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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프리즘] 차두리처럼 '축구 이모작' 성공 선수들 보니

  • 스포츠 | 2015-04-02 11:31

수비수 변신 성공한 차두리 차두리가 지난달 31일 뉴질랜드와 평가전 전반 하프타임에 열린 국가대표 은퇴식에서 관중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 서울월드컵경기장 = 배정한 기자
수비수 변신 성공한 차두리 차두리가 지난달 31일 뉴질랜드와 평가전 전반 하프타임에 열린 국가대표 은퇴식에서 관중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 서울월드컵경기장 = 배정한 기자


'포지션 파괴'의 주인공들

'차미네이터' 차두리(34·FC서울)가 14년간 정든 축구 국가 대표팀 유니폼을 벗었다. 한국 축구 오른쪽 측면 수비를 든든히 책임진 차두리다. 하지만 대표팀 시작은 골을 노리는 공격수였다. 포지션 변화는 팬들에게 큰 이슈다. 그간 '차두리처럼' '평범한 공격수'에서 '명품 수비수'로 변신한 사례는 얼마나 있을까. 국내 선수들의 포지션 변경 성공사례를 한 번 살펴보자.

차두리는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 평가전에 태극마크를 달고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A매치 76번째 경기에서도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부터 본격적으로 발휘된 질주 본능을 유감없이 뽐냈다. 거스 히딩크(68)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이 2001년 공격 자원으로 뽑았던 차두리는 오른쪽 수비수로 대표팀 인생을 마감했다.

수비수로의 전업은 2006~2007시즌 마인츠 05 시절 당시 팀 사령탑이었던 위르겐 클롭(47) 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감독의 변화 권유가 결정적이었다. 오른쪽 수비수로 대표팀 38번째 경기에 나서 공격수로 뛴 38경기와 어깨를 나란히 했으니 "제2의 축구인생'을 성공적으로 산 셈이다.

차두리와 비슷한 사례는 가까운 곳에 또 있다.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차두리와 포백 수비 호흡을 맞춘 이정수(35·알 사드)는 2002년 안양 LG(현 FC서울)에 공격수로 입단했다. 하지만 넘치는 팀 내 공격 주전 경쟁에 밀리며 출전 횟수가 줄어들자 과감히 수비수로 변신했다.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인천 유나이티드, 수원 삼성을 거치며 국내 최고의 수비수가 됐다. 공격수로 벤치를 달구던 일은 과거가 됐다. 공격수 출신 특유의 공을 다루는 센스와 스피드로 차별화를 꾀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선 2골을 터뜨리며 '골 넣는 수비수'로 이름을 날렸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변신한 박지성 PSV 에인트호번에서 활약한 박지성이 지난해 5월 22일 열린 수원 삼성과 친선 경기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 수원월드컵경기장 = 최진석 기자
수비에서 공격으로 변신한 박지성 PSV 에인트호번에서 활약한 박지성이 지난해 5월 22일 열린 수원 삼성과 친선 경기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 수원월드컵경기장 = 최진석 기자

차두리와 함께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최진철(44) 역시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크게 성공했다. 1996년 전북 현대에 수비수로 입단한 최진철은 학창 시절 공격수 경험을 살려 1998~1999년 팀 내 공격을 맡았다. 187cm의 큰 키를 무기로 타깃형 공격수로 팀에 보탬이 됐다. 특히 공중볼에 자신 있게 대응하며 공격 본능을 발휘했다. 포지션 변화는 효과적이었다. 이후 다시 수비수로 돌아가 한일 월드컵 수비 주축으로 활약했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못 하는 게 없었다.

'야생마' 김주성(49)을 비롯해 김현석(47), 박건하(43)는 선수 말년에 포지션을 바꾼 이들이다. 세 명 모두 공격수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입지를 다졌지만, 선수 황혼기에 접어들자 나이에 따른 체력 부담 등을 무시할 수 없었다. 체력은 떨어졌으나 탁월한 센스를 살리고 싶어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변신했다. 선수 생활 후반 과감하게 '이모작'을 선택한 이들은 기량을 유지하며 변함없는 활약을 펼쳤다.

철벽 수비 최진철 최진철(왼쪽)이 지난 2006년 5월 23일 열린 세네갈과 평가전에서 송종국(오른쪽)과 함께 상대 선수를 쫓고 있다. / 더팩트 DB
철벽 수비 최진철 최진철(왼쪽)이 지난 2006년 5월 23일 열린 세네갈과 평가전에서 송종국(오른쪽)과 함께 상대 선수를 쫓고 있다. / 더팩트 DB

반면, 최태욱(34)은 원래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변신했다가 실패의 쓴잔을 맛봤다. 한일 월드컵 멤버이기도 한 최태욱은 입단 당시 이천수(33·인천 유나이티드)와 함께 한국 축구를 이끌 기대주로 시선을 끌었다.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로 시원스러운 쾌감을 줬다. 2001년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조광래(61) 당시 안양 LG(FC서울) 감독의 권유로 왼쪽 풀백으로 전향한 것이다. 하지만 적응에 실패하며 얼마 못 가 자기 포지션인 측면 공격으로 돌아갔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한 이도 있다. '전설' 박지성(34)이 대표적이다.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오른쪽 윙백으로 출전한 박지성은 수비수와 미드필더로 주로 뛰었다. 하지만 이후 히딩크 감독의 여러 시험대 오르며 공격 본능을 발휘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도 측면 공격을 책임지며 이름을 날렸다. '철퇴' 김신욱(26·울산)도 수비수로 프로에 입단했으나 김호곤(64) 전 울산 현대 감독의 제안으로 공격수로 변신해 국내 정상급 공격수가 됐다.

여러 선수가 자의나 타의로 포지션을 바꾸며 명암이 갈렸다. 기존 포지션보다 더 나은 활약을 펼치기도 하고 못 미치기도 한다. 여러 자리가 있는 축구를 바라보는 또 다른 묘미다. 공격수보다 수비수로 더 이름을 날린 차두리는 적어도 포지션 변화에 있어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를 남겼다.

[더팩트|김광연 기자 fun350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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