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출당을 주저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20일 당 윤리위원회에서 두 의원에 대한 '자진 탈당'을 권고한 지 20일이 넘었지만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홍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은 강행했음에도 두 의원과 관련해선 발언이나 행동을 자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직이 아닌 박 전 대통령과 달리 현직 의원인 서·최 출당의 경우엔 반드시 의원총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하지만 홍 대표는 아직도 의총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와 관련해 홍 대표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등 여러 가지 이유를 제기하고 있다. '성완종 녹취록'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당은 13일 의원총회를 가졌고 이 자리에는 홍준표 대표도 참석했다. 의총이 소집된 이유는 지난 9일 복당한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 탈당파 9인에 대한 친박계의 반발 때문이었다. 홍 대표는 '이미 다 논의된 일'이라며 복당이 완료됐다고 밝혔지만 친박계는 탈당파의 복당을 위해선 최고위원회 등의 의결이 필요하다면서 의총 소집을 요청했다.
의총이 열리기로 예정되자 이 자리에서 홍 대표와 친박계 간의 갈등이 폭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홍 대표와 친박계는 서·최 의원 출당 건부터 지속적으로 아슬아슬한 신경전을 벌여왔고 이번 의총이 그 절정이 될 것이란 분석이었다. 특히 서·최 출당 건을 놓고 강하게 부딪힐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막상 의총에서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몇몇 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홍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지만 홍 대표는 '화합'을 강조하면서 충돌을 피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최 의원에 대한 징계와 관련해서도 친박계 의원들이 징계 취소를 요구했지만 홍 대표는 "그것은 좀 나중에 보자"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김진태 의원은 의총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박 전 대통령 출당 및 서·최 출당에 관해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대표는 못 들은 척하고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한국당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몇몇 의원들이 친박청산에 대해 반발했으나 홍 대표가 피했다"라며 "홍 대표가 그 건에 대해선 조금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홍 대표가 서·최 의원에 대한 징계를 강행하는 것에 대해 당내 반발 등으로 인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 당내에선 친박계 의원들 외에도 서·최 의원 대한 출당은 '무리한 처사'라는 의견도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박 전 대통령 출당을 강행하며 어느 정도의 부담감을 짊어진 상황에서 서·최 의원까지 건드리는 것은 홍 대표에게도 '역풍' 우려 등을 주고 있단 분석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이날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와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서·최 의원에 대한 의총을 열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마 당 대표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정치라는 것은 외나무 다리를 건너는 게 아니다. 당 대표랑 저랑 이 문제를 한 번도 언급한 적 없지만 오랫동안 함께 정치해서 그런지 눈빛만 봐도 안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서·최 의원 출당과 관련해) 의총을 소집하는 것은 제 임기 동안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며 확신에 찬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선 서청원 의원이 홍 대표에게 불리할 수 있는 '성완종 리스트' 관련 녹취록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서도 홍 대표가 신경을 쓰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권 관계자는 "홍 대표가 '녹취록'을 걱정하지 않겠나"라며 "서 의원뿐만 아니라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도 갖고 있다는 것을 보니 실제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또 "홍 대표가 서 의원을 더 건드렸다가는 녹취록이 터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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