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현용 기자]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아시안컵이 조별리그를 마치고 8강전을 앞두고 있다. 무승부가 없는 녹다운 토너먼트 방식의 치열한 승부는 벌써부터 축구 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지면 곧바로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가야하니 보는 사람의 흥분은 배가 될 수밖에 없다. 조별리그에서만 40만 명(경기당 평균 1만 6496명)에 가까운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8강전부터는 관중이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없다. 요즘 세상에 조국의 명예를 위해 부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열심히 뛰어달라고 하는 대회가 있다는 게 새삼 놀랍다. 아프리카 대륙 대회도 우승 상금이 있는데, 아시아 축구만 상금을 안 준다니 참 납득하기 힘들다. 그런데 벌금은 또 과도할 정도로 많이 매긴다. 왜 그럴까.
◆ 유로 195억 원-코파 아메리카 76억 원…아시안컵은 0원?
여러 차례 보도가 나온 것처럼 아시안컵은 상금이 없다. 우승을 차지하면 명예와 국제축구연맹(FIFA) 컨데러레이션스컵 출전권이 따라온다. 그럼 똑같이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권이 주어지는 다른 대륙의 선수권대회 사정은 어떤가. 결론부터 말하면 우승 상금이 없는 대회는 아시안컵이 유일하다. '미니 월드컵'이라 불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는 1550만 유로(약 195억 원)를 우승팀이 가져간다. 참가 상금(800만 유로)과 우승 상금(750만 유로)을 더한 금액이다. 유로는 상금을 세분화해 참가 팀의 동기를 높이고 있다. 16개 참가팀에 모두 지급하는 참가비 외에 조별리그 무승부 시 50만 유로(약 6억 원), 승리 시 100만 유로(약 12억 원)를 받는다. 8강(200만 유로), 4강(300만 유로), 결승(450만 유로) 진출팀 금액이 모두 다르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이 출전하는 코파 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대회)는 우승 상금이 700만 달러(약 76억 원)다. 2011 남아공 대회 우승팀 우루과이가 이 금액을 수령했다. 유로와 마찬가지로 조별리그 탈락, 16강, 8강, 준결승 진출에 따라 단계별로 상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아시안컵과 같은 시기에 열리고 있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은 지난 대회 우승팀 나이지리아에 150만 달러(약 16억 원)를 지급했다.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상금이 적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미국, 멕시코 등이 나서는 북중미 골드컵의 우승 상금은 100만 달러(약 11억 원)다. 지난 2002년 골드컵에 출전한 한국은 4위를 차지하며 상금 5만 달러(약 5400만 원)를 받기도 했다. 당시 우승 상금 15만 달러(약 1억 6000만 원)는 약 10년 새 7배 가까이 올랐다. 이처럼 모든 대회의 상금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FIFA에서 주관하는 대회는 '억' 소리 나는 돈 잔치가 벌어진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팀 독일이 수령한 돈은 3500만 달러(약 381억 원)에 달한다. 준우승국 아르헨티나도 2500만 달러(약 271억 원)를 챙겼다.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한국은 950만 달러(약 103억 원)를 받았다. 월드컵 전초전으로 열리는 컨페더레이션스컵도 웬만한 국제 대회 못지 않다. 우승팀이 410만 달러(약 44억 원)를 가져간다.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더라도 170만 달러(약 18억 원)가 수중으로 들어온다. 아시안컵을 우승한다면 170만 달러는 확보한 셈이다. FIFA가 주관하는 대회 가운데 상금이 높지 않은 대회도 있다. 여자 월드컵은 우승 상금이 100만 달러(약 11억 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FIFA는 지속적으로 이 금액을 올리겠다고 했다.
◆ 4년 전 약속은 어디에?
위키백과 한국어판에는 2015 아시안컵의 상금을 1000만 달러(약 108억 원)라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규정집에서도 상금에 대한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 역시 "아시안컵 상금은 없다"고 설명했다. 위키백과에 상금 1000만 달러라고 나온 이유는 4년 전 AFC 회장의 발언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월 29일 모하메드 빈 함맘(65) 전 회장은 상금이 없는 점을 꼬집으면서 "다음에는 상금이 있는 대회를 만들겠다. 2015년에는 1000만 달러를 할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외신들도 발 빠르게 이 소식을 알렸다.
하지만 아시안컵이 시작되자 제자리걸음이었다. 여전히 상금이 없다는 보도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진실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던 기자는 AFC에 직접 이메일을 보냈다. 외신들과 함께 상금에 대한 궁금증을 담아 보냈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답변이 왔다. AFC는 "외신에서 나오는 발언은 전 회장이 한 것이다. 대회의 예산은 관련 위원회에서 정한다. 이번에 상금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금 AFC의 수장은 셰이크 살만(49) 회장이다. 바레인 축구협회장이던 살만 회장은 지난 2013년 5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AFC 본부에서 열린 임시 총회에서 선출됐다. 임기는 올해까지다. 상금을 약속한 함맘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FIFA 회장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뿌려 영구 제명됐다.
AFC는 함맘 전 회장 부임 때부터 아시안컵을 아시아 최고 대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살만 회장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생각이 다르지 않다. 아시안컵에 대한 인식도 점차 올라가고 있다. 단적으로 과거 아시안컵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던 한국도 최정예 멤버로 우승을 노리고 있다.
대회 위상이 올라가는 만큼 운영도 발전해 출전국 관계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벌금으로 도마에 올랐다. 상금은 없지만 징계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19일까지 규정 위반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사안은 31건이다. 벌금은 6만 9500달러(약 7500만 원)에 달한다. 할리우드 액션, 거친 태클, 경기 지연 행위 등 수준 높은 경기 진행을 위한 선택이었다. 취지는 좋지만 상금이 없는 대회에서 벌금이 과도하게 많다고 빈축을 사고 있다.
앞서 설명한 월드컵, 유로 등의 국제 대회는 축구 팬의 높은 관심만큼 어마어마한 상금을 내걸고 있다. 상금이 대회 수준을 담보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기 부여가 높아진 선수들은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다. 열심히 뛴 선수들에게 합당한 보상이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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