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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민생' 볼모, 국정감사 '보이콧'

  • 정치 | 2022-10-21 00:00

민주당 법사위원 '국감 중단'…"의회 정치 불안정"

더불어민주당은 '국정감사 전면 중단' 초강수에서 한발 물러나 국감장에 복귀했다. 그러나 법사위는 보이콧을 이어갔다. 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 보이콧을 선언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국정감사 전면 중단' 초강수에서 한발 물러나 국감장에 복귀했다. 그러나 법사위는 보이콧을 이어갔다. 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 보이콧을 선언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국정감사 전면 중단'을 선언한 지 하루 만에 국감장에 복귀했다. '민생 방해'라는 여론 부담과 함께 대여 투쟁 수단으로 효과가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당 방침과 별개로 '국감 보이콧'을 이어갔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쟁이 격해질 때마다 '민생'을 볼모로 반복되는 '국감 보이콧'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정치 수사 중단, 수사책임자 문책 등을 요구했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민주당의 보이콧으로 열리지 못한 가운데 김도읍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정치 수사 중단, 수사책임자 문책 등을 요구했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민주당의 보이콧으로 열리지 못한 가운데 김도읍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20일 민주당은 약 17시간 만에 '국감 전면 중단'이라는 카드를 철회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9시부터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1시간 동안 당내 의견을 모은 결과, 국감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이재명 대표 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검찰이 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한 지난 19일 강하게 반발하면서 국감을 전면 중단하고 소속 의원들을 당사 앞으로 총집결시킨 바 있다. 이후 지도부는 심야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감 재개'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 내리지 못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러나 의총 후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이 대표 취임 이후 '민생 정당'을 부각하고 있는 가운데, 대표와 측근의 사법리스크로 인해 국감을 방해한다는 싸늘한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국감은 민생을 지키는, 그리고 야당으로서 위험한 정부를 견제하고 제대로 일하게끔 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라며 "민생 끝까지 지키기 위해서 국감에 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대검찰청 국감이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예외였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국감 보이콧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당사 압수수색 중지 △윤석열 대통령·한동훈 법무장관의 사과 △이원석 검찰총장의 사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수사책임자의 문책 등 4가지 사항을 요구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국감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국감 참여 여부 결정 권한을 위임했다며 법사위원 결정에 거리를 뒀다.

결국 오전 국감은 국민의힘 의원들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만 하다 마무리됐고, 오후 국감 역시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국감을 진행하려 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단독 개의"라고 반발하면서 개의 30분 만에 중단됐다.

국감장을 떠난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곧바로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향했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공개서한을 낭독했다. 이들은 "국정감사 중단 등 국회 일정 파행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있다"며 앞서 요청한 4가지 사항을 거듭 요구했다.

국정운영 전반을 들여다보고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 바로잡는 국정감사는 정기국회의 꽃이라 불린다. 동시에 여야가 칼과 방패로 맞붙는 '총성 없는 전쟁'인 만큼 보이콧 행태도 반복돼왔다.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은 정쟁이 있을 때마다 '국감 중단'을 항의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2016년 9월 29일 새누리당이 '국정감사 보이콧'을 유지키로 한 가운데, 첫 주자로 나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운데) 릴레이 단식 농성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은 정쟁이 있을 때마다 '국감 중단'을 항의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2016년 9월 29일 새누리당이 '국정감사 보이콧'을 유지키로 한 가운데, 첫 주자로 나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운데) 릴레이 단식 농성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역대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20대 국회 첫 국감은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보이콧 속에 시작됐다. 새누리당 소속 위원장이 있는 5개 상임위를 제외하고 반쪽 짜리 국감이 열렸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날치기 처리했다는 게 이유였다.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앞에서 1인 릴레이 피켓시위를 벌였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의혹 등 청와대 의혹이 불거지자 국면전환용 국감 불참이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다음 해인 2017년에도 국감 보이콧이 이어졌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신임이사 선임에 반발하면서다. 다만 예산 국감을 앞두고 있고 다른 대여투쟁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나흘 만에 국감에 복귀했다.

전문가는 한국 의회 정치가 보다 성숙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권의 '국감 보이콧' 반복 행태에 대해 "한국 의회 정치가 아직도 굉장히 불안정하다는 의미"라며 "국가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기 위해 국감을 하는데 정치적인 돌발 변수가 생기면 각 정당의 이해에 따라서 반복적으로 보이콧을 하거나 마비시키거나 지연시키는 일이 2022년에도 계속 벌어지고 있다"며 "한국의 의회 정치가 조금 더 안정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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