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혁 의정갈등 관련 "스스로 거취 택하라"
갈등 해결에 한동훈 정치적 입지 결정 전망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공백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2026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안'을 두고 불거진 당정 갈등 이후 한 대표는 이보다 더 진전된 입장은 내지 못하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 정부 인사에게 의료공백 사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면서 한 대표의 중재안이 힘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친한(친한동훈)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5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에게 모든 게 괜찮을 거라고 보고한 일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당사자 스스로 거취를 택하라"고 촉구했다. 의정갈등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물어 보건복지부 장·차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의료 공백 사태 대응이 참모의 '왜곡 정보 보고'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국정 브리핑에서 '의료현장에서 비상진료 체제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전날엔 의정부 성모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해 의료진과 만나 "그동안 정부의 수가 정책이나 의료제도가 이러한 어려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 같은 상황을 언급하며 "정부 의료개혁 방침이 알려진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정부 고위 책임자는 국민을 안심시키고 의사를 설득하고 정부의 신뢰도를 높이기는커녕 입장을 바꾸고 말실수를 연발하고 근거 없는 자신감을 내세우다 상황을 악화시켜 온 게 사실"이라며 "해마다 2000명씩 의사 늘리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정부의 주장은 신뢰를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의료개혁은 어렵게 시작했고 꼭 성공해야 한다"며 "그렇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 시작은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이는 의료개혁 주무부처의 장·차관인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2차관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최고위원은 회의가 끝난 후 '책임을 져야 하는 주체가 박민수 차관을 지칭한 것인지' 묻는 취재진의 질의에 "책임 있는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지금 당장 크게 국민을 좌절시킨 분이 계시지 않나. 대통령의 말이 그렇게 바뀌게 한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고 답했다.
나경원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 '진격시사'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 실행하는 부처의 장들인데 이러한 부분을 조정하고 해결하기보다는 순간순간 잘못된 발언 등으로 갈등을 더 증폭시킨 부분도 상당히 있다"며 "책임부처의 장들은 물러나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이미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할 신뢰 관계가 완전히 깨졌다"며 "이제는 새 판을 짜줘서 새로운 협상 판으로 이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 대표가 고동진·안철수 의원 등 6명 의원과 가진 조찬 자리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공백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와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앞서 '2026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안'을 제시하며 의정갈등 해결을 두고 대통령실과 견해 차이를 보였다. 이후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여당 연찬회에 참석하지 않는 등 당정갈등 논란이 불거졌고 더 나아간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한 대표는 의료대란 대책과 관련해 "당 의료개혁특위를 보강해 응급실 등 의료현장의 상황을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찾아 나가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응급실과 수술실 등 의료 현장의 공백과 불안이 생기는 것을 챙기는 것이 집권 여당의 중요한 임무"라며 "당 복지위 소속 의원들도 상황을 면밀히 챙기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주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기 위해 ‘2026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안’에 대해 정부와 여야가 터놓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한 대표의 의견에 힘을 는 것과 동시에 한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대표가 어떤 방안으로 의정갈등을 해결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 문제를 풀어내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한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당 내부의 '부처 책임자 경질론'을 활용해 의정갈등을 잘 풀어나간다면 리더십을 인정받겠지만 반대의 경우 오히려 정치력을 의심받을 수 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증원 유예안을 제시하는 등 한 대표가 계속해 돌파구를 열려고 시도하지만 그 이상이 없었다"며 "그렇게 되면 진정성이 없는 '보여주기' 또는 위기를 다른 이슈로 덮기 위한 '위기 모면'으로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차관에 사퇴하라고 요구한 게 멈춰 있던 상황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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