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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희의 골라인] '맨유 격침' 미트윌란, 유로파리그 '준비된 이변'

  • 스포츠 | 2016-02-19 07:02
미트윌란 승리! 미트윌란이 유로파리그 32강 1차전에서 맨유를 2-1로 꺾었다. 맨유의 판 할 감독은 이번 패배로 '경질' 위기에 다시 놓이게 됐다. /맨유 홈페이지
미트윌란 승리! 미트윌란이 유로파리그 32강 1차전에서 맨유를 2-1로 꺾었다. 맨유의 판 할 감독은 이번 패배로 '경질' 위기에 다시 놓이게 됐다. /맨유 홈페이지

미트윌란 2-1 맨유

[더팩트 | 심재희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또 졌다. 국내 축구 팬들에게 다소 생소한 '미트윌란'이라는 팀에 무릎을 꿇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후보로 평가받던 맨유이기에 유로파리그에서 미트윌란에 졌다는 사실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놀랄 것 없다. 덴마크 챔피언인 미트윌란은 강했고, 실력으로 맨유를 꺾었다. '맨유가 못해서 졌다'가 아니라 '미트윌란이 잘해서 이겼다'는 평가가 알맞다.

미트윌란이 19일(한국 시각) 덴마크 헤르닝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2016시즌 UEFA 유로파리그 32강 1차전 홈 경기에서 맨유를 2-1로 꺾었다.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으나 저력을 발휘하며 승부를 뒤집었다. 첫 유럽클럽대항전 토너먼트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팀 역사를 또 한번 새롭게 썼다.

'준비된 이변'이었다. 전체적인 팀 컨디션, 체력, 전술, 투지, 용병술에서 모두 미트윌란이 앞섰다. 야콥 폴센이 징계로 빠진 것을 제외하고는 전력 누수가 거의 없었던 미트윌란은 무려 14명(다비드 데 헤아도 경기 직전 부상했다)의 부상자가 생긴 맨유보다 팀 컨디션이 압도적으로 좋았다. 덴마크 수페르리가 휴식기를 맞이해 충분히 쉰 미트윌란은 같은 기간에 13경기를 많이 치른 맨유보다 체력적인 여유가 더 있었고, 세트 피스를 중심으로 한 전술, 선수들의 투지, 그리고 감독의 선수 기용까지 한 수 위의 모습을 보였다.

미트윌란 '준비된 이변!' 미트윌란이 홈에서 맨유를 2-1로 제압했다. 전술, 투지, 용병술 등에서 모두 미트윌란이 맨유에 앞섰다. /유럽축구연맹 홈페이지 캡처
미트윌란 '준비된 이변!' 미트윌란이 홈에서 맨유를 2-1로 제압했다. 전술, 투지, 용병술 등에서 모두 미트윌란이 맨유에 앞섰다. /유럽축구연맹 홈페이지 캡처

1999년 창단한 미트윌란은 최근 전력이 상승하며 지난 시즌 첫 리그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전력이 오른 데 이유가 있다. 2014년 매튜 벤험이 구단주가 되면서 '통계 축구'의 옷을 입히며 강해졌다. 잉글리시 챔피언십 브렌트포드 구단주이기도 한 벤험은 '세트 피스'를 특히 강조하며 팀의 전력을 끌어올렸다. 세트 피스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각종 통계를 활용했고, 킥 전문 코치와 세트피스 연구소까지 따로 만들었다. 그 결과 미트윌란은 지난 시즌 리그 득점의 절반 정도를 세트 피스 상황에서 만들어냈고, 올 시즌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6골 가운데 4골을 역시 세트 피스로 이끌어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비교될 정도로 '세트피스 강팀'으로 거듭난 미트윌란은 현재 유럽에서 '축구판 머니볼'로 또 다른 주목을 받고 있다.

미트윌란의 제스 토룹 감독은 맨유와 경기를 앞두고 '세트 피스'를 계속 강조했고, 의도한 대로 '세트 피스'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전반 11분 코너킥 상황에서 작렬한 헤더가 시발점이었다. 세르지오 로메로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 이상으로 미트윌란의 세트 피스 완성도는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후에도 미트윌란은 여러 차례 프리킥과 스로인을 바탕으로 세트 피스 공격을 하면서 맨유와 대등하게 맞섰다.

더 대단한 것은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트윌란은 전반 37분 불의의 선제골을 내줬다. 전반 36분 역습 상황에서 바클라프 카들레치가 골키퍼와 맞서는 찬스를 잡았지만 선방에 막힌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1분 뒤 멤피스 데파이에게 선제골을 얻었맞았으며 힘이 빠졌다. 그러나 뚝심을 전해 잃지 않았다.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추격전을 펼쳤고, 전반 44분 맨유 수비진의 패스 미스를 놓치지 않고 피오네 시스토가 동점골을 뽑아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들어 미트윌란 토룹 감독은 '후반 15분 이후'를 승부처로 설정하며 초반 숨을 골랐다. 맨유의 공세를 버텨내면서 후반 중반 이후를 노렸다. 맨유가 강행군으로 인해 체력이 정상이 아닐 것이라고 판단했고, 정확하게 후반 15분에 201cm 장신 골잡이 파울 오누아추를 투입해 공격적으로 나섰다. 토룹 감독의 노림수는 딱 맞아떨어졌다. 교체 투입된 오누아추가 후반 16분 위력적인 헤딩 슈팅을 터뜨리며 공세를 펴기 시작했고, 상승세의 마침표 역시 오누아추가 직접 찍었다. 그는 후반 23분 문전 앞에서 멋진 오른발 슈팅으로 맨유 골문을 열었다. 후반 중반부터 체력이 떨어진 맨유를 계속해서 두드린 결과가 역전골로 이어졌고, 이후 시간도 미트윌란은 주도권을 쥐면서 승리를 확정지었다.

미트윌란, 덴마크 챔피언의 저력! 덴마크 수페르리가 디펜딩 챔피언인 미트윌란은 기록적인 면에서도 맨유에 뒤지지 않았다. /유럽축구연맹 홈페이지
미트윌란, 덴마크 챔피언의 저력! 덴마크 수페르리가 디펜딩 챔피언인 미트윌란은 기록적인 면에서도 맨유에 뒤지지 않았다. /유럽축구연맹 홈페이지

맨유는 '부상 병동'의 어려움을 실감하면서 원정에서 역전패를 떠안았다. 웨인 루니, 마루앙 펠라이니 등 주축 선수들이 많이 빠진 가운데 '잇몸'으로 버티려했지만 한계를 실감했다. 유스팀에서 올린 선수들을 명단에 급하게 올렸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8명의 명단 가운데 23살 이하가 무려 10명이나 될 정도로 팀의 중심축이 무너졌고, 그 결과가 역전패로 이어졌다. 리그, FA컵, 유로파리그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기에 현재 맨유의 힘은 너무나도 부족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것 한 가지 더. 미트윌란이 만들어진 1999년도가 맨유는 '유러피언 트리플크라운'을 이뤄낸 해다. 그 유명한 '누 캄프의 기적' 재현을 바라는 맨유 팬들에게는 1999년도 창단 팀 미트윌란에게 진 것이 더 아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1999년의 맨유와 2016년의 맨유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kkaman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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