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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취재기] 文대통령 '방중' 3박4일, '사람과 사건들'

  • SNS | 2017-12-18 14:02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밤 3박 4일간의 국빈 방중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사진은 지난 14일 저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 및 만찬을 갖는 모습./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밤 3박 4일간의 국빈 방중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사진은 지난 14일 저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 및 만찬을 갖는 모습./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3박 4일간 '국빈 방중(訪中)'을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청와대는 17일 이번 방중으로 "한중 관계의 새 시대를 열었다"고 자평했습니다. <더팩트>는 지난 9월 뉴욕 순방에 이어 12월 한파 속 중국 취재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취재기로 풀어서 전합니다.

[더팩트 | 베이징·충칭=오경희 기자] 중국은 '가깝지만 먼 나라'였다. 우리나라 밖에서 본 '현실'은 냉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출국부터 귀국까지 중국의 '홀대론'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묵묵히 '중국(인)의 문'을 두드렸다. 청와대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발 묶인 '경제협력 채널 복원'과 '한반도 평화 구상 4대 원칙 합의' 등 순방 성과를 알리며 논란 차단에 주력했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었다.

◆ 한중 국기 나부낀 천안문…'갈취' 당할 뻔한 사연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첫날인 13일 천안문과 인근 길목엔 한국고 중국 국기가 내걸렸고, 내외국인의 출입을 통제했다./베이징=오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첫날인 13일 천안문과 인근 길목엔 한국고 중국 국기가 내걸렸고, 내외국인의 출입을 통제했다./베이징=오경희 기자

문 대통령은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빈 방한했을 때, 청와대 인근 길목엔 미국의 국기인 성조기가 나부꼈다. 순방을 떠나기 전 한 동료기자는 우스갯소리로 "중국에도 태극기 행렬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했다. 사드로 경색된 한중 관계를 염두에 둔 말이었다. 의전의 격(格)을 얘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방중 첫날인 13일(현지 시각) 이른 아침, 중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천안문'으로 향했다. 공식 일정 시작 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 방중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곳을 통째로 비웠다. 한중 정상회담 예정 장소인 인민대회당도 근처에 있었다. 현지 프레스센터(호텔)와 가까운 거리라고 들었지만, 역시 대륙은 대륙이었다. 한참 걸은 끝에 도착하자, 도로엔 한중 국기가 함께 내걸려 있었다. 비로소 방중을 실감했다. 한중 관계 복원이 기대됐다. 공안(경찰)들은 천안문 입구를 통제했다. 여권을 보여주고 들어갈 수 있었다.

문제는 돌아오는 길이었다. 한 오토바이 인력거꾼이 다가왔다. 영어로 "이동지까지 데려다주겠다"며 3위안(495원)을 달라고 했다. 오토바이와 자전거는 중국의 명물로도 알려져 있다. 짧은 거리였지만, 빠른 복귀를 위해 의심없이 탑승했다.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하자 인력거꾼은 돌변했다. "300위안(4만9506원)을 내놓으라"며 언성을 높였다. 한창 실랑이 끝에 그는 10위안을 받고 물러났다. 경제대국으로서 베이징 도심은 화려했지만, 그 속에서 '그늘'을 체감했다.

◆ '밥' 때문에 너도나도 고생길…'혼밥' 국빈만찬 논란

문재인 대통령의 14일 국빈만찬엔 한류스타인 배우 송혜교, 추자현 우효광 부부, 김연경 배구선수 등이 참석했다. 아래는 만찬 메뉴와 식순 그리고 프레스센터에 구비된 컵라면과 햇반 등./청와대 페이스북, 베이징=오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14일 국빈만찬엔 한류스타인 배우 송혜교, 추자현 우효광 부부, 김연경 배구선수 등이 참석했다. 아래는 만찬 메뉴와 식순 그리고 프레스센터에 구비된 컵라면과 햇반 등./청와대 페이스북, 베이징=오경희 기자

의전의 격은 '밥'으로 상징됐다. 한중 국기가 함께했지만, 문 대통령은 '혼밥 논란'에 휩싸였다. 통상 외교의 지표는 '조찬·오찬·만찬' 자리로 가늠되는데, 문 대통령은 여덟 차례의 식사기회 가운데 중국 측과 두 차례밖에 식사일정을 갖지 못했다는 게 요지다. 14일 시 주석과 정상회담 이후 가진 국빈만찬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당일 곧바로 공개되지 않으면서 논란을 키웠다.

다음 날인 15일 아침 국내 한 기자는 "자유한국당 쪽에서 왜 국빈 만찬 사진이 없냐고 묻더라"고 SNS 메신저로 물어왔다. 야권은 회담 직전 벌어진 중국 경호원의 청와대 출입사진기자 폭행 사건을 들며, 이번 방중을 '굴욕외교'라고 비판하던 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국내에선 '같은 의문'이 제기됐다.

청와대 측은 이날 오후 국빈 만찬 메뉴 사진을 공개했다. 영빈냉채, 조개 비둘기알 국, 불도장, 겨자 스테이크, 투망버섯 곁들인 구기자잎 찜, 소금 은대구 구이와 디저트가 제공됐다. 같은 날 저녁,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혼밥' 등 '홀대론'을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는 데 대해 기자들에게 섭섭함을 토로하며, 한중 관계 회복의 성과를 집중 설명했다.

여담이지만 '밥' 때문에 기자들도 힘들어했다. 중국 특유의 강한 향과 맛으로 빠른 귀국을 바랐다. 기자 역시 그랬다. 폭행 사건이 터진 날(14일)엔 저녁을 챙길 겨를도 없었다. 워낙 큰 이슈였고, 순방의 하이라이트인 한중 회담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일정을 마친 뒤 몇몇 기자들은 자정께 숙소에서 컵라면으로 허기를 달랬다.

◆ 베이징서 만난 한국인 유학생과 비행 친구 '충칭걸'

베이징 시내 한 호텔에 마련된 현지 프레스센터 전경./베이징=오경희 기자
베이징 시내 한 호텔에 마련된 현지 프레스센터 전경./베이징=오경희 기자

문 대통령은 중국에서도 평소 레토릭인 '사람 중심'을 강조했다. 기자도 베이징과 충칭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순방 기간 동안 현지에선 유학생들이 행정 인턴으로 통역 등 프레스센터 업무 등을 돕는다. 베이징 일정을 마치고 충칭으로 이동하려던 15일 아침, 앳된 얼굴을 한 여학생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베이징 명문대학인 칭화대 4학년에 재학중이고, 대사관을 통해 학교로 문의가 와 경험을 쌓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중국에서 일하는 부모님을 따라 유학 중이라던 학생은 "기자들의 모습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오전 7시반부터 밤 11시까지 일하는 대가로 2200위안(36만3044원) 정도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해맑게 웃으며 "중국에서 추자현·우효광 부부의 인기가 정말 많다"고도 했다. '사드 문제를 체감하느냐'고 묻자 "학교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사드 얘기를 자주 하신다"고 말했다.

베이징을 뒤로하고 충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옆 좌석엔 젊은 중국인 여성이 앉았다. 그는 갑자기 "영어를 할 줄 아느냐"며 말을 걸었다. 자신을 '충칭걸'이라 소개한 여성과 '기내 수다'가 시작됐다. "충칭엔 얼마나 머무르냐" "충칭에 대해 많은 것을 소개해주고 싶다" "충칭에선 훠궈를 꼭 먹어야 한다, 그런데 정말 맵다" "뷰티 거리를 가봐라" "28살인데 남자친구가 없어서 슬프다"등등. 멀게만 느껴졌던 중국과의 거리가 좁혀지는 느낌이었다.

◆ 방중이 남긴 것…중국 경호원 폭행 사건의 '여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베이징 일정을 마치고 15일 저녁 충칭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베이징 일정을 마치고 15일 저녁 충칭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출발 당일 감지했던 '불안'은 현실이 됐다(14일자 [TF취재기] 文대통령 방중 첫날, 중국의 '두 얼굴'). 방중 둘째 날 터진 중국 경호원의 한국 기자 폭행 사건은 이번 방중을 얼룩지게 했다. 사건 이후 순방 내내 기자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사건 발단의 경위, 청와대와 기자단의 대응, 국내외 여론 등 설왕설래가 계속됐다. 귀국길에 오르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리고 16일, 문 대통령과 순방 기자단은 3박4일의 강행군을 마치고 귀국했다. 청와대는 방중 성과를 홍보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일각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의전 홀대론과 '국빈 방중' 기간 발생한 폭행 사건과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 채택 대신 양국 각각의 언론발표 방식 등을 지적한다. 이웃국가 중국과의 관계 회복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중국 서열 2위인 리커창 총리는 문 대통령과 면담(15일)에서 "한중 관계의 봄날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방중으로 '그날'이 앞당겨지길 기대해본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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