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특별감찰관, 여야 합의 먼저" 원론적 입장
與도 논의 소극적…친인척 비리 감찰 시스템 부재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장모의 법정구속, 서울~양평 고속도로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독립적으로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여야가 먼저 합의해야 한다"며 소극적인 기류라 7년째 공석인 특별감찰관제가 재가동되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특별감찰단 임명을 통한 전면쇄신을 촉구하며 압박하고 있다.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가 349억 원의 통장 잔액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고,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관련 대통령 처가 특혜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다. 특히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준 적이 없다"라고 한 발언이 재조명받으면서 대통령 친인척 관리 시스템을 조속히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친인척 비리 의혹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침묵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닐 뿐만 아니라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처사"라며 특별감찰관 도입을 공식 촉구했다.
특별감찰관제는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 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 등을 상시적으로 감찰하는 제도로, 법 제정을 통해 박근혜 정부 때 도입됐다. 특별감찰관은 국회가 후보 3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며 대통령 소속 독립기관이다. 특별감찰관은 국정농단 사태의 단초가 된 '미르재단 불법모금' 건을 포착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첫 특별감찰관인 이석수 변호사 사퇴 이후 7년째 공석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역할이 중복된다며 임기 내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당선 직후인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특별감찰관에 대해 "당선인은 늘 일관되게 법과 원칙이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특별감찰관제 정상 가동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취임 후 태도는 바뀌었다. 지난해 5월 대통령실은 사정컨트롤타워 기능이 사라지는 등 여건이 달라졌다며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는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민정수석실이 폐지되며 대통령실로 들어오는 사정 정보가 전면 차단됐기 때문에 각 수사 기관별로 대통령 가족이나 측근 비리 혐의가 있으면 시스템에 따라 수사하면 된다는 논리였다. 당시 대통령실은 권력형 비리를 감시할 새로운 시스템을 구상 중이라고도 밝혔다. 이에 '내로남불' 논란이 일면서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이 곧바로 "전혀 근거 없다"며 일축했고,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특별감찰관 추천과 관련해 6·1 지방선거 이후 야당과 협의하겠다며 진화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 이후에도 여야는 특별감찰관 논의를 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관저 리모델링 사업 수의계약 특혜 의혹이 보도되면서 특별감찰관 인선이 다시 조명받았지만 이때도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맞물리면서 여야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유야무야됐다.
특별감찰관 임명이 속도를 내기 위해선 여당이 후보자 추천에 적극적이어야 하지만 대통령실 기류를 살피는 탓에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번에도 여야가 먼저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에 합의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야당의 특별감찰관 임명 요구에 "특별감찰관이라는 자리는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서 와야 되는데, 지금 국회에서 아무런 요청이 오지 않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국회의 제도적·법적 이행 문제라며 국회가 먼저 움직여줘야 한다고 공을 넘긴 것이다.
대통령실 입장 표명 후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특별감찰관 임명 촉구와 관련해 향후 추진 의지를 밝히는 대신 문재인 정부 당시 민주당이 여당 시절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 입장만 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여당이 되자 문(文)정권과 민주당은 태도를 돌변했고, 국민의힘의 특별감찰관 도입 요구를 번번이 거부하지 않았나"라며 "민주당이 대체 무슨 낯으로 지금 특별감찰관제를 이야기하나"고 꼬집었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특별감찰관제 재가동 여부를 두고 장고할수록 이전 정부처럼 '내로남불'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김기현 당시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과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을 향해 "특별감찰관이 그렇게 필요하다고 하던 사람들이 막상 자기들이 권력을 쥐자 임명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내로남불"이라고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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