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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논의' 뜨겁지만…기득권 타파·정치 불신 해소 관건

  • 정치 | 2023-01-20 11:30

정개특위 공청회...전문가 "비례대표 대폭 확대해야"

19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 '선거제도 관련 전문가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은
19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 '선거제도 관련 전문가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은 "비례대표 확대"를 강조했다. 이날 정개특위 공청회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새해부터 정치권에선 '선거제 개편' 논의가 뜨겁다. 총선을 1년여 앞두고 현행 소선거구제가 양당 독식과 혐오 정치를 키운다는 문제의식은 공통으로 갖고 있지만, 각론에선 좀처럼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중대선거구제'에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비례대표제 확대'를 주장했다. 여야 간, 당내 수도권·지방 의원 등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오는 4월 법정시한까지 선거제 합의안을 도출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소위원회는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고 선거제 개편 과제와 대안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청취했다.

전문가들은 '중대선거구제'가 오히려 양당 구도를 고착화할 수 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대선거구제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을 선출하는 현행 소선거구제와 달리 2명 이상을 뽑는 제도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이야기되는 중대선거구제는 상대적으로 비교하면 소선거구제보다는 좀 더 효과적일 순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장 교수는 중대선거구제를 시범 도입했던 지난해 6·1 지방선거 때를 언급하며 "중대선거구제가 과연 양당 체제를 해소하는 데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경험적으로 봤다"고 지적했다. 6·1 지방선거 당시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시범지역 30곳에서 당선된 109명 중 거대양당 소속이 105명(민주당 55명, 국민의힘 50명)이고 소수정당 소속 당선자는 4명(정의당 2명, 진보당 2명)에 그쳤다. 거대 양당이 여러 명의 후보자를 내면서 의석을 나눠 갖게 되면서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장 교수는 "물론 중대선거구제에서 하나의 선거구에서 당선되는 의원 숫자를 더 늘리면 소수정당에 좀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하나의 선거구에서 10명 당선자를 배출한다면 거의 200만 가까운 유권자가 뽑는다. 그러면 과연 국회의원과 광역의회의원과는 무슨 차이가 발생하는지 의문"이라며 "장점도 있지만 우리의 목표가 양당이 지배하는 한국 정치구조를 다당제적으로 만들어가는 게 목표라면 현재 시점에 중대선거구제가 우리의 대안인지 개인적으로 회의적"이라고 했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도 "4인 선거구일 경우 1위와 4위 당선자 간 표의 격차가 크게 나타난다. 표의 등가성 문제를 만들어낸다. 평등선거 원리에 위배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 갖고 있는 중, 대선거구제를 채택해야 하는가에 대해 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우진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중대선거구제는 좋지 않은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대선거구제는 엄밀히 말하면 단기비(非)이양식 선거제다. 유권자가 1표 행사해서 한 정당에 던진 표가 같은 정당 다른 후보에게 이양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단점이 훨씬 많은 제도로 알려져 있다. 같은 정당후보들끼리 경쟁하기 때문"이라며 "한 후보가 표를 다 흡수하면 같은 정당의 다른 후보가 낙선될 수 있다. 이걸 막기 위해 표를 골고루 분산하고 전략적인 공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선거가 유권자 여론이나 민심에서 결정되는 것도 있지만 정당이 얼마나 표를 골고루 분산시키는지, 전략적으로 공천하느냐에 따라 선거가 결정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제 개편' 논의가 어느 때보다 뜨겁지만, 법정시한인 4월까지 여야 합의안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야 의원을 비롯한 보수-진보 시민사회단체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보수-진보 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선거제 개편' 논의가 어느 때보다 뜨겁지만, 법정시한인 4월까지 여야 합의안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야 의원을 비롯한 보수-진보 시민사회단체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보수-진보 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권역단위의 의석수가 할당되고 권역에서 각 정당이 득표한 수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받는 방식이다.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검토하고 있다. 장 교수는 이에 대해서도 "현재 47명 비례대표를 권역별로 나누면 하나의 권역에 많아봐야 10명 남짓 비례대표가 배정되는데 그런 상황에서 권역별 비례제를 실시하는 게 과연 비례성 강화에 어떤 효과가 있을지, 얼마나 많은 비례대표 의석이 소수정당에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이유는 유권자와 비례대표 의원의 거리감을 줄여주기 위한 것인데 지역구 의원이 존재하는데 굳이 권역 차원에서 강화하는 게 현실적으로 의미 있는지도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도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해 "지역대표성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는 건 오히려 지역대표성을 더 강화해주는 결과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을 가장 높이 평가했다. /문우진 교수 '선거제도 개혁 방향과 개정안 평가' 공청회 발제 자료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을 가장 높이 평가했다. /문우진 교수 '선거제도 개혁 방향과 개정안 평가' 공청회 발제 자료

현재 국회에 제출된 선거법 개정안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다수다. 이 가운데 전문가들은 박주민 의원안이 대표성과 비례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했다. 해당 안은 지역구와 비례대표제를 융합했다. 지역구 253석을 권역별로 선발하고, 47석의 전국구 비례대표는 '조정의석'으로 바꿔 정당 득표율에 따른 정당별 의석수와 각 권역에서 당선된 정당별 당선자수의 격차를 보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선 비례대표를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선 '지역구 의석 축소'라는 기득권 내려놓을지가 관건이다. 현역 의원들의 저항을 감안할 때 '의원정수 확대'도 현실적인 방안이지만 정치 불신 여론 앞에 호소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 교수는 "지역구 의석 축소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비례대표 전체의원의 총수를 늘리면서 비례 의석수를 대폭 확대하고 그 안에서 현행 준연동형을 유지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며 "국민에 의원정수 확대와 비례제 확대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을 설득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 아닌가 싶다"고 했다.

문은영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구원 전임교수는 각 국가별 선거제도 유형을 설명한 후 "(각 국이)다수제에서 비례대표제로 전환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결국 제도변화 이끌어내는 건 기존제도를 변화시키려는 목적을 달성하는 만큼이나 새로운 제도 채택에 따른 정치적 사회적 비용은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판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국회는 정개특위가 다음 달 복수의 특위안을 도출하고, 3월께 김진표 국회의장이 국회의원 전원이 모여 토론하는 전원위원회를 열고 4월 전 선거제 개편안 확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개특위는 논의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기 위해 다음 달 초 '비공개 워크숍'을 열고, 전국을 돌면서 선거제 개편 관련 공청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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