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돌고 돌아' 내부 승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후임으로 한병도(50) 정무비서관을 임명했다. 전 전 수석이 '롯데 홈쇼핑 재승인 연루 로비 의혹'으로 사퇴한 지 12일 만이다.
정무수석 인선은 장고 끝의 결정이었다. 당초 정무수석 후보군은 청와대 내부 인사로 후보군이 좁혀지다, 적임자를 찾는 데 난항을 겪으면서 정치권 전반으로 넓어졌다. 결국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하루 연차 휴가를 내고 고심을 거듭했으며, 이날 한 수석의 내부 승진을 전격 발표했다.
사실 신임 한 수석도 후보군 가운데 한 명이었다. 전 수석 사퇴 이후 내부 인사로 한 수석을 비롯해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과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돼 왔다. 이후 내부 인사 중에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외부 인사 중에선 3선 의원 출신의 강기정 전 의원에게 정무수석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으나, 내년 지방선거를 이유로 모두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국회의원 출신의 외부 인사들이 하마평에 올랐다.
인선 난맥에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한 수석을 낙점한 데는 우선 정무수석 자리가 갖는 성격에 기인한다. 국회와 청와대 간 가교 역할을 하는 게 핵심 업무다. 특히 여소야대의 국회 구도 속에서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고, 최근 강화된 인사 검증 기준(7대 비리 공직자 원천 배제)을 충족하려면 '전직 의원 출신'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한 수석은 1967년 전북 익산 출신으로 원광대 총학생회장을 지내 '86세대(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 운동권' 출신으로 분류된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전북익산시갑으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노무현재단 자문위원과 한명숙 전 민주통합당 대표 정무특별보좌관을 맡았다. 지난 대선 선거대책위원회에선 조직본부 부본부장을 지냈고, 1기 내각에서 정무비서관으로 발탁됐다.
또 문재인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를 뒷받침할 예산국회 시기란 점을 고려하면 업무 연속성에 중점을 둬 내부 인사를 낙점한 것으로 풀이된다. 초선 출신으로 선수가 낮지만, 한 수석은 전병헌 전 수석 체제에서 정무비서관을 맡아 국회와 청와대를 오가며 여야를 두루 만나와 업무연속성이 높다는 평가다. 게다가 술을 한 병도 마시지 못한다고 해서 '한병도'라는 별명을 가졌지만, 친화력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장 한 수석이 할 일은 산더미다. 문 대통령의 지난 8일부터 7박 8일 간 동남아 3개국 순방 결과를 공유할 여야 대표 회담은 전 전 수석 사퇴로 미뤄진 상태고,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12월2일)을 나흘 앞두고 여야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 수석은 임명 발표 직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소야대 국회상황에서 중책을 맡게 되어 어깨 무겁다. 더 낮고 겸손한 자세로 일하겠다"며 "더 소통하고 대화하는 정무수석이 되겠다. 진심을 다해서 대통령을 모시고 국회와 청와대 간 소통의 다리가 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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