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 한일전 4-1 승리
[더팩트 | 심재희 기자] 발에 땀이 채 나기도 전인 경기 초반 실점을 하면 황당함이 밀려올 수밖에 없다. 전열을 제대로 가다듬기도 전에 골을 먼저 내주면 한 발 뒤에서 쫓아가야 한다. 추격전을 제대로 벌이기 위해서 실점 장면을 빨리 잊고 자신감을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조급하게 공격하면 추가 실점 위기를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어려운 상황을 신태용호가 잘 극복했다. 자신감을 가지면서도 차분하고 냉정하게 한일전 역전승을 일궈냈다.
한국이 운명의 한일전에서 이기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구 동아시안컵) 2회 연속 우승의 훈장을 달았다. 한국은 16일 일본 도쿄의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일본과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구 동아시안컵) 3차전에서 4-1로 이겼다. 전반 1분 만에 페널티킥을 내주고 실점해 흔들렸으나, 전반전 중반부터 연속골을 몰아치며 승전고를 울렸다.
꼭 이겨야 우승이 가능한 상황. 두 골 이상을 터뜨려야 하는 부담감. 경기가 펼쳐진 곳은 적지인 일본. 여러 가지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신태용호는 자신감을 앞세워 난관을 잘 돌파했다. 실점 후 곧바로 전형을 올려 주도권을 잡았고, 일본의 양 측면을 잘 흔든 뒤 중앙에서 김신욱이 전반 13분 고공 헤더로 동점골을 작렬했다. 10분 뒤에는 정우영이 골문으로부터 약 26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무회전 프리킥 골을 작렬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그리고 전반 34분에는 이재성의 환상적인 돌파에 이은 스루패스를 김신욱이 왼발 슈팅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전반전 3-1 역전 성공. 이른 실점이 독이 아닌 확실한 약이 됐다.
후반전 들어서 안정을 택하며 리드를 지킨 한국은 또 한번 프리킥 찬스에서 득점을 뽑아내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교체 투입된 염기훈이 절묘한 왼발 프리킥으로 상대 자책골을 유도했다. '왼발의 달인'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멋진 작품이 터졌다. 후반전 중반까지 두 골 차를 유지하며 체력도 어느 정도 비축하면서 결정타를 일본에 날렸다. 박지성의 산책 세리머니가 빛났던 2010년 5월 24일 이후 6경기, 7년 6개월여 만에 한일전 승리를 신태용호가 챙겼다.
◆ 최근 한일전 결과
: 2017년 12월 16일 4-1 승리
: 2015년 8월 5일 1-1 무승부
: 2013년 7월 28일 1-2 패배
: 2011년 8월 10일 0-3 패배
: 2011년 1월 25일 2-2 무승부(승부차기 0-3 패배)
: 2010년 10월 12일 0-0 무승부
: 2010년 5월 24일 2-0 승리
한일전 승리, 2회 연속 우승, 24경기 만의 4득점 폭발 등 신태용호가 얻은 것이 꽤 많다. 하지만 숙제 또한 확실히 발견했다. 중국전과 북한전에서 드러난 후반전 중반 이후 체력 문제, 수비의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 경기 강약 조절 실패 등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일본이 홈 이점을 지니고 있었지만 10명 이상의 주축 선수들이 제외된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일전 승리와 우승의 의미가 작지 않지만, 너무 심하게 취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이제 2017년 A매치는 모두 끝났다. 돌아 보니 한국 축구 A대표팀에 2017년은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사령탑이 바뀌는 최악의 분위기 속에서 월드컵 9회 연속 본선행을 이뤄냈고,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구 동아시안컵) 2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유럽 원정에서 러시아와 모로코에 참패하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2017년 최종 성적은 4승 5무 4패 16득점 16실점. 3월 23일 중국전 충격패를 시작으로 2017년 내내 달려 한일전 대승으로 레이스를 끝냈다. 출발부터 삐걱거리며 중간까지 매우 좋지 않았지만, 마지막 5경기에서 3승 2무의 무패성적으로 나름대로 마무리를 잘 지었다.
◆ 한국 대표팀 2017년 A매치 결과
- vs 일본 4-1 승리(2017년 12월 16일)
- vs 북한 1-0 승리(2017년 12월 12일)
- vs 중국 2-2 무승부(2017년 12월 9일)
- vs 세르비아 1-1 무승부(2017년 11월 14일)
- vs 콜롬비아 2-1 승리(2017년 11월 10일)
- vs 모로코 1-3 패배(2017년 10월 10일)
- vs 러시아 2-4 패배(2017년 10월 7일)
- vs 우즈베키스탄 0-0 무승부(2017년 9월 6일)
- vs 이란 0-0 무승부(2017년 8월 31일)
- vs 카타르 2-3 패배(2017년 6월 14일)
- vs 이라크 0-0 무승부(2017년 6월 8일)
- vs 시리아 1-0 승리(2017년 3월 28일)
- vs 중국 0-1 패배(2017년 3월 23일)
- 13경기 4승 5무 4패 16득점 16실점
이제 한국 축구가 2018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18년 6월 러시아 월드컵에 주인공으로 참가한다. 최약체라는 평가와 함께 어두운 전망이 우세하지만, 항상 공은 둥글다.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성패 결과가 갈릴 수 있다. 2017년 경기들을 잘 돌아보고 2018년 성공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으며 '월드컵 멋진 승부'를 펼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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