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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연대의 섬, 소록도⑤] "나의 작은 속죄!"…감동과 울림의 2박 3일(영상)

  • 정치 | 2023-07-20 00:00

日 공식 사과 이끈 한일변호단
다시 소록도…가족 보상 청구 진행
"과거사 해결 대전제는 가해자의 책임 인정"


소록도의 눈물을 닦아준 한일 변호단.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2박 3일 동안 한일변호단과 함께했다. /순천=박숙현 기자
소록도의 눈물을 닦아준 한일 변호단.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2박 3일 동안 한일변호단과 함께했다. /순천=박숙현 기자

"지난 12년 간 냉각됐던, 특히 지난 정권에서 방치되고 단절된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가 복원됐다." 윤석열 정부는 자평했지만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제3자 배상 등 미완의 한일 과거사는 여전히 정치적 난제로 남았다. 어디서 답을 찾을까? <더팩트>는 한일 변호단이 매듭을 풀어낸 '소록도 한센인 소송'에서 찾기로 했다. 한일 변호단은 2006년 일본 '한센인보상법' 개정부터 2021년 한센인 가족 보상 청구까지, 달걀로 바위치기 같던 일들을 하나씩 풀어내고 있으며 아직도 남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3년 6월 다시 소록도에 모였다. <더팩트>는 이들과 일정을 함께하며 한일 과거사 문제의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 방향을 모색하고, 한센인을 향한 편견의 역사를 조명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소록도(전남 고흥)=조채원·박숙현·김정수 기자] 15명의 한일 변호단이 소록도에 모였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진행 중인 '한국 한센인 가족 보상 청구' 작업의 현황을 점검하고 국립소록도병원 관계자, 한센인 가족 당사자들을 만나 협조를 구하는 한편 앞으로의 추진 방향을 정하기 위해서다. <더팩트> 취재진은 2박 3일 이들과 동행했다.

취재진은 지난달 29일 부산 김해공항에서 이정일·서중희 변호사와 함께 일본 변호단을 맞았다. 오츠키 노리코, 가메이 마사테루, 사코다 마나부, 사코다 도키코, 도쿠다 야스유키, 구니무네 나오코, 아유코 마치코 변호사가 차례로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 소록도 한센인들이 일본 정부에게서 사과·보상을 받은 근거가 된 2001년 '구마모토 판결'의 주역들이다.

이어 순천역에서 박영립, 조영선, 이영기, 민경한, 장철우, 한석종 변호사 등 한국 변호단도 합류했다. 한일 변호단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양측 변호단 3, 4명 정도만 서로의 언어를 일상회화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었던 점은 예상 밖이었다. 이들에게 언어는 장벽이 될 수 없었다. '과거사 치유'라는 뜨거운 공동의 목표와 서로를 향한 깊은 배려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변호단은 한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일본 변호단을 위해 식사 때 김을 따로 사오는 등 세세하게 챙겼다.

둘째 날인 30일 변호단은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박물관에서 소록도 한센인 가족들을 만났다. 변호단은 2021년 4월부터 한센인 가족 보상 청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 6월 말 기준 28명이 보상을 인정받았고, 10명은 청구를 취하해 110명이 남았다.

전남 고흥 소록도 한센인들의 일본 정부 배상 소송을 진행 중인 한국 변호사 8명, 일본 변호사 7명이 다시 한국을 찾았다. 2021년 시작한 한국 한센인가족피해자 소송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마가렛·마리안느 전망대에서 바라본 소록도와 녹동항을 잇는 연륙교. / 고흥=조채원 기자
전남 고흥 소록도 한센인들의 일본 정부 배상 소송을 진행 중인 한국 변호사 8명, 일본 변호사 7명이 다시 한국을 찾았다. 2021년 시작한 한국 한센인가족피해자 소송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마가렛·마리안느 전망대에서 바라본 소록도와 녹동항을 잇는 연륙교. / 고흥=조채원 기자

"지금 신청해서 된 사람이 몇 명이고, 앞으로 할 사람이 몇 명이오?"

국내 '한센인 가족 보상 1호' 청구인 강선봉 씨의 말은 다소 공격적으로 느껴졌다. 청구를 돕기 위해 일본 각지에서 온 변호사들에게 이렇게 벌컥 화를 내나 싶을 정도였다. '첫 단추를 잘못 꿰놓고 왜 옷이 삐뚤어졌냐고 물으면 뭐라 답해야하느냐'. 듣고 나니 강씨의 분노는 정당했고, 정제되기까지 한 것이었다. 한참 쏟아내던 그는 "일본 후생성에 꼭 전달하겠다"는 오츠키 노리코 변호사의 답을 들은 후에야 "조금은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대를 이은 차별과 편견에 누구보다 깊은 상처를 안고 살던 한센인들이다. 지금은 웃으며 마주 앉아 있지만, 소록도에 온 일본 변호사들은 19년 전 처음 더 따가운 의심의 눈초리를 견뎠을 테다.

'당신은 왜 한센인 소송·보상청구에 뛰어들었는가'. 특별히 일본 변호사들 모두에게 답을 듣고 싶었다. 일부의 답을 소개한다. 사코다 마나부 변호사는 "내가 할 수 있는 극히 작은 속죄"라고, 가메이 마사테루 변호사는 "끔찍한 과거가 이상하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했다. '가해자의 역사적 책임 인정과 사죄'를 강조한 도쿠다 야스유키 변호사는 일정 내내 '죄송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피해자의 마음이 풀어질 때까지 묵묵히 그 이야기를 듣고, 같은 자리에서 무수히 사과를 반복했을 나이 든 변호사의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서 잊히지 않는다. 수 없이 고개를 숙였지만 한 인간으로서의 그는 누구보다 떳떳한 모습이었다.

한일 변호단은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박물관에서 한센인 가족들과 약 30분 면담했다. 한센인 가족임을 '증명'해달라는 일본 정부 요구가 한센인 가족들에겐 답답할 노릇이다. 일본 변호단은 면담 내용을 일본 정부에 잘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테이블 왼쪽부터 도쿠다 야스유키(徳田靖之), 오츠키, 구니무네 나오코(国宗直子), 아유쿄 마치코(鮎京眞知子) 변호사. 테이블 오른쪽은 강선봉 씨 등 소록도 주민. /소록도=박숙현 기자
한일 변호단은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박물관에서 한센인 가족들과 약 30분 면담했다. 한센인 가족임을 '증명'해달라는 일본 정부 요구가 한센인 가족들에겐 답답할 노릇이다. 일본 변호단은 면담 내용을 일본 정부에 잘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테이블 왼쪽부터 도쿠다 야스유키(徳田靖之), 오츠키, 구니무네 나오코(国宗直子), 아유쿄 마치코(鮎京眞知子) 변호사. 테이블 오른쪽은 강선봉 씨 등 소록도 주민. /소록도=박숙현 기자

'한센인 피해'는 일본 정부로부터 보상에 사과까지 받은 선례다. 이로부터 강제동원(징용)과 위안부 등 다른 한일 과거사 문제를 단번에 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가해자의 역사적 책임 인정이 대전제"라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마주하면서 한편으론 힘이 빠지기도 한다. 지난 20년간 변호단이 어렵게 한 걸음씩 내디뎠던 길을 앞으로도 많은 이들이 뒤따를 것이라 믿기에 또 다른 희망을 품고 2박 3일의 뜨거운 일정을 마쳤다.

이번에 소록도를 처음 와봤다는 사코다 변호사 부부의 초등학생 딸은 한국 여자 아이돌 '르세라핌'을 좋아한다고 한다. 아픈 과거사는 현 세대가 매듭짓고, 한일 양국의 미래세대는 부디 좋아하는 가수나 문화를 마음껏 즐기며 끊임없이 교류하길 바란다.

앞선 기사에서는 '가해국'인 일본 변호인단을 더 조명하게 된 측면이 있다. 식민지배 과거사를 바라보는 일본의 태도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기에 큰 감동으로 다가왔던 탓이다. 그러나 한국 변호인단의 노고 역시 이들에 못지 않았음을 안다. 이 기회를 빌려 글로 다 적을 수 없는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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