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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의 빌드업] 유럽에서 정면승부! '제2의 석현준' 어디 있나요?

  • 스포츠 | 2016-01-18 05:00

'이적했습니다!' 석현준이 15일 FC 포르투에 입단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포르투 홈페이지
'이적했습니다!' 석현준이 15일 FC 포르투에 입단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포르투 홈페이지

'제2의 석현준' 어디?

[더팩트|김광연 기자] 축구 국가 대표 공격수 석현준(24)이 포르투갈 명가 FC 포르투 이적을 확정하며 마침내 '빅 클럽'에 입성했다. 한국 선수들의 중동 리그를 물론 중국과 일본 진출이 활발한 시기에 눈에 띄는 일이다. 문제는 석현준처럼 '유럽 개척자'가 더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래 제2의 석현준이 탄생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석현준은 15일(이하 한국 시각) 포르투 유니폼을 입고 활짝 웃었다. 올 시즌 비토리아 세투발에서 뛰며 리그 9골, 컵대회 2골 등 11골을 터뜨린 활약이 이번 이적으로 이어졌다. 포르투가 어떤 팀인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도 자주 출전하며 스포르팅 리스본, 벤피카와 함께 포르투갈 3대 명문 클럽으로 불리는 빅 클럽이다. 헐크(제니트)를 비롯해 팔카오(첼시), 하메스 로드리게스(레알 마드리드) 등 세계적인 공격수들을 배출하며 선수 육성에 단단히 일가견 있다.

석현준의 이번 이적은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점에서 더 뜻깊다. 그야말로 스스로 황무지를 개척해 비옥한 땅을 만들었다. '맨손'으로 일군 기적이라 할 만하다. 사실 고등학생 신분으로 '신데렐라'로 불리며 입성한 아약스(네덜란드)에서 방출될 때만 해도 석현준의 미래는 불투명했다. 하지만 네덜란드에서 그대로 남아 흐로닝언에서 재기를 노렸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또 낯선 포르투갈 무대인 마리티무 유니폼을 입었다. 유럽 무대에서 버티겠다는 생존 전략이 빚은 결과다.

지난 2013~2014시즌 알 알리(사우디아라비아) 유니폼을 입을 때만 해도 석현준의 유럽 도전 스토리는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불과 6개월 뒤 석현준은 거액의 연봉을 포기한 채 다시 포르투갈로 건너가 낯선 마데이라 섬의 나시오날에 입단했다. 못다 한 유럽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유럽에서 중동으로 다시 유럽으로 건너가는 특이한 행보였지만 유럽 빅리거의 꿈을 이루기 위한 순수한 도전이었다. 이후 피나는 노력 끝에 세투발을 거쳐 마침내 리그 최강팀 포르투와 계약했다.

석현준의 사례는 과거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시작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거로 거듭난 설기현과 흡사하다. 둘은 무엇보다 축구 본고장이라고 불리는 유럽으로 혈혈단신 뛰어들어 성공 가도를 달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아직 석현준은 젊기에 유럽 빅리거로 몇 년 넘게 자리한 설기현처럼 성공과 실패 여부를 확실히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길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

특히 최근 유망주들의 '황사 머니'로 무장한 중국과 '오일 머니' 중동 리그 진출이 활발한 국내 현실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일이어서 더 시선을 끈다. 최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 김승대(옌변FC)와 임창우(알 와흐다)는 각각 중국과 아랍에미리트에 진출했다. J2리그에서 뛰던 이용재는 리그 내 교토 상가로 이적했고 중앙 수비수 김민혁(사간 도스)은 중국 슈퍼리그 진출설이 돌고 있다. 이들 모두 아시안게임 덕분에 병역 혜택을 입었으나 유럽 진출을 노린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연봉은 선수 본인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절대적인 잣대다. 축구 선수 생활이 길지 않는 까닭에 자신의 인생을 위해 아시아에 머문다고 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베테랑도 아닌 한창 성장하고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20대 초반 선수들이 기량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아시아에 머무는 것은 다소 아쉬운 일기도 하다. 불투명한 미래보다 달콤한 현실을 택한 탓일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병역 혜택도 못 본 상황에서 유럽행을 택한 석현준의 행보가 돋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앞으로 '제2의 석현준'이 나올 기미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승우와 백승호(이상 FC 바르셀로나) 등 초등학생 때 유럽으로 떠난 유학파들이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으나 학원 축구를 거쳐 유럽에서 수년간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치는 이는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동이나 동아시아 리그를 누비는 수준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선수 개개인의 판단이라곤 하지만 '제2의 석현준'이 나오지 않은 지금은 돈에 밀린 한국 축구의 전망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어 씁쓸하다. 이대로 가다간 석현준과 같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입단 신화'는 이게 마지막일 수 있다.

fun3503@tf.co.kr

'이적했습니다!' 석현준이 15일 FC 포르투에 입단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포르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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