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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프리즘] 윤정환 울산 감독 선임 의미 '제로 베이스'

  • 스포츠 | 2014-12-02 11:28

윤정환 감독이 1일 울산에 부임해 명가 재건을 노린다. /사간 도스 제공
윤정환 감독이 1일 울산에 부임해 명가 재건을 노린다. /사간 도스 제공

[더팩트 | 김광연 기자] 위기의 프로축구 '명가' 울산 현대가 결국 칼을 빼 들었다. 국내 팀을 맡은 경험이 전혀 없는 윤정환(41) 전 사간 도스 감독을 새 사령탑에 앉히며 다음 시즌 도약을 준비한다. 윤 감독 선임은 올해 모든 것을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른바 제로 베이스로 돌아가려는 울산이다.

울산은 1일 보도자료를 내며 '윤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다'고 밝혔다. 지난달 내정설이 나온 이후 공식적인 발표다. 올해 팀을 맡은 조민국(51) 전 감독은 1년 만에 팀을 떠나게 됐다. 김광국(47) 울산 단장은 "윤 감독은 사간 도스를 J리그 2부에서 1부로 올릴 만큼 유능하다. 또 팀을 리그 1위로 이끄는 등 실력이 검증된 감독으로 젊은 구단 이미지 쇄신과 팀 성적 개선에 적격이라고 판단했다'며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김 단장의 말에 윤 감독 선임 의미가 모두 담겼다. 위기에 빠진 팀을 살릴 젊고 실력 있는 감독이라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2007년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 윤 감독은 2008~2010년 사간 도스 코치를 거쳐 2011~2014년 초반까지 사간 도스 감독을 맡았다. 한때 팀을 J리그 1위에 올려놓은 '돌풍'으로 시선을 끌었다.

윤정환(가운데) 감독이 사간 도스 시절 선수에게 말하고 있다. / 사간 도스 제공
윤정환(가운데) 감독이 사간 도스 시절 선수에게 말하고 있다. / 사간 도스 제공

이번 윤 감독 선임은 울산에 큰 의미를 지닌다. 조기에 조 전 감독을 떠나보내며 올 시즌 부진을 조용히 인정했다. 올해 조민국 호로 출항한 울산이 받아든 성적표는 K리그 클래식 6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 리그 탈락, FA컵 8강 진출 실패다. 13승 11무 14패(승점 50)의 리그 결과도 결과지만 경기 내용은 더 좋지 못했다. 강팀에 약했고 약팀에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선굵은 축구로 대변하는 울산다운 축구를 하지 못했다. 특히 스플릿 A로 자리 잡고도 5라운드 가운데 단 1승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K리그 2회 우승, AFC 챔피언스리그 1회 우승에 빛나는 명문으로서 단단히 자존심이 상했다.

울산은 올해 야심차게 시작했다. 그간 팀의 주축 임무를 소화한 이근호(29·엘 자이시), 하피냐(27·요코하마 F.마리노스), 까이끼(26·청두 티엔청), 마스다 치카시(29·오미야 아르디자) 등을 과감히 내보내고 백지훈(29), 김근환(28), 김민균(26), 카사(26), 따르따(25), 반데르(27) 등을 새롭게 받아들였다. 팀 틀을 크게 바꾸고 초반 리그 3연승으로 승승장구했지만 딱 여기까지였다. 공수에서 엇박자가 난 팀 전력은 시간이 갈수록 '약발'이 떨어졌다. 오히려 역효과만 났다. 경기 결과를 떠나 팀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실망한 팬들도 돌아섰다. 울산이 조 감독을 향해 1년 만에 '철퇴'를 가한 이유다.

국내 팀 지휘 경험이 없는 윤 감독은 다음 시즌 울산 지휘봉을 잡고 반전을 꾀한다. / 사간 도스 제공
국내 팀 지휘 경험이 없는 윤 감독은 다음 시즌 울산 지휘봉을 잡고 반전을 꾀한다. / 사간 도스 제공

그간 울산은 감독에게 꾸준히 시간을 부여하며 기회를 줬다. 곧바로 책임을 묻기보다는 감독이 팀을 만들 여유와 믿음을 부여했다. 1983년 창단한 울산에 21년간 8명의 감독이 있었다. 대행이었던 정종수(53·2000년) 감독을 빼면 이마저도 7명으로 줄어든다. 김정남(71·2000~2008년) 감독은 무려 9시즌 지휘봉을 잡았고 2012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이바지한 김호곤(63·2009~2013년)감독도 5시즌이라는 시간을 받으며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대로 가다간 그간 쌓아올린 명성에 큰 흠집이 날 것을 우려했다. 잘못된 것을 빨리 바로잡고 처음부터 다시 돌아가려 '실행'에 나섰다.

윤 감독의 부임으로 울산은 또다시 변화의 길에 놓였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대폭의 물갈이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조 전 감독은 올 시즌 '철퇴 축구'로 대변하는 김 전 감독 체제 틀을 대거 변화하려다가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좋은 것을 남기되 과감히 쳐낼 것은 쳐내는 용단이 필요하다. 윤 감독에게도 큰 과제가 남았다. 사간 도스 시절 단단한 수비벽을 구축해 역습을 노리던 전술로 팀을 상위권에 놓은 전례가 있다. 울산에 맞는 전술과 대응이 필요하다. 앞으로 상처 입은 울산에선 어떤 전술과 선수 운용을 보일 수 있을지 새로운 지도력에 기대를 건다.

명문의 이름으로 울산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윤 감독의 등장으로 다음 시즌 새로운 틀 아래 다른 출발을 예고했다. 잃어버린 자존심 회복은 물론 불과 2년 전 아시아 축구를 '씹어먹던' 위용 재현에 나섰다. 변화 요구에 부응하면서 새 수장을 데려왔다. 새 술은 새 부대라는 마음이다. 이제 윤 감독 아래 제로 베이스에서 새로운 토대를 마련하려 한다.

fun350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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