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을 눈 여겨 봤다. 강한 자극제다.”
[더팩트ㅣ이성노 기자] 지난해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맹활약하며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의 황태자로 불린 이정협(25·울산 현대)이 올림픽 대표팀 '주포' 황희찬(20·잘츠부르크)이 자신의 자극제라고 밝혔다.
13일 울산 현대의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장 캠프에서 만난 이정협의 눈은 날카롭게 빛났다. 전날 일본의 대학팀과 벌인 실전에서 90분을 소화하며 지난해 안면부 골절, 발목 부상 등의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난 움직임을 선보였다. 조금 불었던 체중까지 정상으로 돌아와 더욱 날렵했고, 모처럼 골을 터뜨리며 영점도 조정했다. 이정협은 “울산에서는 확실히 많이 움직여야 한다. 좀더 체력을 보강해야 하지만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가능한 빠른 속도로 상대의 위험 진영에 접근하는 울산 공격 스타일에서 이정협이 맡은 몫은 여럿이다. 이날도 4-2-3-1 전형의 최전방에 선 이정협은 공중볼을 도맡아 처리했고, 쉴새 없이 측면으로 빠져나간 뒤 들어오는 동료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여기에 적극적인 수비 가담까지 죽어라고 뛰었다. 부산에서 1년간 임대로 울산에 온 이정협은 “(전북으로 간) 신욱이형의 공백을 잘 메워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있는 동안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아시안컵의 국가대표팀 공격수로 혜성처럼 등장한 이정협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좋아하는 공격적 자질을 갖추고 있다. 제공권 뿐만 아니라 유연성과 기동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올림픽축구대표팀의 공격수 황희찬(20)이 드리블 능력까지 추가로 탑재해 등장하면서 공격수의 멀티 능력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정협도 “대표팀만 아니라 소속팀에서도 공격수에게 좀더 다양한 능력을 요구하는 것을 실감한다. 황희찬의 경기를 보면서 저돌성과 마무리를 눈 여겨 봤다”고 했다. 또 “선후배를 떠나서 어차피 좋은 선수들이 나오면 경쟁을 해야 하고, 그러면서 대표팀 축구가 발전한다. 대표팀의 황의조나 석현준한테서도 배운다”고 말했다.
속 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이정협은 사실 작은 것이라도 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까다로운 성격이다. 그가 배우고자 하는 모든 것은 고통스런 패배가 너무 싫기 때문이다. 웨이트 훈련을 똑같이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시간이 남으면 따로 또 한다. 그는 “하면 좋다는 것을 그라운드에서 느낀다. 때로는 지겨울 때도 있지만 안 해서 찝찝한 것보다는 하는 게 낫다”고 했다. 아무나 대표선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이런 마음가짐에서 느낄 수 있다.
지난해 대표팀 합류 뒤의 달라진 점으로는 “주변을 보는 눈이 부족했는데 시야가 열렸다”는 점을 꼽았다. 하지만 압박 상황에서 해결해주어야 하는 공격수의 입장에서는 불만도 있다. 그는 “슈팅과 마무리의 정교함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상대 수비와 많이 부닥치기 때문에 부상의 공포가 없느냐는 질문에는, “부상을 두려워할 수는 없다. 강하게 맞서 이겨야 한다”고 답했다.
상무 시절 대표팀에 뽑혔고, 이후 친정팀 부산에 복귀했다가 울산으로 임대돼온 이정협. 그는 “지난해 팬들이 많은 관심을 쏟아주었지만 막판 부상으로 기대에 보답하지 못했다. 올 시즌에는 좋은 팀에서 새 출발을 하는 만큼 더 열심히 뛰겠다”고 강조했다.
<가고시마=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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