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개선' 성과 부각할 듯
역대 대통령들, 관저 머물며 조용히 정국 구상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취임 후 첫 추석 연휴에 '밥집 아저씨'로 변신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추석 연휴에는 일본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피해자를 초청해 만난다. 올해 급진전된 한일 관계 성과를 부각하는 한편 소구력 있는 '명절' 메시지를 담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또한 제1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후폭풍 등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과 맞물려 정국 구상을 숙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석 명절은 민심이 한데 모이는 역할을 하면서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시점이다. 최장 6일간의 긴 연휴인 만큼 윤 대통령은 이번에도 개인 휴식 일정 외에 여러 개의 공식 일정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운 대변인은 "추석 연휴기간에도 시민들, 특히 서민들과 청년들, 연휴에도 일하는 공무원들과 군인들과 함께 더 넉넉하고 더 따뜻한 일정들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예고했다.
우선 일본 원폭 피해자들은 초청한다. 지난 5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당시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해 원폭 피해 재일 동포들과 간담회를 갖고 "고국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한 약속을 이행하는 차원이다.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원폭 피해자들도 간담회에 초청받아 참석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양국 관계의 난제인 일본 강제징용자 배상 문제의 해결책으로, 한일협정 당시 청구권자금으로 수혜를 받은 국내 기업이 출연 기금을 조성해 피해자 배상금을 내도록 하는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한 바 있다. 야당 등 여론이 들끓었지만 밀어붙였고, 이를 계기로 한일 정상이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12년 만에 서틀외교를 복원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5월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에 참배하는 장면은 한일 관계 개선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당시 합동 참배에는 10명의 동포 원폭 피해자들도 참석했었다. 추석 연휴 기간 이들과 다시 만나 위로의 뜻을 전하는 한편, 양국 관계가 미래발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다시 발산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충전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혼란스러운 정국을 어떻게 끌고 갈지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30%대 중반대로 머물러 있어 추석 연휴를 계기로 대통령실 개편 등 인적 쇄신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높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야당 지도부 교체 등 정치 상황에 따른 국정운영 방향도 고려할 대목이다. 이와 함께 전통시장 방문 등 민생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역대 대통령들은 추석 연휴 기간 정국 구상과 휴식 등 개인 시간에 집중하거나, 적극적으로 민심을 보듬는 행보를 보이는 등 스타일이 각양각색이었다.
윤 대통령은 1년 전 처음 맞이하는 추석 연휴 기간 평상시 일과에 버금가는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연휴 첫날에는 명동성당의 노숙인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을 찾아가 분홍색 앞치마를 두르고 직접 김치찌개를 끓여 어르신들에게 대접했다. 이어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을 깜짝 방문해 명절 민심을 청취했다. 추석 당일에는 서울의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방공중대를 찾아 장병들과 점심을 함께 하고 장병의 부모님들에게 영상 전화로 아들의 안부를 전하는 등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국민 밀착형 행보를 보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취임 후 처음 맞이하는 추석 연휴에서 적극적인 소통 행보가 돋보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올 한가위는 여성과 남성이 모두 함께 즐거우면 좋겠다"며 성평등 메시지를 내는가 하면, 다음 날엔 생방송 라디오에 일일 교통 통신원으로 출연했다. 또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해 TK(대구·경북) 민심을 다독였다. 이후 다른 해에는 고향인 경남 양산을 찾거나, 유엔 총회 일정과 겹치면서 조용히 보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청와대에 머물며 추석 연휴를 조용히 지내는 편이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묘소가 있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으로 성묘를 다녀왔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는 전통시장을 찾아 민생 행보에 나서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공중파 방송사의 추석특집 아침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대통령 부부의 사람 사는 이야기'라는 주제로 작고한 모친을 언급하며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서민 대통령' 이미지를 띄우려는 의도라는 평이 나왔다.
이 외에 대통령기록관에 따르면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2년 추석 연휴를 청남대에서 보낸 것으로 나온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추석 때마다 노인복지시설, 사회복지시설, 서울역 등 서민과의 소통행보를 이어 나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취임 첫해인 1998년 추석 때 아동복지시설과 중소기업을 방문해 민심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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