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연락기능 남기고 교류·협력 축소…인권 관련 조직 보강
'남북관계 부정적 시그널' 지적엔 "융통성 있게 조정할 것"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통일부가 북한인권 담당 조직을 강화하고 남북 교류·협력 기능을 축소하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추진한다. 남북 관계 악화로 협력 업무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데다 북한 인권 문제를 중시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입법예고기간은 개편안을 발표한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다. 이효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조직개편 취지에 대해 "남북관계와 통일정책 추진환경 변화 등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직제 개정을 통해 통일부 본연의 기능과 역할은 유지하면서 당면한 업무 수요 변화 등에 따른 조직 효율화를 도모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 대북 연락기능만 남기고 교류·협력 축소…인권 관련 조직은 보강
통일부가 밝힌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 북한인권기록센터'가 '북한인권기록센터'로 바뀐다. 남북 간 연락 업무를 담당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 기능은 남북회담본부 내 설치될 남북연락과에서 수행될 계획이다. 연락사무소를 폐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색된 남북관계를 고려해 대북 연락기능은 남기기로 한 것이다.
'교류협력실, 정세분석국, 인도협력국'은 '인권인도실, 정세분석국, 교류협력국'으로 개정된다. 남북 간 교류를 총괄하고 지원하는 교류협력'실'이 '국'으로 축소되고 북한인권, 이산가족, 정착지원 등을 담당하는 인도협력'국'이 인권인도'실'로 격상되는 것이다. 북한 인권 관련 조직 기능도 보강됐다. 기존 인권인도실 산하 북한인권과는 북한인권기획과로 명칭을 변경해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전략과 정책 수립 조정에 중점을 뒀다.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을 위한 대·내외 협력과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북한인권증진과도 새로 만들어진다.
◆ 전문가들 "北 '통일 담론' 변화 반영"·"인권 강조·교류 병행은 모순"
코로나19, 북한의 무력 도발 등으로 남북 간 교류협력은 사실상 단절된 상황이다. 그러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를 없애는 등의 조치가 남북관계의 또 다른 긴장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27일 '교류협력 조직 축소는 남북관계에 좋지 않은 시그널을 줄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향후 교류협력이 다시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면 얼마든지 상황에 맞게, 융통성 있게 조정해나갈 수 있다"고 답했다. "조직이 항상 확정돼있는 상태보다는 남북관계나 통일정책 추진 환경 등 상황이 변화되는 데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다.
전문가들은 통일부의 조직 개편안을 어떻게 평가할까.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북한 인권 문제 해결과 '담대한 구상'을 국정 과제로 삼는 현 정부 정책기조와 북한의 통일을 다루는 패러다임 변화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당장 남북관계가 악화하더라도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자'는 식이었던 북한의 통일 담론이 2019년 이후부터 거의 나타나지 않고, '서로 건드리지 않은 상태에서 공존하면 된다'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홍 실장은 "과거처럼 남북이 교류 협력을 하고, 남북 관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할 공공선이라는 개념이 북한에서도 사라진 것"이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고도화하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계속 일방적인 구애 형식을 취할 수만은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통화에서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앞세우면 북한과의 교류·협력이 사실상 어렵게 된다, 병행한다는 건 사실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인권 증진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필요한데, 북한이 문을 닫아 건 상태에서 정부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의 참상이나 열악성 등을 알리면서 압박하는 것 뿐"이라면서다. 정 실장은 "북한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문제를 계속 건드리며 오명을 씌우는 방식으론 북한 인권의 실질적인 개선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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