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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석] '위장 탈당' 강행 민주당, '대선 패배 반성문' 잊었나

  • 정치 | 2022-04-22 00:00

내부서도 '꼼수' 비판…설득 대안 제시해야

더불어민주당은 당 안팎 비판에도 22일 국회 본회의를 소집하며 '검수완박' 강행을 예고했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원장실 앞에서 안건조정위 구성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는 박광온 법사위원장.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은 당 안팎 비판에도 22일 국회 본회의를 소집하며 '검수완박' 강행을 예고했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원장실 앞에서 안건조정위 구성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는 박광온 법사위원장.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탈당(脫黨). 정당에서 탈퇴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회의원의 '탈당'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국회의장으로 선출됐을 경우의 '명예' 탈당, 선거 경선 과정에서 탈락하거나 당과 정치적 방향이 맞지 않을 때의 '불복용' 탈당, 범죄 의혹 등이 불거져 당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책임회피용' 탈당이 있다. 20일에는 헌정사상 초유의 '탈당' 사례가 역사에 새겨졌다.

논란의 주인공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초선의 민형배 의원. 그는 "수사 기소 분리를 통한 검찰 정상화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을까 싶어 용기 낸다"고 탈당 이유를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을 빨리 처리하기 위해 안건조정위에 '무소속' 신분으로 합류한다는 전략을 당과 논의한 끝에 결정한 것이다.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말에는 애틋함이라도 있지만, 그의 탈당은 목적 달성 이후 복당한다는 암묵적 조건이 붙어 있으니 잠시만 '무소속 신분'의 이점을 누리겠다는 것 외에 다른 의미는 없다. 오히려 민 의원은 탈당 소식 이후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응원의 글, 후원 세례를 받으며 '검찰개혁 영웅'의 반열에 오르기 전이니 나름 '명예롭다'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당을 위한 그의 '비상한 결단'은 역풍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크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물론 당내에서도 '꼼수'라는 작심 비판이 나왔다. 박용진 의원은 21일 민 의원 탈당에 대해 "지금 우리의 검수완박을 향한 조급함은 너무나 우려스럽다"며 "국민 공감대 없는 소탐대실은 자승자박이 된다는 사실, 5년 만에 정권을 잃고 얻은 교훈 아니냐"고 했다.

이소영 비대위원은 소속 의원들에게 친전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만든 법적 절차와 원칙들을 무시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 민주 정당이길 포기하는 것일지 모른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원내 전략을 총괄하는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 의원 탈당이 '꼼수'라는 지적에도 "'국회법에 따른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겠다는 원칙은 추호의 변함이 없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안건조정위의 취지가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에 대해 '최장 90일까지' 끝장토론하라는 의미라는 점에서 그의 말은 전혀 와닿지 않는다.

당초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투입했다가, 그가 반대 입장을 드러내자 다른 비교섭단체 의원들과 접촉했는데 '더 이상의 사보임은 어렵다'며 국회의장 측이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자 자당 의원을 탈당시켜 '무소속'으로 신분세탁한 것이다. 누가 봐도 꼼수고, 편법이다.

여야는 안건조정위 구성 문제로 충돌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명단(유상범, 전주혜, 조수진)을 박광온 위원장에게 제출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 /국회사진취재단
여야는 안건조정위 구성 문제로 충돌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명단(유상범, 전주혜, 조수진)을 박광온 위원장에게 제출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 /국회사진취재단

민주당은 21대 총선 과정에서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했다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꼼수'를 인정하고 여러 차례 고개를 숙였다. 대선 이후에는 "뼈와 살을 가르는 마음으로 분골쇄신하겠다"며 눈물겨운 반성문을 썼지만 지금의 민주당 행태를 보면 이미 갈기갈기 찢긴 듯싶다.

민주당이 이처럼 '위장 탈당'이라는 방법까지 동원하면서 '검찰 수사 기소권 분리' 법안 추진을 강행하는 이유는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다시 없을 기회"라는 점 때문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법안을 추진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19대 대선에서 승리하고도 민주당의 제1 과제는 검찰개혁이 아니었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지난 3월 23일에서야 "민주당은 새 정부 출범 이전까지 검찰개혁을 완수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년간 손 놓고 있다가 갑자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을 지상 최대 과제로 삼는 모습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170여석의 힘을 믿고 의원 돌려막기, 탈당 꼼수를 동원하는 행태는 '너무 쉬운 길'이다. 정부 출범 이후 '검찰 권한 강화'를 추진하는 대통령과 맞장을 뜨는 '정도(正道)'도 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검찰의 수사권력 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설명하고, 적절한 대안으로 국민을 설득한다면 당황하는 쪽은 대통령일 것이다.

수사 기소를 분리해 상호견제 시스템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동의하는 사람이 많다. 재판과 기소 등은 철저히 견제받지만 수사는 임의권한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 당론 법안에는 권한이 확대될 경찰에 대한 견제는 어떻게 할지 등 사법통제시스템이 잘 보이지 않는다. 밀어붙이기 대신 현재 '법 시행 유예기간 3개월'을 더 늘리고, 후속 조치에 대해 열어놓고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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