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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프리즘] K리그 올스타전, '망신론' 유감

  • 스포츠 | 2017-07-31 04:00
K리그 베트남 올스타전 기자회견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 베트남 올스타전 기자회견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마치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본선 진출이 걸린 중요한 경기에서 지기라도 한 듯하다. '하노이 망신', '충격패' 등의 표현이 쏟아졌다. K리그 올스타가 29일 베트남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베트남 U22 대표팀에 0-1로 패한 뒤 나온 반응이다.

경기 내용이 기대에 못미쳤다는 점은 비판할 만하다. 문제는 패배 자체에 너무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친선경기라고 해서 승패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나치다. 그리고 방향이 잘못됐다. 선수들부터가 국내 올스타간의 대결은 어느 쪽이 이기든 웃고 즐기는 축제가 될 수 있지만 국가대항전의 성격을 띠게되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경기가 끝난 뒤 고개를 숙이고 그라운드를 나와야 했다.

단순히 졌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지 모른다. 이번 올스타전 방식에 문제가 있었으며 준비도 부족했다고. 그러나 올스타전이 열리기 전 문제 제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준비 부족? K리그 경기력의 우수성은 이벤트를 앞두고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상시적인 것이어야 한다. 결국 비난은 패배 때문이다. 아마도 승리를 거뒀다면 "K리그 수준을 보여 주며 새로운 시장 개척의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평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K리그 올스타전을 베트남에서 한다는 것 자체가 베트남 축구팬을 염두에 둔 것이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고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U22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K리그 올스타와 경기도 그런 국민적 관심사의 연장선상에 있다. 베트남 U22 대표팀은 올스타전 직후 한국에 훈런 캠프를 차리고 목포시청, 부산FC와 친선경기를 한다. 평가전이다. 그리고 베트남으로 돌아가지 않고 곧바로 동남아시안게임이 열리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이동한다.

이런 상황과 환경에서 교류 상대의 필요성에 맞춘 것이 마케팅 포인트다. K리그 올스타가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는 아니다. "국내에서 올스타전을 할 때는 팬들과 즐기면 됐는데 갑자기 A매치가 돼버려 부담된다"는 선수들의 말이나 "올스타전 방식의 변화는 연맹의 강박증"이라는 언론의 지적에서는 정체된 리그에 대한 위기감을 전혀 느낄 수 없다.

K리그 올스타가 베트남 경기를 위해 소집된 27일 2017시즌 K리그 구단별 관중수 집계 결과가 발표됐다. 클래식 12개 구단 가운데 평균관중이 1만명이 넘는 팀은 셋이고, 그나마 유료관중이 1만명을 넘는 구단은 서울과 포항 둘뿐이다. 챌린지에서 가장 관중이 많은 팀은 성남으로 3,466명이지만 유료관중은 1,759명에 그치고 있다. 챌린지에서 가장 관중이 적은 서울 이랜드의 경우는 유료관중이 1천명에도 못미치는 616명이다.

K리그보다 평균관중이 세 배 가까이 많은 J리그조차 국내 시장에 한계를 느껴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 개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가와사키와 삿포로, 세레소 오사카와 감바 오사카 등이 베트남의 V리그 팀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다양한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K리그 올스타가 베트남으로 출발한 28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전 구단이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 대비한 대표팀의 조기소집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휴식기의 이벤트 정도가 아니라 리그 일정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 이의 제기는 거의 없었다. 연맹도, 구단도, 그리고 미디어도. 리그 일정보다 대표팀의 훈련 편의를 중시하는 리그 경시의 사고방식이 만연한 환경에서 "리그의 내실을 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은 공허하다. K리그 올스타의 패배를 '(대표팀의)러시아행에 독될까 약될까'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에는 아연할 따름이다.

선수들은 패배를 치욕스러워하기보다 좀 더 수준 높은 축구를 보여주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고, 구단들은 선수의 부상을 염려할 시간에 베트남 시장 상황을 살펴야 하며, 연맹은 비난 여론에 숨죽이기보다 계획과 실행 과정의 미비한 점을 체크해야 하고, 미디어는 패배의 충격을 전하기에 앞서 K리그의 첫 시도가 과연 어느 정도 성과과 있었는지와 보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를 지적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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