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1→20대 1로…3배 강화된 권리당원 표 반영 비율
비명계 "공천 앞두고 사당화 추진하는 것" 발끈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내년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의 표 반영 비율을 기존보다 3배 높이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 중이다. 비명(이재명)계 의원들은 '개딸(개혁의 딸) 정당'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이 대표는 '표의 등가성'을 맞추기 위한 점진적 수준이라며 사실상 강행 의지를 밝혔다. 오는 29일 의원총회에서는 권리당원 표 비중 확대를 두고 당내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27일 오전 당무위원회에서 권리당원 대 대의원 표 반영 비율을 20대 1 미만으로 조정하는 개정안을 의결했다. 현행 당규에 따르면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국민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여론조사 5%를 반영해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했다. 반면 개정안은 권리당원과 대의원을 합쳐 70%, 국민 여론조사와 일반당원 여론조사를 합쳐 30%를 반영하기로 했다. 또 개정안은 권리당원과 대의원의 표 반영 비율을 20 대 1 이내로 조정한다. 이렇게 되면 기존 권리당원 60표가 대의원 1표였던 방식에 비해 권리당원의 표 비중이 3배 이상 높아진다. 민주당은 지난 23일 최고위원회에서 해당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의원제 권한 축소는 앞서 친명계 인사들을 비롯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제기된 주장이다. 권리당원과 대의원 사이 '표의 등가성'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선 이후 이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이 대폭 권리당원으로 유입된 만큼, 권리당원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팬덤'을 기반으로 한 이 대표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은경 혁신위'에서도 지난 8월 대의원제 권한 축소를 주문한 바 있다.
이 대표도 '표의 등가성'을 적용하겠다며 입을 열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의 등가성은 매우 중요한 가치"라며 "한 걸음씩 이렇게 점진적으로 바꿔 나간다는 점들을 이해하고 용인해 주시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비명계 의원들의 반발에 대해서는 "당이라고 하는 것은 다양한 입장이 있는 게 기본이다. 또 제도라는 것은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게 아니라 서로 양해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견이 나오는 상황은 논의를 거치겠다고 덧붙였다.
개정안은 다음 달 7일로 예정된 중앙위원회에서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표결을 통해 개정된 당헌·당규는 내년 8월 전당대회부터 적용된다.
비명계를 중심으로는 대의원제 권한 축소에 강하게 반발했다. '팬덤 정치'의 수혜를 누리는 이 대표가 대의원제 권한을 축소해 사실상 '사당화'를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는 주장이다.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하는 시기를 두고도 비명계는 공천을 앞둔 시점에서 의원들이 당 지도부에 반발할 수 없도록 입막음할 수 있는 때를 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중앙위 투표에서도 당 지도부의 결정이 뒤집힐 일은 없을 것이라며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상식과원칙' 소속 이원욱 의원은 27일 이재명 지도부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 때 권리당원 투표 가중치 비중을 대폭 높이기로 한 데 대해 "얼마나 갈 거라고 이러는지...권불삼년(權不三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거늘"이라고 질타했다.
조응천 의원도 같은 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지도부나 강성 의원들은 이미 전당대회와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 등을 거치며 (자신들에게) 정치적으로 든든한 배경이 되고 힘이 되는 것은 '팬덤'이라는 것을 느꼈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스스로 (팬덤을) 약화시키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청년, 여성 비하 논란 막말과 혐오 속에 민주당이 망가져 가는데 오로지 이재명 지키기와 생각이 다른 이들 찍어내기, 철저히 당내권력 사수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세력을 보자니 당의 미래가 암담하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오는 29일 선거제도 개편안에 대한 총의를 모으기 위한 의원총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일부 의원들은 대의원제 권한 축소에 대한 의견을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 지도부(권칠승 수석대변인)가 추진 배경에 관해 "20대 1 정도는 그래도 당내 공감이 있는 범위라고 판단한다"며 대의원제 권한 축소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밝힌 만큼, 당내 강한 반발이 있더라도 결국 지도부의 의지가 관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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