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혁신 외치다 집토끼 잃어" "추미애·박지원 나가야"
총선기획단 출범…인선 '친명 일색' 비판도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최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이른바 '영남 스타 의원 험지 출마'를 언급하며 당내 중진 혁신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여당 내에서도 회의적 반응이 나오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중진 험지 출마는 혁신이 아니라 '선거 패배의 원인'이라며 당내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일부는 민주당 소속 전직 의원이었으나 내년 총선에 다시 등장할 '올드보이' 원로들이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며 바통을 넘기는 모습이다.
인 위원장은 최근 방송 인터뷰 등에 나와 인지도가 높은 영남 의원들이 내년 총선에서는 수도권에 출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에서 '정치 신인'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당내 중진들이 승패를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수도권으로 출마해 당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다.
앞서 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에서도 다선 의원의 용퇴 주문은 있었다. 김은경 위원장은 지난 8월 혁신안 발표 당시 다선 의원·의원 출신 원로들 등을 향해 "당을 위해 불출마 결단을 내려주시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혁신위가 조기 해산하면서 혁신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중진 의원의 험지 출마론 제기에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우선 당내 계파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경우 공천권을 가진 당 지도부가 이른바 '자객 공천'을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당 혁신을 이유로 비명계 중진들을 공천에서 탈락시키거나 험지에 출마시킬 경우, 해당 의원들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된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자객 공천' 가능성에 대해 1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대부분 이재명 대표와 가깝다고 이야기하는 건 정치신인이나 도전자들의 자가발전이지, 전혀 이재명 대표와 연관된 분들은 없다"며 '중진 험지 출마론'과 관련해서도 "당이 강제적으로 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 비명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본인이 사법 리스크를 갖고 있는 이 대표 체제에서는 공천 리더십이 실종될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누구에게 어떤 혁신을 요구할 수 있겠나"라며 회의적 반응을 내놨다.
또 중진 의원들이 험지에 출마하는 것이 당 혁신이 아닌 '집토끼'를 잃는 실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중진들이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것은)정치를 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 그 지역에서 오래 터를 잡고 정치해 온 사람더러 갑자기 난데없는 데로 가라고 하면 그 사람이 정치를 잘하겠나. 역대 선거에서 험지 출마로 당선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은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당내 원로'들에게 험지 출마를 요청하기도 했다.
진성준 의원은 지난달 31일 YTN 라디오에서 "우리 당의 간판급 정치인들도 그런 결단(험지 출마)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두 사람을 언급했다. 이어 진 의원은 "이런 분들이 그야말로 선당후사 자세, 전국적으로 민주당 바람을 일으켜 보겠다는 자세로 험지 출마를 자원해 주면 좋겠다"며 "그 뒤를 따라서 현역 간판 의원들도 그런 결단을 하면 당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총선을 앞두고 '공천 개혁'을 통해 당을 쇄신하자는 의견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하는 시선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지역구 중)누가 나가더라도 당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의 경우, 후배들을 위해 선배들이 비켜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라며 "그렇게 기회를 주지 않고서 어떻게 신인들을 발굴할 수 있겠나. 중진들도 자기 걱정들만 할 때가 아니라 사회 불평등 해소를 위해 어떻게 정치에 새로운 피를 수혈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총선기획단 출범을 알리며 15명 중 13명의 인선을 발표했다. 2명은 추후에 임명할 예정이다. 총선기획단은 여성, 청년, 원외 몫으로 원내외 인사들을 위원으로 포함시켰다. 여성, 청년 비율이 30% 이상이라는 것이 민주당의 설명이다. 조정식 사무총장이 단장을 맡았고, 정태호 민주연구원장,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 등이 당연직 기획위원으로 들어갔다. 조 사무총장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는 비명계에서는 기획단 구성이 '친명계 일색'이라며 불만감을 표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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