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극적 본선행! 네덜란드 탈락 눈물
[더팩트 | 심재희 기자] '투르크 전사' 터키의 '극장 본능'이 또 한번 발휘됐다. 파티흐 테림 감독이 이끄는 터키가 유로 2016 예선에서 직행 막차를 탔다. 후반 44분 정말 '극장골'을 잡아내며 본선행 초대권을 손에 쥐었다. 마치 7년 전 유로 2008에서 보여줬던 '기적 드라마'를 재현하는 것 같다.
터키가 유로 2016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14일(이하 한국 시각) 콘야 뷔위크세히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이슬란드와 유로 2016 예선 A조 10차전에서 1-0 승리를 거두며 마지막에 웃었다. 승점 18점이 된 터키는 A조 3위를 확정했고, 3위 가운데 가장 성적이 좋은 팀이 되며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9개의 조로 나뉘어 치러진 유로 2016 예선은 조 1,2위가 본선으로 직행하고, 3위 가운데 최고 성적을 기록한 한 팀(I조가 5개국으로 편성되어 한 팀이 적다. 3위 나라들의 성적 비교에서는 꼴찌 팀과 대결 결과는 제외한다)에게도 직행 티켓을 부여한다. '3위 우등생' 터키를 제외한 나머지 3위 8개국은 18일 추첨으로 대진을 정해 11월 두 차례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러 4장의 본선 진출 팀을 가려낸다.
아이슬란드와 마지막 경기 전까지 터키는 본선 직행, 플레이오프행, 탈락의 가능성이 모두 살아 있었다. 복잡하게 엉킨 경우의 수를 따지고 또 따질 수밖에 없었다. 터키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아이슬란드를 꺾고, 카자흐스탄이 라트비아 원정에서 승리하는 것이었다. 카자흐스탄이 라트비아를 물리치면 조 최하위가 라트비아가 되는데, 터키가 승리하게 되면 3위 성적 비교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던 헝가리(15점)를 1점 차로 따돌릴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와 경기에서 전반전이 종료될 때까지만 해도 터키의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아이슬란드가 탄탄한 수비망과 날카로운 역습 공격으로 만만치 않은 전력을 발휘하며 터키가 0의 행진 속에 갇혀 고전하고 있었고, 카자흐스탄도 좀처럼 라트비아 골문을 열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가 홈에서 무너지면서 체코에 0-3까지 끌려가고 있어 마음 편안하게 3위 플레이오프행을 바라보는 것이 현명한 듯 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 중반 분위기가 바뀌었다. 카자흐스탄이 후반 20분 선제골을 잡아내면서 터키에게 희망을 안겼다. 카자흐스탄의 골 소식을 전해들은 터키는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며 승리를 바라봤지만 쉽지 않았다. 교체 투입된 괴칸 퇴레가 거친 플레이로 퇴장을 당했고, 네덜란드가 뒷심을 발휘하며 체코를 한 골 차로 추격해 계산이 또 복잡해졌다.
수적인 열세에 몰린 상황에서도 터키는 승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며 마지막까지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후반 43분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 찬스를 얻어냈다. 키커는 체코와 9차전(터키 2-0 승리)에서 페널티킥 결승골을 터뜨렸던 셀추크 이난. 관중들은 숨죽여 '기적의 순간'을 머릿속에 그렸고, 이난의 오른발을 거쳐 떠난 공은 거짓말처럼 아이슬란드 골문을 파고들었다. 아이슬란드 수비 벽을 살짝 맞고 굴절되어 아이슬란드 골문 구석에 꽂히는 프리킥골이 작렬된 것이다. 이후 터키는 추가시간 4분까지 잘 버티며 1-0 승리를 매조지었고, 카자흐스탄이 라트비아에 그대로 1-0으로 이기면서 터키가 바라던 '각본 없는 드라마'가 완성됐다.
터키의 극적인 유로 2016 본선행을 보면서 7년 전 유로 2008의 기적이 떠올랐다. 당시 터키는 기적에 기적에 기적을 더해 4강 신화를 썼다. '우승 후보' 포르투갈, '동구의 강호' 체코, '개최국' 스위스와 함께 A조에 속한 터키는 강력한 '탈락 후보'로 꼽혔다. 1차전에서 포르투갈에 0-2로 완패할 때까지만 해도 터키를 주목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2차전에서도 터키는 스위스에 선제골을 내주면서 끌려갔다. 터키의 '유로 극장'은 스위스전 후반부터 시작됐다. 후반 12분 골잡이 세미 센튀르크가 동점골을 잡아냈고, 후반 45분 아르다 투란이 역전골을 터뜨리며 8강행 희망을 이어갔다.
운명의 3차전에서 터키는 체코에 먼저 2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이번에도 후반 막판 정신을 차렸다. 후반 30분 아르다 투란의 추격골로 분위기를 바꾼 뒤, 후반 43분과 후반 45분 니하트 카베치가 '말도 안 되는' 연속골을 터뜨리면서 3-2 역전승을 거두고 8강에 올랐다. 8강전에서는 더 큰 기적이 만들어졌다. 크로아티아와 대결한 터키는 0-0으로 맞서던 후반 14분 선제골을 내주면서 패색이 짙었다. 남은 시간은 채 1분도 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상대 골문으로 공을 길게 차 시도한 마지막 공격에서 '극장골'이 터졌다. 7초를 남겨둔 상황에서 시도한 센튀르크의 왼발 슈팅이 크로아티아의 골 네트를 갈랐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터키는 2002 한일 월드컵의 영웅 레스튀 레츠베르 골키퍼의 활약을 등에 업고 3-1로 승리하며 4강에 진출했다.
준결승전에서 터키는 독일과 만났다. 전력 열세와 크로아티아전 승부차기 접전에 의한 체력 열세로 후반 막판까지 1-2로 뒤졌다. 따라갈 힘이 전혀 없을 것 같은 후반 41분 다시 한번 동점골이 나왔다. 센튀르크가 독일 골문을 열어젖히며 축구팬들을 또 놀라게 했다. 비록 후반 45분 독일의 필립 람에게 결승골을 얻어맞고 2-3으로 패했지만, 터키의 무서운 뒷심과 저력에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보냈다.
◆ 유로 2008 터키 경기 하이라이트
흥미로운 점은 7년 전 유로 2008의 기적을 만들어낸 지휘자가 현재 사령탑인 테림 감독이라는 사실이다. 테림 감독은 터키의 축구 역사와 궤를 같이한 인물이다. 1993년부터 1996년까지 터키 지휘봉을 잡은 그는 터키의 첫 유럽선수권대회 본선행을 이끌었다. 유로 1996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터키가 밟은 첫 메이저 무대였다. 2004년 은퇴를 선언했던 테림 감독은 2005년 터키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았고, 유로 2008 본선 4강이라는 업적을 이뤄낸 뒤 2009년 물러났다. 그리고 2013년 다시 터키 사령탑에 올라 유로 2016 본선행을 책임졌다.
'극장 본능'을 믿고 일부러 초반에 부진했던 것일까. 초반 3경기 1무 2패의 최악 성적을 딛고 터키가 믿기 힘든 뒤집기로 '유로 극장'을 계속 이어갔다. 이 기세를 본선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반면에 '오렌지군단' 네덜란드는 최종전에서도 체코에 패하면서 32년 만에 유럽선수권대회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예선 일정 중반에 거스 히딩크 감독을 경질하는 초강수를 던졌지만, 문제는 감독이 아닌 팀 전체에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터키의 '유로 극장' 최대 희생양은 네덜란드가 아닌 헝가리다. 헝가리는 '최약체' 카자흐스탄의 선전에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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