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포특권 폐지' 기자회견 열고 '가결' 못 박은 與
친명계 "부패 정치인과 정치 탄압 희생자가 같나" 반발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30일 표결하는 하 의원의 체포동의안 가·부결 여부가 민주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여당은 '사실상 당론'으로 하 의원 체포동의안을 가결하겠다고 밝히며 이재명 대표와 노웅래 의원 부결 결정을 내렸던 민주당을 향해 '방탄 공세'를 퍼부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비리 부패' 혐의를 받는 하 의원과 '정치 탄압'의 희생자인 이 대표를 동일선상에 두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비명(이재명)계' 의원 사이에선 "민주당이 '외통수'에 걸렸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는 이날 오후 2시 본회의를 열고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하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보고했다. 현직 국회의원은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 '불체포특권'이 있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을 거쳐야 한다. 체포동의안은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
여야는 오는 30일 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진행할 전망이다. 체포동의안은 국회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돼 영장심사 기일이 정해진다.
특히 국민의힘은 하 의원의 체포동의안과 관련해 의원 자율 판단에 맡기겠다면서도 '불체포특권 포기가 거의 당론'이라고 못 박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저희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여러 차례 선언했다. 이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저도 불체포특권 포기서약에 이름을 올렸다"라며 "국민의힘은 불체포특권 포기가 거의 당론에 가깝다. 여러 차례 약속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의견이 있으면 지도부에 알려 달라고 요청해놓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51명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서약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더 이상 불체포특권을 의원의 비리 방어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시대와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국회가 불체포특권을 부패정치 보호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오명을 뒤집어쓸 이유가 없다"며 "국회의원 스스로 '방탄 국회'라는 말을 사라지게 하는 쇄신을 단행할 때 우리 정치는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행보는 민주당이 앞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이 대표와 노 의원을 겨냥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추후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다시 국회를 넘어올 경우, '이재명 방탄'을 압박하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국회 의석 과반인 169석을 가진 민주당도 표결은 개인 자율에 맡기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속내는 복잡하다. 하 의원 표결 결과가 가·부결에 상관없이 민주당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와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이력이 있다. 또 이 대표에 대한 추가 체포동의안이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중이다. 하 의원 체포동의안을 민주당이 가결했을 시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비판을, 부결한다면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을 위해 '방탄 표결'을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비명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민주당이 '자가당착'에 빠졌다고 우려를 표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부결표를 던지면 '부패옹호' '방탄본능', 가결표를 던지면 '내로남불' '아시타비'라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수도권 의원도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던 외통수에 빠진 것이다. 가장 안 좋은 상황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이 하 의원은 가결하고, 이 대표는 부결하면 상황이 더 우스워지지 않겠나. 하 의원 체포동의안을 계기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때는 어떻게 할지 의원들 의견이 갈릴 것"이라고 했다.
반면 당 지도부를 비롯한 친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와 하 의원의 혐의를 동일선상에 두는 것 자체가 여당의 무리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 의원은 '확실한 비리부패 혐의자'이지만 이 대표는 '정치 탄압의 희생양'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하 의원은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경남도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공천을 도와주는 대가로 예비후보자로부터 7000만 원을 수수하고, 전 자치단체장과 보좌관 등으로부터 지역사무소 운영경비 등으로 575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앞서 이 대표와 노 의원에 대해 체포동의안을 부결했던 이유는 '탄압의 징후'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검찰은 지금 공정한 법 집행을 하는 것이 아니다. 여당도 하 의원을 희생양 삼아 민주당이 (추후)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부를 말하는 건 일차원적 정치질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친명계 의원도 통화에서 "하 의원과 이 대표가 같나. 차원도 본질도 다른 사안이다. 이 대표가 정치자금을 수수했나, 아니면 직원들 월급을 '페이백'(되받기)했나. 여당의 '방탄' 프레임도 더이상 여론에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며 "비리 정치인(하 의원)과 정치 탄압을 받는 정치인(이 대표)을 동일선상에 놓고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여야의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하 의원 표결 이후) 민주당이 여러 가지 부담되는 상황인 것 맞다. 어떻게 될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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