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당대표 후보군 물밑서 분주한 행보…'이준석의 선택' 주목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으면서 국민의힘 지도부에 균열이 발생했다. 일단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기로 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차기 대표를 꿈꾸는 이들은 '동상이몽'이다.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한 이 대표는 12일까지 당 윤리위원회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당초 재심청구,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직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결백'을 주장하는 이 대표의 향후 거취가 당내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중징계로 인해 이 대표의 리더십이 치명타를 입은 상황에서 '이준석 체제'는 6개월 뒤 징계가 끝나도 불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통해 권 원내대표의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추인했다. 차기 지도체제를 놓고 조기 전당대회, 비대위 전환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자 당내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차기 당 대표 후보군이 눈앞에 닥친 위기를 모면하고자 당장은 손을 잡았지만, 이 대표의 6개월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셈법은 각자 다르다.
그런 점에서 이 대표의 상태가 '궐위(어떤 직위나 관직 따위가 빔)'가 아닌 '사고'로 해석되는 지점은 중요하다. 전당대회 개최 여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공식 임기는 내년 6월까지로, 약 11개월 정도 남았다. 국민의힘 당헌 제26조에 따르면 궐위된 당 대표 잔여임기가 6개월 이상일 경우 궐위된 날로부터 60일 내 임시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반면 이 대표의 상태를 '사고'로 판단하면 징계 기한 이후 복귀 시 임기가 5개월 남게 돼 전당대회를 개최할 수 없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그룹 중 차기 당권 주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권 원내대표에겐 '궐위'로 인한 조기 전당대회보다 '사고'로 인한 '직무대행' 체제가 더 유리하다. 내년 4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원내대표직을 중간에 던지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할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원내대표 임기가 모두 끝난 뒤, 내년 정기 전당대회를 기다리는 것은 권 원내대표에게는 최선의 '플랜'이다.
게다가 권 원내대표는 직무대행을 겸임하며 명실상부 여당 '원톱'으로 자리했다. 외부 인사를 추대할 가능성이 큰 비대위와 달리 당 안팎의 조명을 한 몸에 받는다는 점에서 차기 당권 주자 중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같은 맥락에서 정진석 국회 부의장도 시간을 벌었다. 21대 국회 후반기 부의장에 선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다면 '윤핵관들이 당권 경쟁을 위해 이 대표를 쫓아냈다'는 세간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다만 친윤계를 포함한 다른 그룹에선 이 대표 상태를 '궐위'로 진단하고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차기 당권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차기 당권 도전과 관련해 "내년 당 대표가 해야 할 역할과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맞는다면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명한 정치인이라면 결정에 불복하는 일은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본인이 재기하기 위해 이럴 땐 승복하는 것이 성숙한 이 대표의 모습이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당 윤리위가 내린 징계를 수용하고 자진 사퇴하라는 압박으로 읽힌다.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서 개인의 과거 문제로 촉발된 혼란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지도자로서의 도리"라며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를 두고 권 원내대표가 주장한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에 대해 우회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물밑에선 차기 당권 주자들이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며 당심을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오전 입당 후 처음으로 민(民)·당(黨)·정(政)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친윤계를 비롯한 현역 의원 50여 명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친윤계와 손잡고 차기 당권을 노리고 있는 안 의원이 공부 모임을 통해 취약한 당내 입지 확장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간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던 장제원 의원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장 의원은 최근 대규모 지지 모임인 '여원산악회' 행사 개최를 알리며 '조직력'을 과시했다. 약 한 달 만에 내보인 공식 활동인데, 앞으로 공개 활동을 늘리는 한편 차기 전당대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차기 당권을 노리는 이들의 전당대회 시점을 앞둔 '눈치 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의 반발'은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이 대표가 침묵을 깨고 전면전에 돌입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자중지란 상태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더팩트>와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가 마땅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자진 사퇴'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라며 "윤핵관을 중심으로 계속되는 공격에 이 대표도 대책을 꺼낼 시기가 곧 다가올 것 같다"고 말했다.
zustj913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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