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국감, 질의 없이 '의사진행 발언' 신경전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11일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감사원' 대상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감사위원 국감장 배석'을 두고 설전만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에 대한 절차적 하자를 주장하며 이와 관련해 감사위원이 직접 질의에 응해야 주장한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치공세일 뿐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감사위원이 배석할 필요가 없다고 맞섰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감사원 국감에서는 여야가 2시간가량 입씨름만 하다 오전 질의 시간을 흘려보냈다. 시작부터 신경전이 팽팽했다. 민주당은 감사위원 전원의 국감 배석 등을 요구하면서 최재해 감사원장 업무보고 전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했고, 국민의힘이 반발하면서 20여 분간 감사가 중지됐다가 속개했다.
회의를 재개한 후에도 감사원 국감은 공전을 거듭했다. 2시간 내내 여야가 감사위원 배석을 두고 공방만 이어갔다.
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국민 목소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들의 얘기를 감사위원들이 경청할 의무가 있다"며 "감사원이 이 정도로 독립성과 중립성을 의심받고 있는데 감사위원들이 최소한 도리는 해야 한다. (대기 중인 감사위원들) 이석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여당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이전에도 감사위원이 국감장에 앉아서 질의를 받거나 증인 참고인으로 채택된 적이 없다. 감사위원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야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국감장에 앉아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야권에선 정면 반박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감사위원 배석이) 한 번도 사례가 없다고 했는데 2016년 국정감사 때도 감사위원들이 1차 질의까지 답변한 뒤 이석한 사례가 있다"며 "언론 관심을 봤을 때 충분히 감사위원 배석을 요구할 만하다"고 민주당을 거들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감사원을 감사할 기구는 국회 법사위밖에 없다. 저희조차도 그것을 방기하게 된다면 어느 누구도, 어느 기관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지적하고 확인할 수 없다. 과거 전례에 따라 적어도 1차 질의까지만이라도 감사위원들이 국감장 자리에 있고 저희가 질의하게 해달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감사위원 배석'이 정치공세 전략에 불과하다며 역공했다. 전주혜 의원은 "감사위원이 배석하느냐 아니냐를 가지고 또 시간을 지연시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 때부터 계속 감사원을 공격하고 있다. 이는 정치적 공세"라고 했다. 전 의원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이 2020년 9월 22일 오후 6시 30분 (이대준 씨 관련) 서면보고를 받았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날 결국 이대준 씨는 차디찬 북한 해역에서 사살됐다"며 "대통령의 가장 큰 역할은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다. 이것을 제대로 안 하는 것을 감사원에서 감사하는 데 왜 반대하나"라고 했다. 이어 "결국 민주당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위해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위원을 배석하겠다는 것에 동의 못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유상범 의원도 "지난 5년간 감사원이 하반기 계획과 관계없이, 거기에 포함되지 않은 감사를 자그마치 103건을 했다. 지난 5년간 누구도 문제 제기를 안 했다"며 "그런데 지금에 와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감사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기 쉽지 않으니 갑자기 감사 절차를 갖고 문제 삼고 있다"고 꼬집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최재해 감사원장이야말로 문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감사위원에 대해서 민주당 의원이 질의하면 객관적인 답변이 될 거라고 기대하나. 문재인 정부 시절 감사원을 매우 정치적으로 오염시켜놨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 의원들의 감사위원 배석 요청은) 의도 자체가 순수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여야 위원 13명이 질의 없이 의사진행발언만 이어가자, 김도읍 위원장이 나서서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에게 답변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최 원장은 감사위원 배석에 대해 "감사위원이 감사위원회에서 자유로운 소신 발언을 하기 위해서는 국정감사장이라 하더라도 여기서 본인이 처리한 내용에 대해 질의응답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야권에서 제기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의 절차상 하자 지적에 대해서도 "감사 개시 권한은 감사위원회의 의결 사항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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