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상하이 상강의 2017 AFC챔피언스리그 F조 1차전은 여러 면에서 흥미로운 경기였다. 팀의 특성을 살리고 전체적인 조화를 꾀하기보다는 거액을 들여 뛰어난 스타들을 영입했을 때 그 거물급 선수들은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 그런 팀과 맞붙는 팀은 어떻게 대응하는가, 서로 다른 컬러를 가진 두 팀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의 대결에서 어떤 전략으로 경기를 운영하는가 등을 살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는 '거물' 헐크가 터뜨린 통렬한 슈팅 한 방으로 상하이의 1-0 승리로 끝났다. 이 한 방의 슈팅은 축구란 무엇인가를 말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날 경기의 유일한 득점은 서울 선수들의 방심 또는 집중력 저하의 결과였을까? 헐크를 '막는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보다는 '막을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가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자기 진영에서 상대가 공을 갖고 있을 때 수비 라인은 내려간다. 반대로 자기 진영에서 상대의 공을 빼앗거나 클리어링을 했을 경우 최후방 수비라인은 올라간다. 배후 공간을 허용할 위험성에 따라 진형을 움직여 공을 다투는 지역을 최대한 자기 골문에서 멀리 떨어뜨리는 것이다.
문제는 자기 진영에서 공격을 전개하다가 순간적으로 공의 소유권을 놓쳤을 경우다. 상대가 공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충분한 압박을 가할 틈이 없다. 상대가 공을 갖게 됐지만 미드필더들이 이제 막 돌아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비라인을 내릴 수 없다. 순식간에 슈팅 사정권에 들 수 있어서다. 배후 공간이 너무 넓어지기 때문에 올릴 수도 없다. 공 근처에 있는 상대 선수가 드리블러라면 수비수의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진다.
이처럼 공격하는 쪽의 완벽한 움직임이나 수비하는 쪽의 허술한 움직임에 의해서가 아니라 순간적으로 발생한 불완전한 상황에서도 득점이 나오는 것, 그것이 축구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우연히 벌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뛰어난 선수는 개인적인 능력으로 그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전반부터 헐크는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때렸고 줄기차게 드리블했다. 그 자체가 곧바로 어떤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의 조직적인 수비가 효과를 발휘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헐크가 꼭 골을 넣기 위해 먼 거리에서 슈팅을 날린 것만은 아니며, 최대한 골문 근처까지 가기 위해서만 드리블을 한 것도 아니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상대 수비에 빈 틈을 만들어내기 위한 시도다.
같은 기회를 맞더라도 그런 상황과 거리에서 누구나 헐크처럼 슈팅을 골로 연결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역시 개인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상하이가 엄청난 돈을 주고 세계적인 스타를 영입한 것이 이름값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이처럼 골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무의미해 보이는 시도들이 사실은 골과 어떻게든 연결되는 것, 그것이 축구다.
이번 경기는 상하이의 개인 능력에 서울이 조직력으로 맞선 것으로 비쳐졌다. 즉, 서울이 헐크와 오스카 등 몇몇 선수의 개인 능력에만 의존한 상하이에 우세한 경기를 펼치다가 불운하게 실점하고 이후 페널티킥과 상대 퇴장에 따른 수적 우세의 기회를 살리지 못해 아쉽게 패한 것이다.
그러나 황선홍 감독이 상하이가 어떤 경기 운영을 할지 예측할 수 있었고 그에 대비했던 것처럼,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 감독도 서울이 그러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경기에 나섰다. 상대가 대비하고 있는 자신들의 경기 운영 방식을 그대로 가져간 것은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라 팀의 역량을 최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인 것이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하는 감독이 있는가 하면 공격적인 스타일을 선호하는 감독도 있다. 그러나 같은 감독이라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1차전의 양상이 양 팀의 컬러를 그대로 보여준 것처럼 보이지만 2차전에서는 달라질 수도 있다. 홈 앤드 어웨이 승부는 전후반을 장소를 옮겨 치르는 일종의 180분 경기다. 전반 스코어에 따라 후반의 경기 운영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선수들의 플레이나 감독의 전술이나 항상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계속 변화하는 것, 그것이 축구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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