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허 후보 지지도, 대선 후보들 눈여겨봐야
[더팩트ㅣ신정인 인턴기자] "첫 현장부터 범상치 않은 인물을 만나러 가네?"
정치부 인턴 3일 차였던 지난 7일,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의 토론회 취재를 위해 이동하는 차 안에서 선배가 말을 건넸다. 말 없이 웃었지만, 취재에 대한 걱정과 기대로 머릿속은 복잡했다.
이미 전 국민이 다 아는 특이한 대선 후보. 과거 시그니처 포즈였던 공중부양 퍼포먼스부터 연애수당 지급,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결혼 등 대선 출마 때마다 내놨던 엉뚱한 공약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신'이라고 자칭하며 하늘궁에서 신도들에게 전도하는 허 후보의 영상도 덤으로 자동재생됐다.
TV토론 출연이 막힌 허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100명이 넘는 유튜버들을 섭외해 단독토론을 진행했다. 토론 예정 시간인 오후 2시 30분보다 50분 가량 일찍 도착했으나 이미 실내엔 라이브 방송을 준비 중인 유튜버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카메라나 휴대폰을 삼각대에 세팅하거나 미리 채널 구독자들과 허 후보의 공약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벽 정중앙에 걸린 현수막에는 '국가에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도둑놈이 많은 것입니다'라는 허 후보의 발언이 크게 적혀있었다. 이는 '모두까기'로 유명한 허 후보가 최근 양당 대선 후보들의 치명적 의혹이었던 대장동 사건이나 부인 논란을 저격한 것으로 보였다.
2시 32분이 되자 카메라 플래시 세례와 함께 허 후보가 도착했다. 그는 검은색 정장에 국가혁명당의 상징인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미소를 띤 채 천천히 입장했다. 마스크는 미착용 상태로 왼쪽 손에 쥔 채 오른손으로 지지자들과 악수했다.
자리에 앉은 그는 수많은 카메라 렌즈들과 아이 콘텍트를 시도하다 지휘봉을 들고 싱긋 웃었다.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직접 받았다는, 허 후보의 연설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그 지휘봉이었다. 그러나 밝은 모습도 잠시, 허 후보는 지난 3일 진행된 대선주자 1차 TV토론에 참여하지 못했던 것을 떠올리며 표정을 굳혔다.
그는 "비중있는 언론사들이 여론 조사를 의뢰해서 5%이상 나오는 후보들만 공중파 TV토론에 참여시켰다"라며 "유력 언론사에서 (나를) 한번도 여론 조사 대상에 넣지 않은 건 불법 선거"라며 "언론사에 돈보따리 들고 가야 대통령 되냐"고 분노했다. 앞서 허 후보는 11일 진행되는 대선주자 2차 TV토론이 불공정하다며 방송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방송금지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한 바 있다.
또 "유튜버가 팽팽히 살아있는데 어디서 감히 중앙선관위가 그따위 법을 만드냐"며 목소리를 높이자 현장에선 "맞습니다!, 옳소" 등의 반응도 나왔다.
허 후보는 2시간 가량의 긴 진행 내내 분위기를 주도하기 위해 신경썼다. 그는 "지지자들 여기 없냐"며 듣는 이들에게 직접 박수를 유도해 집중도와 관심을 높이는가 하면, 연설 도중 뒷쪽에서 10초 가량 대화 소리가 이어지자 "시끄럽다. 누가 떠드냐"며 호통을 쳐 현장 분위기를 얼리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진행된 공약 설명 시간은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순간이다. 허 후보의 대표 공약으로 불리는 '국민 1인당 1억 원 지급'은 유튜버들의 열렬한 환호를 이끌어 냈다. 허경영TV 실시간 방송 댓글에도 "우파, 좌파 말고 '허파' 찍어서 1억 가자", "나라 살릴 대통령이다" 등 지지자들의 댓글이 수 백개씩 빠른 속도로 올라왔다.
실현 가능성이 낮아 비웃음을 샀던 공약이지만, 요즘처럼 힘든 시국에 국민들이 혹할 수 있는 로또 같은 내용이었다. 액수만 다를 뿐, 그간 포퓰리즘으로 비난받았던 현금성 공약이 최근 주요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도 남발되는 현실이 떠오르며 마음 한편으론 씁쓸했다.
토론이 한창인 3시 50분에는 해당 내용을 담은 실시간 유뷰트 방송이 약 30여 개의 채널에 송출됐다. 채널당 시청자 수는 최대 4000명을 육박했다. 2시간 동안 열변을 토한 허 후보는 "지금 하는 대통령 후보 (TV) 토론은 불법이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내려놨다.
이후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법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국민배당금 공약을 다시 한번 거론했다. 그러면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바로 여러분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며 "국회 동의 없이 바로 여러분에게 두 달 안에 1억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선 "네 맞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번 대선은 국민들에게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부터 거대 양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후보, 윤석열 후보를 두고 각종 논란이 터지면서다.
그 사이 허 후보의 지지율은 5%를 넘었다. 지난달 23일 뉴스핌이 코리아정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에서, 허 후보는 5.6%를 기록해 3.1%를 기록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오차범위내 접전을 벌였다.
이같이 허 후보에게 표심이 돌아간 데에는 그만큼 주요 대선 후보들이 뚜렷한 정책 없이 네거티브 정치에만 주력해온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본다. 후보들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반성하고 돌아봐야 할 것 같다. 한편으론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취업난과 집값 폭등에 시달리는 국민들이 비현실적이더라도 이왕이면 '돈을 더 많이 주겠다'는 후보에게 마음을 돌린 것 같아 씁쓸한 마음도 든다. '민심이 곧 천심'이듯 허 후보의 예상 밖 지지율에는 다 이유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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