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내각을 향한 경고성 발언과 '초심'을 잃지 말라며 '기강'을 다잡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일 오후 제3회 시·도지사간담회가 열린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文대통령, 내각 기강 잡으며 국정운영 드라이브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국정 운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내각 기강'을 다잡으며, 국정운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집권 2년차'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다. 정권을 교체한 대통령도, 장관도 자신감이 붙어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 2년 차 징크스)'에 빠지기 쉬운 때이기도 하다.

역대 대통령들도 대개 집권 2년 차에 '시험대'에 올랐다. 지지율 하락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취임 초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해가 바뀌며 60%대선이 무너졌다. 잇따른 정책 혼선 탓이었다.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가상화폐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번복, 부동산 대책, 남북 단일팀 추진 등으로 지지율을 끌어내렸다.

이에 문 대통령은 내각을 향해 여러 차례 '경고' 카드를 꺼냈다. 지난 25일 첫 청년일자리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선 각 정부 부처 장관들에게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질책성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지난달 30일엔 새 정부 출범 8개월 만에 장·차관을 소집해 "복지부동·무사안일·탁상행정 등 부정적 수식어가 안 따라붙게 혁신의 주체가 되어 과감하게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국가균형발전 비전 선포식이 지난 1일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17개 시도지사 등이 참석해 열린 가운데 비전선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무너졌던 지지율은 지난달 말 급반등해 회복했다. '조정기'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관건은 이후 다시 상승할 것인지, 현재의 수준을 유지할 것인지,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인지, 급격히 하락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앞서 장차관 워크숍에서 집권 2년차 국정의 중요성을 짚었다. "국민과 정부의 관계는 1년 차 때 연애 같고 2년 차는 결혼 같다"면서 "결혼에서는 서로의 능력과 신뢰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청와대와 각 정부 부처도 국정과제에 속도를 내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최저임금, 청년 일자리, 화재안전 등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현장 점검 및 관련 개정안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문 대통령 앞에 놓인 굵직한 의제들은 수두룩하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국가정보원(국정원) 개혁, 검경 수사권 조정, 개헌, 일자리 확대, 소득주도와 혁신성장,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구상 실현 등등. 당장 오는 6월 13일 열리는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 이를 앞두고 개헌이 '뜨거운 감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집권 첫해가 민생, 민주주의 개혁을 위한 초석이었다면 2년 차인 올해는 각 과제에 대한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하는 때"라며 "공수처 (설치), 국정원 개혁, 검경수사권 조정 등 국가기관 정상화를 과제로 삼고 더 이상 공포와 거짓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세력이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 각 비서관실에 선물한 '춘풍추상' 액자./청와대 제공

집권 2년차를 맞은 문 대통령은 '경청'과 '정공법' 전략을 취하고 있다. 8개월 간 문 대통령을 보좌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일 청와대를 떠나며 문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경청하되 결단이 빠르다"고 평가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논란에도 "꼭 필요한 일"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대신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했다. 개헌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대립에 지난 5일 '정부 개헌안' 마련이란 결단을 내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이 반대하더라도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초심'을 강조했다. 지난 5일 각 비서관실에 고 신영복 선생의 글인 '춘풍추상(春風秋霜)' 액자를 선물했다. 신 선생이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다. 이 글귀는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2년차에 접어들면서 기강이 해이해질 수 있는데, 초심을 잃지 말자는 취지에서 액자를 선물하게 됐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오는 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각국 정상들과 회담을 가지며 '다자 외교'에 주력한다. 특히 그간 평창 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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