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신태용(47) 감독이 4일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계약기간은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까지다. 이로써 한국축구는 2014 브라질월드컵 때의 홍명보 감독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젊은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기게 됐다.
신 감독이 경질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후임으로 결정된 이유는 "국가대표팀 코치를 지내 현재 선수들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뛰어난 소통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들은 현 대표팀의 문제가 전력 자체라기보다는 응집력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예선 도중 감독 교체라는 부담 때문에 신 감독이 적임자로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예선 통과라는 1차 목표 이후 본선 경쟁력은 여전히 장담할 수 없다.
신 감독 선임은 자연스럽게 4년 전 홍명보 감독을 떠올리게 한다. 국가대표팀을 이끌 인재로 큰 기대를 받은 두 젊은 지도자가 돌발적인 상황 때문에 좀 더 일찍 지휘봉을 잡게 됐다. 국가대표팀을 맡기 전 각각 올림픽과 20세 이하(U-20) 월드컵이라는 시험대를 거쳤다. 감독 교체의 필요성이 제기됐을 때 대한축구협회가 우선적으로 고려했던 인물들이기도 하다.
차이점도 있다. 브라질월드컵 때 조광래 감독을 경질한 시점은 최종예선이 아니라 3차예선 중이었다. 홍 감독은 최강희 감독이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뒤에 팀을 넘겨받았고, 신 감독은 자신이 직접 최종예선을 마무리해야 한다. 즉, 최 감독이 예선에서 했던 역할에 홍 감독이 본선에서 조별리그를 무승으로 탈락하며 실패한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하는 임무까지 맡은 것이다. 감독 선임 직후 밝힌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는 소감은 결코 의례적인 말이 아니다.
두 감독의 결정적인 차이는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대회의 성적이다. 홍 감독은 런던올림픽에서 사상 첫 메달 획득이라는 성과를 거둔 반면 신 감독은 홈에서 치른 U-20 월드컵에서 8강 진출 실패라는 다소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를 냈다.
홍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신 감독에게도 자신의 팀을 만들며 월드컵을 준비할 시간이 1년 주어졌다. 충분한 기간은 아니지만 어차피 A매치를 통해 훈련하는 대표팀인 만큼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
홍 감독에게 올림픽에서의 성공은 월드컵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는 다른 레벨의 팀을 맡았음에도 변화나 조정 없이 대회에 나섰다. 충분히 준비할 여유가 없어 익숙한 쪽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전술은 브라질에서 전혀 통하지 않았고, 올림픽을 함께 치렀던 선수들을 대거 기용한 것은 '의리 축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대표 발탁과 기용에서 현 소속 클럽에서 활약 여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슈틸리케 감독을 통해 또 한번 확인됐다.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을 앞두고 홍명보 감독처럼 '영웅'이 되지는 못했다. 최강희 감독이 홍 감독에게 무난히 바통을 넘겼던 것과 달리 신 감독은 전임 감독 때 생긴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짐을 떠맡았다. 하지만 그 편이 월드컵을 위해서는 오히려 나을 수 있다.
홍 감독은 올림픽에서 성공했기 때문에 그 방식을 월드컵에 그대로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러나 신 감독은 그럴 수 없다. 슈틸리케가 최종예선에서 실패한 이유, 자신이 U-20에서 부족했던 부분들을 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 지나칠 정도의 공격 중시와 때로는 지켜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큼 실험적인 성격이 강한 전술 운용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다. 신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과 강점을 지키면서도 안정과 조화를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어려움이 한국 축구와 신 감독 자신에게 모두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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