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 혐의 판결 10월 예상
김경수-김동연-김부겸, 비명계 구심점 될까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관련 일부 판결이 10월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치권 일각에선 '10월 위기설'이 떠오른다. 판결에 따라 '이재명 체제'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복권과 맞물리면서 비명계 인사들의 움직임에 다양한 해석이 붙는다. 다만 총선과 전당대회를 거치며 '이재명 일극체제'가 확고하게 자리 잡은 데다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10월 위기설'은 과장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10월 위기설'은 10월 중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 결과가 나올 것이라 예상되며 불거졌다. 공직선거법상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 또는 기타 사건으로 금고형 이상의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이 대표는 당대표로서 리더십에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피선거권이 박탈될 수도 있다.
정치권의 시선은 비명계 인사들에게 쏠린다. 특히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김동연 경기도지사·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 대표적인 인사들을 두고는 '비명 3김(金)'이라는 말도 나온다. 연말 귀국 예정인 김 전 지사는 복권 후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며 기대를 모으는 모습이다.
김 지사는 최근 '김대중정부 출신'임을 강조하며 윤석열정부를 향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김 지사는 26일 '친문 핵심'인 전해철 전 의원을 도정자문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전 전 의원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정권에서 장관을, 참여정부에서는 수석을 역임했다"며 '정무적 역할'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정치적 역할에 대해서도 (김 지사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다면 함께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이 좀 더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이뤄낼 수 있길 바라고, 그에 따른 내 역할을 하겠다"고 답했다.
김 전 총리도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언제까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대한민국 공동체를 책임지겠다고 할 거냐"며 이 대표를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강성지지층에만 호소하면 단합 측면에서는 좋다"면서도 "나하고 다른 의견을 가진 소수자들의 목소리들이 존중받아야 민주주의라는 가치가 유지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총리는 "제가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 김대중·김영삼 대통령은 당을 장악할 때 평균적으로 60~70% 지지율을 가지고 당대표가 되고, 비주류 몫을 인정하면서 당을 운영했다"며 "그런 점에서 이 대표가 90%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는 것이 크게 국민적 감동을 줄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탄핵·거부권 정국을 언급하며 "유연한 리더십을 보이는 게 오히려 이 대표가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갈 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비명계 전직 의원 15명은 '초일회'라는 모임으로 활동을 시작하며 세력화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친문계 인사들이 중심이 돼 만들어진 민주주의 4.0 연구원도 조만간 총회를 거쳐 재정비에 나선다.
당내 분위기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계파색이 옅은 한 법조인 출신 의원은 통화에서 "2심도 아니고 1심이면 확정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당원들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알고 있고 그러면서도 확고한 지지를 보이고 있다"며 "1심 결과로 이 대표에게 내상은 있겠지만 큰 틀에서 당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당원들, 당 지지자들에게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봤다.
또 다른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 말고 대안이 없다는 위기감이 당내에 있다. 판결에 따라 대안을 얘기할 공간은 생길 수 있다"면서도 "지금 지도부가 친명 지도부다. 뿐만 아니라 이미 총선을 거치며 당에 친명 아닌 의원들이 없다고 봐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맡은 김우영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치에서는 적절한 경쟁자가 상당히 중요하다. 같이 뛰어야 한다"며 "이 대표는 혼자 뛰어왔다. 김 전 지사, 김 전 총리 같은 분들이 함께 뛰어주면 힘이 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른바 '3김'을 두고 '친문 세력의 재결집'이라고 보는 시각에 대해 "대통령께서 은퇴하셨고 국가의 원로로서 여야를 뛰어넘어서 대한민국이 잘 되기를 조언하신다"며 "이 안에서 대통령님을 두고 '친 어쩌고'하는 건 결례에 가깝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의 판단은 엇갈린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유죄가 나온다면 국민의 민심이 달라질 수 있다"며 "강력한 대선후보이자 야당대표인 사람에게 이런 판결이 나온다는 것 자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치적인 탄압'이라는 주장만 반복적으로 한다면 민심이 안 따라갈 것"이라며 "민심을 바탕으로 당내 반발 기류가 형성될 수도 있다"고 했다.
반면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통화에서 "'이재명 체제'가 흔들린다거나 민주당에 위기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중요한 건 당원들의 지지"라며 "사법리스크는 오래전부터 제기된 것이기 때문에 이미 반영돼 있다"고 분석했다. 김 평론가는 이른바 '김경수 대망론'에 대해서도 "김 전 지사가 혼자 뭔가를 보여준 게 없다. 정치력으로 위기를 뚫고 지지세를 결집하는 모습을 보인 적 없다"며 "이재명 체제가 무너진다거나 민주당 분열로 이어질 것이란 해석은 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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