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상 '국민'은 상징적 존재, 광화문 촛불은 '조직화된 대중'"
김영호 후보자, '박근혜 탄핵' 헌재 결정 '전체주의 극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01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한 '촛불집회'에 대해 "한국 사회에서 전체주의적 사고의 일상화가 본격화된 계기"라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김 후보자는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결정한 것을 두고는 "선동에 의해 본격화된 전체주의적 사고의 극점"이라며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야당 쪽에서 뉴라이트 성향의 학자로 '대북 강경파'인 김 후보자는 통일부 장관에 부적합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김 후보자의 정치적 편향성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더팩트> 취재 결과 김 후보자는 2019년에 낸 저서 <미중 패권전쟁과 위기의 대한민국>에서 "한국 사회에서 전체주의적 사고의 일상화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 계기는 촛불시위였다. 이 시위에 등장한 것이 '전체주의적 국민주권론'"이라며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에 나오는 국민주권론의 '국민'은 상징적 존재이다. 이때 '국민'은 광화문에 촛불을 들고나온 '조직화된 대중'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자유민주주의적 국민주권론'은 마치 광화문에 촛불을 들고나온 사람들을 '국민'으로 선동하는 '전체주의적 국민주권론'에 의해서 부정되고 말았다"라고 썼다.
◆"'박근혜 탄핵' 만장일치 결정,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일"
또 김 후보자는 "이런 선동에 의해 본격화된 전체주의적 사고는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박 대통령을 탄핵함으로써 그 극점에 이르게 된다. 이런 만장일치적 결정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라며 "박 전 대통령 탄핵에 관한 헌재의 결정은 한국 사회에 전체주의의 일상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체제 전복 세력에게 붉은 카펫을 깔아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 한국 사회는 젖은 스펀지에 붉은 잉크를 한 방울 뿌리면 스펀지 전체가 금방 붉어지는 것처럼 전체주의의 일상화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말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후보자는 "독일이 히틀러의 전체주의로 빠져들었던 것은 당시 독일에 '전체주의적 사고의 일상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전체주의의 일상화에 의해서 '안락사'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도 강조했다.
전체주의는 민족, 국가, 이념과 같은 전체를 개인보다 우위의 가치로 두고 개인이 전체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이념 아래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상 및 체제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 퇴진 집회에 대한 각종 음모론을 제기하고, 헌재의 결정을 부정하는 주장을 한 김 후보자의 장관 적합성에 대한 논란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앞서 2018년에 펴낸 <한국 자유민주주의와 그 적들>에서는 촛불집회가 중국과 일본 세력이 개입한 '전복 활동'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김 후보자의 '역사관 일치'?
대한민국의 '전체주의화'를 말한 것은 김 후보자뿐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정치인이 되기 이전부터 공식 석상에서 전체주의를 언급하며 강경 발언을 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전체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 '진짜 민주주의'로 바꾸겠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자의 통일부 장관 임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윤 대통령과 김 후보자의 '역사관 일치' 탓이 크지 않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재직 시 이른바 '추·윤 갈등'을 겪으며, 사퇴 압박을 받을 당시였던 2020년 8월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15일 윤 대통령은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전체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은 결코 아니었다"고 했다. 또, 2023년 1월 5일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2023년 정책 보고 받은 윤 대통령은 "지금 전 세계를 쭉 돌아보고 또 우리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자유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자유사회와 개인이나 또는 어느 집단이 독재를 하는 그런 전체주의 사회와 비교를 했을 때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과 그리고 그 사회의 풍요 이런 것들이 비교가 안되는 게 많다"며 전체주의를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28일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도 "전후 세계 자유무역 질서를 구축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은 세계 곳곳에서 평화와 번영을 일구었다. 하지만 자유시장을 허용하지 않는 공산 전체주의 세력이 참여하지 않은 자유시장의 번영이었다"면서 "1950년 한반도는 자유주의와 공산 전체주의가 충돌하는 최전선이었다. (중략)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부정하면서도 마치 자신들이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인 양 정체를 숨기고 위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이런 은폐와 위장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6월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69주년 기념행사'에서도 윤 대통령은 "저는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핵 위협과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미동맹을 핵 기반으로 격상시켰다. 한미일 안보 공조를 튼튼히 하고, 이를 위해 한일관계를 신속하게 복원하고 정상화시켰다"라며 "전체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한 국가들과의 강력한 연대를 구축했다"라고 언급했다. 김 후보자가 책에서 언급한 전체주의 주장과 대동소이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후보자의 과거 발언과 관련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은 (김 후보자가) '극우의 언어'로 세상을 비정상적으로 보는 모습이 자유민주주의자에서 한참 어긋나 있는 듯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통일부 홈페이지를 보면,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인도 지원에 관한 정책의 수립, 북한정세 분석, 통일교육·홍보,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부처가 통일부"라며 "촛불시민마저 전체주의적 시각으로 국민과 분리하는 시각을 가진 사람이 통일부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통일부는 (오는 21일 열릴 예정인 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와 관련한) 자료 제출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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