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리스크 반사이익 흡수 못한 與
대통령실의 쇄신 전 압박 어려워…당정갈등 우려
당원게시판發 내부 분열도 악재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발판 삼아 정국 반전을 꾀하려던 국민의힘이 딜레마에 빠졌다. 이 대표의 유죄 판결 이후 여당으로 시선을 돌린 국민들은 당이 대통령실에 추가적으로 쇄신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기대하지만 대통령실의 자체적인 움직임 전 섣불리 압박 수위를 높였다간 또다시 당정갈등에 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원게시판 논란으로 인한 내부 분열까지 불거지면서 분위기를 주도해야 할 여권이 오히려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꽤 오래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의 21일 결과 발표에 따르면,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는 30%로, 직전 조사보다 1p%밖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 15일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1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면서 국민의힘이 그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지지율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비하면 너무 적은 수치로, 결국 현실화되지 못했다.
이 대표의 선고를 기점으로 정국을 주도할 절호의 기회를 잡은 여권이 좀처럼 분위기를 이끌어가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한동훈 대표의 좁은 운신의 폭'이 꼽힌다. 변화와 쇄신의 공은 주체인 대통령실에 넘어갔기 때문에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 등 구체적인 변화가 선행되지 않는 한 한 대표가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실이 선제적으로 쇄신안을 보여주기 전 한 대표가 압박 수위를 높이게 되면 또다시 '엇박자가 난다', '본인 목소리만 낸다' 등 비판이 나올 것"이라며 "한 대표 입장에선 더 나아갈 수도 물릴 수도 없는 애매한 입장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은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게 아니라 '기다려야 할 때'인 것"이라며 "대통령실의 인적쇄신 정도와 내용을 보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 아니면 당정갈등만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대표와 그의 가족이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는 당원게시판 논란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당이 하나 된 모습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집안 싸움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한 대표의 직접 해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 대표는 이날에도 "자중지란에 빠질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대표로서 잘 판단해서 대응하겠다"고만 밝혔다. 논란이 2주 넘게 지속되고 있음에도 당이 당무감사 실시 여부에는 선을 그으면서 이를 두고 여권 분열의 지속은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당내 분열을 해결해야 전선을 외부로 강화하든가 할 텐데 지금은 안팎으로 싸워야 하는 상황이라 당력이 집중되지 못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당내 분열을 진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여당이 국면전환의 기회를 잡지 못 했다는 판단은 아직 섣부르다며 25일 예정된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와 28일 국회 본회의 등 남은 일정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도 나온다.
당 핵심 인사는 "아직 남은 이 대표의 선고도 있고, 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막아내면서 단일대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어수선한 분위기가 정리될 것이라고 본다"며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별개로 당은 민생에 초점을 두고 연말에는 성과를 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su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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