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특사단이 본 김정은 첫인상 "솔직하고 대담하더라"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합성인가?' 싶었다. 특유의 패기 넘치는 머리 모양에 위아래 검은 인민복 차림의 덩치 큰 남자. 지난 6일 청와대가 공개한 사진 속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모습이었다. 언론을 통해 노출돼온 전형적인 '김정은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표정'이 달랐다. 문재인 대통령의 수석 대북특사로서 방북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손을 잡으며 눈웃음을 지었다. 통통한 볼살에 '미소 띤' 얼굴이 귀여워(?) 보인다.
이는 역사적 장면이다. 북한 최고 권력자인 김 위원장이 집권 후 처음으로 우리 인사와 손을 맞잡은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제2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대화는 끊겼다. 보수 정권 9년 동안 '대화 없는 압박' 기조로, 북핵과 미사일 도발이 잇따랐다. 군사적 긴장으로 대화와 교류의 문은 닫혔다. 북·미 간 적대 관계도 심화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의 물꼬를 텄고, 대북특사단을 보내 남·북·미 관계의 승부수를 던졌다.
특사단은 지난 5일 평양으로 향했다. 이제부터 '상상력'을 발휘해야 했다. 외교는 '상상의 무대'로 통하기도 한다. 특히 북한은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였고, '통제 사회'다. 관례에 따라 취재단도 동행하지 않았다. 정의용 특사단이 오후 2시께 성남 서울공항을 떠날 때까지 김 위원장과 면담 일정과 장소 등 확정된 건 없었다. 특사단은 오후 2시 50분께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오후 6시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오후 6시부터 특사단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찬을 갖기로 했다"고 전했다.
기자들은 '방남 첫날, 3시간 만에 등장'이란 데 초점을 맞췄다. 과거 특사단 방북 마지막 날 면담했던 전례와 비교하면, 예상을 깬 파격이었다. 만찬 내용과 향후 전망에 대한 예측이 뒤따랐다. 기자들과 정치인들 사이에선 "정치는 소설이다"란 말이 있다. 생물처럼 움직이는 정치적 상황을 '누가 더 정확히 예측하느냐'에 따라 실력이 갈린다. 적중률이 높을수록 '판을 잘 읽는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소설 재료'가 부족했다. '북'에서 날아올 정보를 애타게 기다려야 했다. 오후 9시 30분께 김 대변인은 "아직 북에서 연락이 없습니다"라고 밝혔고, 이어 밤 11시께 "오늘 문 닫습니다. 더 이상 평양 소식은 없습니다"라고 최종 공지했다.
이튿날 오전 7시, 춘추관 마이크가 켜졌다. 김 대변인은 "정 실장과 김 위원장이 '4시간 12분' 간 조선노동당 본관 진달래 관에서 접견 및 만찬을 가졌다"고 전했다. 남쪽 인사가 북한 권력의 심장부인 노동당 본관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찬엔 김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까지 배석했다.
관건은 '대화 내용'이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실망스럽지 않을 걸로 알고 있다"는 정도로만 언급했다.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과 '비핵화' 의지 표명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1시간 뒤인 오전 8시께, 청와대는 앞서 언급한 접견과 만찬 사진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의 밝은 표정과 청와대 마크가 찍힌 서류 봉투(친서), 북측 고위급 인사의 만찬 배석 등으로 방북 성과의 긍정적 기류를 감지했다. 한 매체는 사진 속 '한미연합훈련' 메모가 적힌 정 실장의 수첩을 확대하기도 했다.
'뚜껑'은 반나절 만에서야 열렸다. 오후 8시께 정 실장은 춘추관에서 방북 결과를 브리핑했다. 결과는 예상을 넘어섰다. '4월 말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한 동시에 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 또, 대화 국면에서 북핵 및 미사일 도발을 중단키로 했으며,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 용의가 있다고 했다. 독자적 핵 보유국 지위 인정을 고수해온 북한으로선 전향적인 태도 변화였다. 춘추관 내 분위기도 "기대 이상의 성과"라는 반응이었다.
역대 정부에서 "한반도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했던 김 위원장의 마음을 돌린 것은 무엇일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7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외교 스타일'에 대해 "김 위원장을 처음 접한 특사단은 김 위원장에 대해 '솔직하고 대담하더라'고 말했다"고 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친서'를 주목했다. 문 대통령의 친서는 A4 용지 한 장 분량이었으며, 이를 읽은 김 위원장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어떤 내용'이 담겼을지는 또다시 각자의 '(외교적) 상상'에 맡겨졌다.
오는 4월 말, 남북 정상은 한반도 갈등이 고조된 이후 10년 남짓 만에 같은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그것도 남쪽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다. 그날의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하지만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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