차전 선발 멤버 가운데 5명을 바꾸면서 0-1로 패한 뒤 엄청난 비난에 시달린 모리야스 감독이 흔들리지 않고 스페인과 3차전에서 무려 6명의 선발을 바꾸는 용병술로 2-1 역전승을 끌어냈다는 점이다. 강팀을 상대로 점유율을 내주면서도 라인을 지키면서 유기적인 밀착 수비와 철저한 압박, 그리고 역습에서의 결정력으로 승리를 끌어내는 지능적 전략의 큰 그림을 그린 것이다.
한국 역시 이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강팀을 상대로 점유율을 높이기보다 철저하게 '압박과 역습'으로 실리적 축구를 한다면 승리의 결과를 따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나와 2차전 전반 초반처럼 압도적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골을 넣는 데 실패, 역습을 허용하면서 수비진이 무너져 연속 실점하는 실수는 다시 되풀이되지 않아야할 부분이다.
특히 포르투갈은 이미 2승으로 16강을 확정했기 때문에 주전 선수들을 무리하게 뛰게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16강전 이후의 녹다운 토너먼트에 대비해 부상, 경고, 퇴장 등에도 신경을 쓸 것이 분명하다. 포르투갈 선수들을 찰거머리처럼 끈질기게 붙어 괴롭히고 압박하는 전술이 필요한 이유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3차전 주심은 아르헨티나 출신 파쿤도 테요 심판으로 결정됐다. 2013년부터 아르헨티나 1부리그에서 활동해 온 테요 심판은 지난 11월7일 자국 컵대회인 '트로페오 데 캄페오네스' 결승전에서 10명을 퇴장시켜 유명세를 탔다. 단호한 판정을 보이는 심판인 만큼 한국이 이를 최대한 활용한다면 포르투갈 선수들을 위축시킬 수 있다.
20년 전 2002 한일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포르투갈을 상대로 결승골을 터뜨린 박지성 SBS 해설위원도 이점을 강조했다. 박지성은 1일 SBS와 인터뷰에서 "포르투갈 선수를 거칠게 다루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압박을 할 필요가 있다. 또 역습 상황이 나올 때마다 얼마만큼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느냐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압박과 역습의 필승 해법의 키워드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손흥민(30·토트넘)과 조규성(24·전북현대), 이강인(21·마요르카)의 활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 축구의 '캡틴' 손흥민은 대회를 앞두고 안와골절상을 당한 뒤 마스크를 쓰고 경기 출전을 강행하고 있으나 정상 컨디션을 아니다. 하지만 손흥민의 존재감은 한국 선수들에게는 물론 상대 선수들에게도 크게 작용하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하는 전술이 필요하다.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는 이강인의 역할도 중요하다. 전반이든 후반이든 경기 전체 전략에 따라 투입되겠지만 공격에서의 창의적 플레이와 정확한 패스, 위협적 슛은 한국이 가진 큰 무기임은 분명하다. 승리가 반드시 필요한 한국이 골을 넣기 위해선 어떤 식이로든지 활용해야 한다.
가나전에서 '고공 폭격'으로 두 골을 넣은 조규성은 득점력뿐만 아니라 전방 압박에서도 1차 저지선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활동량이 많은 조규성은 이강인과 결합하면 20년 전 박지성이 골망을 흔들었던 것처럼 다시 한 번 포르투갈 골문을 가를 것으로 기대된다.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원팀'을 이루는 주전들의 활약과 얼음장처럼 차가운 이성이 요구된다. 한국은 유달리 역경에서 강했다. 그것도 최종전에서 발휘됐다. 98프랑스월드컵에서는 2연패로 감독이 경질되는 역경 속에서도 벨기에와 최종전에서 투혼을 발휘하며 1-1 무승부를 끌어내 한국 프로축구 부흥의 불씨를 살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한국은 월드컵 최종전에서 통산 9경기에서 2승 2무 5패를 기록하고 있다. 1990년 이탈리아, 1994년 미국 대회에선 우루과이(0-1패), 독일(2-3패)과 한 골 차 승부를 펼쳤으며 98년 프랑스 대회에선 2연패로 차범근 감독이 경질된 가운데 벨기에와 1-1로 비겼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선 포르투갈을 1-0으로 물리치고 조별리그 D조 1위를 차지했다.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도 나이지리아와 2-2로 비겨 16강에 올랐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선 독일을 2-0으로 제압했다.
한국은 부상 중인 황희찬(26·울버햄튼) 김민재(26·나폴리)의 출전이 불투명하다. 하지만 우루과이와 1차전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준 김문환(27·전북현대)과 나상호(26·FC서울)처럼 스타팅멤버 11이 한마음으로 자신의 위치에서 고른 활약을 펼쳐준다면 역경이 오히려 결집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기적의 땅' 도하에서 20년 전처럼 다시 한번 포르투갈을 잡고 16강에 오르는 한국의 최종전 기적을 기대한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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