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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당원 투표' 빼고 당헌 개정 밀어붙인다…"말 안 돼"

  • 정치 | 2022-08-25 00:00

우상호 "당헌 80조 이미 해결된 것"…당 일각 "절차상 하자" 반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당헌 개정안이 24일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됐다. 비대위는 일부 수정해 재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당헌 개정안이 24일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됐다. 비대위는 일부 수정해 재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당헌 80조 문제는 이미 해결된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비대위 모습.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박숙현·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추진해온 당헌 개정안이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 내부에선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는 반응이 나왔다. 지도부는 쟁점으로 부상한 '권리당원 전원투표 우선' 조항을 제외한 수정 개정안을 다시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일각에선 차기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당헌 개정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반발이 나온다.

민주당은 24일 국회에서 중앙위원회를 열고 당헌 개정안 찬반을 온라인 투표에 부쳤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중앙위원 재적 566명 중 찬성 268명(47.35%)으로 재적위원 과반 찬성에 미달해 부결된 것이다.

개정안은 전당대회 내내 논쟁이 뜨거웠던 당헌 80조 개정, 권리당원 투표 신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중 당헌 80조는 '기소 시 직무정지'를 유지하되, 직무 정지 처분을 취소할 수 있는 판단 주체를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원회로 변경하는 절충안을 비대위가 마련하면서 논란이 일단락된 바 있다.

관건은 '권리당원 투표 우선' 조항이었다. 당헌 3장에 '당의 최고대의기관인 전국대의원대회 의결보다 권리당원 전원투표를 우선한다'는 조항을 신설해 전원 투표를 최고의결 요건으로 명시하자는 안이다. 당헌이 개정될 경우 권리당원이 기존 전국대의원 권한인 특별당헌·특별당규를 제정하고 개정 및 폐기 권한을 가질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대선 이후 유입된 이재명 의원 지지자들의 입김이 세지고, 이 의원이 당선되면 당대표 권한도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개정안을 두고 당내 '비명'계는 공개적으로 '이재명의 사당화'를 우려하면서 집단 반발했다. 당대표 후보인 박용진 의원을 포함한 26명은 비대위에 중앙위 소집 연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이 조항을 당헌에 신설하는 것은 기존 당규에 있던 조항을 행정적으로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 특별히 새로운 조항을 추가하거나 새로운 요건을 도입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려할 사안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조응천 의원은 SNS를 통해
조응천 의원은 SNS를 통해 "1933년 히틀러와 나치는 독일의 국제연맹 탈퇴안을 국민투표로 통과시켰다"며 권리당원 전원 투표 우선 개정안을 '독일 나치식 제도'에 비유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선화 기자

그런데 막상 투표함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달리 당헌 개정안은 중앙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당내 '비명'계를 중심으로 한 '이재명의 사당화' 논란에 대한 반발이 영향을 끼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박 의원은 중앙위 결과 공개 직후 "가결(을 가정한) 입장문을 쓰고 있었는데 부결 결과가 나오는 것 보고 저도 깜짝 놀랐다"며 "민주당 바로 세우기에 매우 중요한 이정표를 하나 세웠다. 국민의 상식,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 대한 중앙위원들의 확고한 존중이 바탕이 된 결론"이라며 환영했다.

당 비대위는 비명계 반발이 거셌던 '권리당원 전원 투표' 조항을 뺀 수정 개정안을 전당대회준비위를 거치지 않고 25일 당무위, 26일 중앙위에 다시 올리기로 했다. 전당대회를 앞둔 '긴급 상황'을 이유로 들었다. 신현영 대변인은 중앙위 발표 직후 당헌 재상정 가능성에 대해 "물리적으로 비대위 내에서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가긴 어렵지 않나"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결과 발표 1시간 후 긴급 비대위를 소집해 재표결하기로 결론 내린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마련한 당헌 80조 개정안을 전당대회 전에 통과시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의 당대표 선출이 유력한 상황에서 차기 지도부에 '이재명 방탄용' 논란이 있는 조항을 셀프 개정한다는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차원으로도 풀이된다.

신 대변인은 이례적인 결정에 대해 "(당헌 개정안이) 찬성이 반대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투표 참여자가 14표 정도 부족해 통과되지 못한 결과로 해석했다"면서 "지난 이틀간 당헌 개정 관련 여러 논의가 있었는데 권리당원 투표 부분은 일부 의원의 이의제기와 숙고 이견이 있어 감안했다"라고 덧붙였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당헌 80조' 조항이 논쟁의 소지가 없다며 이를 포함한 재상정 추진에도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대위 회의 이후 "당헌 80조 문제는 이미 해결된 것"이라며 "오늘은 전당원 투표 관련 조항만 수정한 것이고 내일은 당무위, 모레는 중앙위에서 하게 되는데, 무난히 통과될 거다. 반대 표결한 사람들에게 전화해보니 부결될지 몰랐던 것 같다. 일부 중앙위원들이 이해를 잘 못한 것 같다"고 했다.

비대위가 당헌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차기 지도부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선화 기자
비대위가 당헌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차기 지도부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선화 기자

이를 두고 당 지도부가 '당헌 80조 완전 삭제'를 주장하며 이 의원 엄호에 적극 나선 강성 지지자들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어 무리하게 개정을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다음 전당대회 때 하든지 해야지 부결됐는데 (재상정이) 이게 되나. 당 운영을 어떻게 그렇게 하나. 안 되는 건 안 되는 걸로 정리가 돼야지 (관련 의결 과정을) 열고 또 열고 할 수 있나. 꼭 그것(권리당원 투표 신설)만 아니라고 한 부분은 아니지 않나. 절차상 중대한 하자"라고 우려했다.

25일 의원총회에서는 당헌 개정안 재상정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 의원들은 당헌 개정안에 대한 당내 의견수렴 과정이 미흡했다며 지적해왔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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