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측 "동의 無" vs 靑 "자꾸 거짓말하면 다 공개"…멀어지는 '文·尹 회동'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임으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한 것을 두고 청와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예고한 대통령-당선인 회동 무산'(16일)과 '문 대통령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집무실 용산 이전 구상 제동'(21일)에 이어 인사권 행사를 둘러싼 진실 공방까지 펼쳐지면서 신구 권력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청와대는 이창용 후보자 인선 배경을 설명하면서 "대통령의 인사에 관한 사항이라 자세한 사항은 답하기 곤란하지만, 한은 총재 직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곧바로 인수위 측은 "한은 총재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장제원 "'이창용 씨 어때요' 묻길래 '좋은 사람 같다'고 답한 게 끝"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서울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창용 씨 어때요' 하니까 제가 '좋은 사람 같다'고 했다. 그게 끝인데, 그걸 가지고 당선인 측 얘기를 들었다는 게 납득이 가느냐"고 반문했다. 청와대의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장 비서실장은 청와대의 한은 총재 인사 발표 전 연락에 대해선 "한 10분 전에 전화가 와서 발표하겠다고 해서 '아니 무슨 소리냐'며 웃었다"라며 "일방적으로 발표하려고 해서 '마음대로 하시라'고 했다. 저희는 그런 분 추천하고 동의한 적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 비서실장은 이 수석과의 대통령·당선인 회동을 위한 실무 협의 가능성에 대해선 "(당선인이) 대국민 약속을 한 것(대통령 집무실 이전을)을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거절한 상황"이라며 "(청와대에서) 조건 없이 만나자고 하는데, 상대는 공개적으로 저희를 거절하는 상황이다. 두 분이 만나서 얼굴을 붉히고 나오면 지금보다 더 안 좋아진다"고 우려했다.
장 비서실장이 취재진과 만난 것과 비슷한 시각에 청와대 측도 출입기자들과 만나 인사 과정을 보다 상세히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께 장제원 비서실장에게 이 후보자 인사 발표에 대한 연락이 갔고, 공식 발표는 낮 12시 10분에 이뤄졌다.
이 관계자는 "(인수위 측과의 실무 협의 과정에서) 한국은행 총재 이름이 언론에 많이 나오길래 두 사람을 물어봤다. 둘 중 누구냐 했더니 '이창용'이라고 해서 내부절차를 마치고 오늘 이 후보자로 발표했다"며 "당선인 쪽에서도 이 후보자에게 할 의사가 있느냐는 의사를 확인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쪽에서 인사를 원하는대로 해주면 선물이 될 것 같기도 하고 계기가 되어 (대통령과 당선인 회동이) 잘 풀릴 수 있겠다 싶었는데 당황스럽다"며 "(인수위 측과) 진실 공방을 할 생각은 없지만, 자꾸 그렇게 거짓말을 하면 (우리도) 다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靑 "진실 공방 할 생각 없지만, 자꾸 거짓말하면 다 공개" 반박
청와대는 문 대통령 남은 임기 중 인사는 당선인 측과 충분히 협의해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이 한다는 게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 대통령 임기 중에 인사권을 행사한다는 게 사인을 한다는 거지 우리 사람을 (임명)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이 만날 때 이렇게 조건을 걸고 만난 적이 없다. 두 분이 빨리 만나는 게 좋을 것 같고, 나머지 인사(공석인 감사위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는 빨리 협의를 하자고 제안을 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와 인수위 측이 여러 사안을 두고 충동한 데 이어 진실 공방까지 펼치면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회동은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협의'에 대한 양측의 기준과 입장이 너무 달라, 공석인 감사위원·선관위원 인사를 두고도 비슷한 갈등이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간 만남은 최단 2일(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에서 최장 9일(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걸렸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당초 대선 후 7일 만인 지난 16일 오찬을 함께 한다고 밝혔지만, 당일 오전 전격 취소됐다.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이 만나겠다고 발표한 후 회동이 불발된 첫 사례였다.
통상 정권 재창출에 비해 정권 교체기 '정권 이양' 작업이 순탄치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신구 권력 충돌은 정권 교체기라는 특수성을 고려해도 여러모로 처음 겪는 이례적 상황이 속출하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 잇달아 발생하는 것에 대한 국민 우려가 커지고 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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