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대비 원내·외 정치인 줄줄이 출판기념회
수년째 규제 마련 뒷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내년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현직 국회의원과 선거를 준비하는 원외 인사들이 출판기념회나 북 콘서트를 앞다퉈 열고 있다. 사실상 책을 명목으로 후원금을 받으며 지지자들을 결속하는 정계의 오랜 관행이 반복되고 있는데, 출판기념회를 폐지하거나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오후 국회에서는 현역 의원들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행사 시작 전부터 많은 사람이 몰렸고, 이들은 행사장 입구 앞에 마련된 데스크에서 책(여의도 렉카)을 샀다. 정가가 2만 원인 책을 현금으로 구매했다. 개인당 2~3권씩 사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경남 창원에서 왔다는 한 50대 여성은 "의원님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책을 샀다"며 즐거워했다.
또 다른 의원 출판기념회에서도 약 100여 명의 참석자가 기꺼이 지갑을 열어 마련된 현금함에 봉투를 넣었다. 본 행사에서 단상에 오른 한 내빈은 "저희 의원님, 내년에 꼭 재선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치 선거 출정식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었다. 두 출판기념회 모두 동료 의원이 축하해주는 소위 '품앗이'는 공통으로 목격됐다.
앞으로도 의원의 출판기념회와 북 콘서트가 이어진다. 국회에 따르면 민홍철·전용기·정일영 의원(25일), 황운하 의원(26일), 김민석·이동주 의원(29일)의 일정이 예정돼 있다. 오는 24일 개최 예정인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북 콘서트에는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업무방해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잃은 최강욱 전 의원이 지원사격에 나선다. 원외에서도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정치권 인사들이 줄줄이 출판기념회로 얼굴을 알릴 예정이다.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출판기념회가 봇물 터지듯 열리는 건 내년 총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의원실 소속 한 보좌 직원 A 씨는 <더팩트>와 만나 "현행법에 따라 선거 90일 전에는 출판기념회를 열지 못하는 데다 12월은 각자 연말 일정이 바쁘기 때문에 최근 출판기념회가 많이 열리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역 의원은 세 확장과 합법적인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고, 정치 신인 등은 얼굴 알리는 홍보 목적이 강하다"고 말했다.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현금이 오가다 보니, 편법적인 후원금 모금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의 정치 후원금 계좌에 찍히는 것과 모금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출판기념회는 정치 후원금과 달리 경조사로 분류돼 별다른 규제도 받지 않고, 모금 한도나 모금액 명세의 공개 의무도 없다. 때문에 '깜깜이' 모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국회 보좌진 출신 B 씨는 통화에서 "정당, 인지도, 선수(選數), 규모를 가를 장소와 지역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출판기념회나 북 콘서트를 한 번 개최하면 2000만 원 이상 남기는 것으로 안다"면서 "출판기념회에서 벌어들인 구체적인 후원금 액수를 의원과 최측근 외엔 알기 어렵고, 또 이만한 방법도 없어 선거철만 다가오면 요즘과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금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지만 정작 국회는 뒷짐만 지고 있다. 2014년 출판기념회가 '뇌물 통로' 논란에 직면한 2014년에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 법안을 냈지만, 끝내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대 국회 때인 2018년에도 1인당 한 권으로 판매를 제한하고 수입과 지출 내역의 회계보고 의무화를 골자로 한 법안도 마찬가지로 폐기됐다.
스스로 자정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언근 전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는 통화에서 "정치자금을 확보할 목적임에도 규제가 마땅치 않아 편법적으로 책 판매가 활용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며 "저서를 정가로 판매하고, 받은 돈은 정치자금처럼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해 투명성을 키워야 한다. 정작 이 문제에 대해 의원들이 정당을 떠나 자기의 이익을 위해 애써 모르는 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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