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통령실에서 사퇴요구 있었으나 거절"
대통령실 "공천에 대한 우려" 한발 물러서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취임 한 달도 안 돼 윤석열 대통령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면서다. 한 위원장도 이를 인정하며 22일 "대통령실의 사퇴요구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표면적으로는 김경율 비대위원의 사천논란을 들었지만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한 위원장이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발언한 것이 문제가 됐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윤 대통령이 이날 오전 예정된 일정을 취소한 가운데 대통령실은 추가 대응을 자제하며 갈등 봉합 여지를 남겨뒀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퇴 요구를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제 입장은 변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19일 김 여사 의혹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며 '사과 필요성'에 무게를 뒀다. 지난 18일에는 "함정 몰카"라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그렇지만 전후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사퇴 요구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와 기대를 철회했다'는 보도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철학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17일 한 위원장이 김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선언한 데 대해 사천논란이 일었는데 이를 지목한 것이다.
대통령실 설명과는 별개로 정치권에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한 위원장의 입장이 도화선이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위원장의 발언이 있은 바로 다음 날인 19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의 의혹에 대해 "선친과의 인연을 앞세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라며 김 여사가 정치공작의 피해자임을 강조했다. 특히 한 위원장이 영입한 김 비대위원이 김 여사의 직접 설명과 사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한 것에 대해 대통령실이 격노했다는 전언이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이철규 당 인재영입위원장도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그건 몰카 공작"이라며 "그걸 가지고 피해자에게 사과하라고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생각이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과는 불법이나 과오가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불순한 목적을 가진 분이 몰카를 갖고 들어갔다. 남의 동의를 받고 들어가도 불법 목적으로 들어가면 주거 침입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거기에 무슨 국정의 혼선이나 난맥이 있었나. (김 여사가) 그들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 있나. 있는 대로 봐주면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준석 전 대표, 김기현 전 대표 때와 똑같은 방식"이라고 말했다. 갈등을 언론에 흘려 공개한 뒤 친윤계 의원들이 나서 사퇴를 압박한다는 것이다. 다만 김 전 대표 때와는 달리 친윤계 의원들의 뚜렷한 움직임은 아직 없다. 전날(21일) 국민의힘 의원 단체 텔레그램 방에서 친윤계 이용 의원이 '윤 대통령의 한 위원장 지지 철회' 기사를 공유했으나 이후 '연판장' 같은 단체 행동은 없다. 한 위원장이 취임하고 공천관리위원회도 출범한 이상 대통령실이 공천에 개입할 여지가 줄었다는 점도 있다.
대통령실의 당무개입 논란도 부담이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이에 대해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정치 중립 위반이라고 판단한다"며 "검토를 거쳐 법적 조치할 것이 있으면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기소될 당시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당에서 의원 여러 명이 연명을 통해 집단적인 의사표시가 나올 경우에 한 위원장이 계속 그 직을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 위원장이 당에 뿌리가 있어서 생각을 같이하는 의원들이 많거나 그런 것도 아니다"라며 "당원 투표로 선출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비대위 체제는 항상 이렇게 불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소속의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아무튼 대통령을 이기는 비대위원장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한 위원장이) '내가 할 일을 하겠다'고 저항하지만 종국적으로는 견딜 수 없을 것"이라며 "권력투쟁에서 대통령을 이기면 되겠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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