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스니아에 완패…고민 깊어진 '신태용호'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신태용 감독의 스리백 실험이 실패로 끝났다. '캡틴' 기성용은 미드필더가 더 어울렸다. 수비의 중심을 맡아줄 중앙 수비수의 존재가 여전한 숙제로 남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보스니아)와 평가전에서 1-3으로 완패했다. 기성용을 중앙 수비수로 내세우는 스리백 전형으로 맞섰으나 수비 뒤 공간이 여러 차례 열리며 패배를 떠안았다.
신태용 감독의 스리백 전술은 고정 수비 숫자를 줄이는 대신 양 측면 윙백들의 적극적인 측면 돌파를 통해 많은 공격 기회를 잡는 게 핵심이다. 다만 상대 역습 시 수비 부담이 커진다. 좌우 윙백이 적진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는 상태로 역습을 허용하면 치명적인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수비 공간이 벌어져 있기 때문에 미드필더가 수비에 가담하는 속도가 빨라야 하는데 쉽지 않다.
또한 수비수들에게는 정교함이 요구된다. 스리백 수비수들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지 않기 때문에 측면으로 돌아 들어가는 상대 공격수를 겨냥한 롱 패스에 취약하다. 오프사이드 트랩을 적절히 사용해 상대의 공격 전개를 차단해야 하는 게 핵심이다.
경기 초반에는 신태용 감독의 전술이 적중한 듯했다. 오른쪽 윙백으로 출장한 이용은 활발한 공격 가담으로 경기 초반 측면을 지배했다. 왼쪽 윙백 김민우도 적진 깊숙이 침투해 손흥민, 황희찬 등 포워드와 2 대 1 패스를 주고받으며 보스니아의 문전 앞까지 돌파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우려했던 스리백의 단점들이 곧바로 드러났다. 전반 종료 1분전, 후반 33분 등 체력이 상당히 떨어진 시점에서 나온 역습을 막지 못했다. 보스니아의 미랄렘 피냐치(유벤투스) 등 중앙 미드필더들은 역습 시 한 번의 롱패스로 한국의 수비 뒤 공간을 노렸다. 결국 한국은 헐거워진 측면 공간을 빠른 발로 헤집고 다닌 에딘 비슈차(바샥셰히르FK)에게 해트트릭을 내줬다.
수비 불안이 패배로 이어졌다. 오반석-기성용-윤영선으로 이어진 스리백 라인은 발 빠른 상대 공격수들에게 수비 뒤 공간을 번번히 내줬고, 좌우 윙백으로 나선 김민우와 이용은 공격과 수비의 균형을 찾지 못했다.
이날 선발 명단이 공개된 후 관심을 모은 기성용(스완지시티)의 포지션 변화도 실패로 돌아갔다. 기성용은 중원에서 탈압박을 통한 공간 창출과 적절한 볼배급으로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중추적인 구실을 하는 선수다. 물론 중앙 수비수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날 보여준 경기력은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좌우 측면 공간에서 실점들을 허용했으나 스리백의 중심에서 리베로 역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책임도 있다.
전문 중앙 수비수가 제 몫을 해줘야 한다. 월드컵 예비 엔트리에 중앙 수비수로 분류되는 선수는 김영권(광저우에버그란데), 장현수(FC도쿄), 정승현(사간도스), 윤영선(성남FC), 권경원(텐진콴잔), 오반석(제주유나이티드) 등 6명이다. 경미한 부상으로 온두라스와 보스니아 전에 출전하지 못한 장현수를 제외하면 이날 경기에는 온두라스 전에 풀타임을 소화한 김영권만 출전하지 않았다. 장현수의 회복과 함께 그의 파트너가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스리백이든 포백이든 수비수 두 명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신태용 감독은 2일 오전 코칭스태프 회의를 통해 23인 최종엔트리를 발표한다. 26명의 예비 선수 중 3명이 고배를 마신다. 이후 사전 평가전은 두 차례 남아 있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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