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골키퍼, J리그로 향한다
[더팩트|김광연 기자] 중국과 동남아로 선수를 빼앗기며 시장을 잠식당한 K리그 내에서 최근 볼 수 없던 '이상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쓸만한 대표급 골키퍼들이 모두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이러다간 부족한 선수층 확보를 위해 K리그 내 외국인 골키퍼 영입 금지 조항을 다시 풀어야 할 지경이다.
지난 24일 주목할 만한 소식이 나왔다.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던 축구 국가 대표 골키퍼 정성룡이 일본 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와 계약 기간 1년에 계약한 것이다. 수원 삼성에서 자유계약으로 풀린 뒤 이적을 모색하던 정성룡은 국내가 아닌 국외로 눈을 돌렸고 일본의 '입질'에 따르며 생애 첫 국외 진출에 성공했다.
현 대표팀 넘버1이라 할 수 있는 김승규(울산 현대)는 지난 27일 직접 J리그 빗셀 고베 이적이 마무리 단계라고 직접 밝히며 시선을 모았다. 정성룡과 김승규뿐만이 아니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주역인 이범영(부산 아이파크)도 아비스파 후쿠오카 입단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공교롭게도 이 셋은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멤버이기도 하다. 애초 일본에서 프로 데뷔한 김진현(세레소 오사카)까지 합하면 최근 한국 대표팀에 이름을 올릴 말한 대부분의 골키퍼 모두가 J리그를 누비게 되는 재밌는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으나 김승규와 이범영의 이적이 결정된다면 2015시즌이 끝난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만 무려 세 명의 대표급 골키퍼들이 모두 현해탄을 건너게 된다. 그간 골키퍼를 제외한 다양한 포지션의 K리거들이 일본, 중국, 중동으로 건너가고 있으나 골키퍼들의 연이은 진출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한 골키퍼 포지션 특유의 장벽을 가뿐히 넘었다.
거두절미하고 이번 일은 K리그 골키퍼들의 기량을 그만큼 일본 시장이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선수들이 잘하기 때문에 앞다퉈 전력 보강을 위해 한국인 골키퍼를 모셔가고 있다. 외국인 골키퍼 리그 출전을 허용하는 일본은 내년 시즌을 앞두고 대두하고 있는 자국 내 수준급 골키퍼 부족 문제를 '한국피 수혈'로 발 빠르게 메웠다.
일본과 달리 한국의 상황은 어렵기만 하다. 리그는 대표급 선수들이 연이어 리그를 빠져나가면서 당장 내년 시즌 스타 부재는 물론이요 전체적인 선수층의 약화와 경기 질 하락 문제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연이은 '선방쇼'로 팬의 눈을 즐겁게 하며 팀과 리그 판도를 책임 이들의 부재는 곧 악재와 같다. 강력한 최종 방어자가 없는 경기는 긴장이 떨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과거 K리그 여러 팀은 신의손(당시 발레리 사리체프) 이천 대교 골키퍼 코치를 시작으로 동유럽 골키퍼들에게 골문을 맡긴 바 있다. 이들의 맹활약으로 한국 선수들은 곧 경쟁력에서 밀리며 뛸 터전이 잃었다. 이것은 국제무대에서 동반 경쟁력 약화를 불러왔다. 결국, 이후 위기를 느낀 한국 축구는 K리그 내 외국인 골키퍼 영입을 금지했다. 이는 국내 골키퍼들의 출전으로 이어졌고 이후 시간이 흘러 다시 선수층이 두꺼워지며 현재 그라운드를 누비는 여러 선수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때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K리그 골키퍼의 연이은 일본 이탈로 확실한 전력감이 사라진 상황에서 유망주들이 커 나가기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상위권 팀들은 좋은 성적을 원하고 팬 역시 기량 있는 선수들을 원하기 때문에 문제가 커진다. 결국, 그간 '리그 수준'을 어느 정도 맞추기 위해 외국인이라도 수준급 골리들을 불러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남은 선수들이 제대로 활약한다면 문제없겠으나 계속 이러한 수준급 골키퍼들의 이탈이 계속된다면 이는 곧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도 있다.
fun350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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