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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국민청원, '인천 흉기난동 경찰 부실대응'에 국민 분노

  • 정치 | 2021-12-01 05:00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아래층 이웃과 갈등을 겪다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A(48) 씨가 지난달 24일 오전 인천 남동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아래층 이웃과 갈등을 겪다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A(48) 씨가 지난달 24일 오전 인천 남동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데이트폭력' 살인, '백신 부작용' 호소도 주목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위해 지난 2017년 8월부터 도입·운영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론조사에서 드러나지 않는 바닥 민심이 담겨있다. 중복, 비방 등 부적절 청원 노출을 줄이기 위해 2019년 3월 말부터 100명 이상 사전 동의를 받은 청원만 관리자 승인 후 청원 게시판에 게재하면서 이전보다 공개되는 청원 건수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하루에 수십 건의 청원이 올라온다.

11월 1~30일 일평균 청원은 약 26건이다. 이 중 청와대 답변 기준인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 국민 동의'를 충족한 청원과 국민 다수의 관심을 끈 청원을 모아봤다.

30일 기준 가장 많은 국민 동의를 얻은 청원은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피해자 가족이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부실 대응을 비판한 글이다(24만8738명 동의).

청원인에 따르면 지난 15일 흉기로 피해자 가족 3명에게 칼을 휘둘러 1명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만들고, 다른 2명에게는 상처를 입힌 가해자는 2~3개월 전 피해자 가족의 위층으로 이사를 온 이후 지속적인 '살해 협박', '성희롱', '고의 층간소음 유발'로 피해가 가족을 괴롭혔다.

이에 피해자 가족이 네 차례나 경찰에 신고했지만, 그때마다 경찰은 단순 층간소음으로 치부하면서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고 돌아갔다. 특히 사건 발생일도 가해자가 피해자의 집 앞에서 행패를 부려 피해자 중 한 명의 신고를 받고 경찰 두 명이 출동했다.

층간소음 문제는 조치가 어렵다며 돌아가려던 경찰은 "무섭다", "도와달라"는 피해자의 호소에 가해자에게 찾아가 피해자의 '불안감조성' 신고로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한 뒤 돌아갔다. 이후 가해자는 피해자 집 현관을 발로 차며 또다시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피해자의 가족은 국민청원을 통해 경찰이 이 사건을 만들고, 키웠으며, 피해자들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피해자의 가족은 국민청원을 통해 경찰이 이 사건을 만들고, 키웠으며, 피해자들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피해자의 신고로 당일 두 번째 출동을 한 경찰 2명은 가해자가 칼로 피해자 가족 3명에게 상처를 입히는 동안 한 명은 1층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사건 현장에 있던 여경 1명은 아래층으로 도망갔다.

결국 1층에서 남자 경찰과 대화를 나누던 피해자 가족의 가장이 비명을 듣고 홀로 현장으로 달려가 가해자의 칼에 찔리면서 범인을 제압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당일 경찰이 현행범으로 가해자를 체포했다고 보도됐다.

청원인에 따르면 잘못 알려진 사실을 진실로 만들기 위해 경찰은 피해자 가족에게 회유와 협박을 시도하기도 했다. 사건 당일 1차 신고 때 경찰이 (불안감조성 신고 후 현장을 떠나) 사건을 만들었고, 2차 신고 때 (가해자의 흉기난동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경찰이 사건을 키웠고, 뒤늦게 현장을 찾은 경찰은 피해자 가족이 부상을 입으며 제압한 범인을 체포한 후 피를 쏟고 있는 피해자를 방치하고 떠났다.

이에 청원인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이 나라에 일어날 수 있나, 경찰을 믿고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요"라며 "모두가 정확히 알고, 국가적으로 이런 경찰 내부적인 문제가 뿌리뽑히길 바라며 지휘체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관련 가해자는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 송치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현장에 출동해 부실 대응했던 A 경위와 B 순경은 직위해제 조치됐으며, 이들이 속한 경찰서의 수장인 인천 논현경찰서장도 직위해제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이 사건과 관련해 "남경과 여경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기본자세와 관련한 사안"이라며 "경찰의 최우선적인 의무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인데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훈련을 강화하고, 시스템을 정비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 김창룡 경찰청장은 24일 전국 경찰에 보낸 서한문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는 필요한 물리력을 과감히 행사하라"며 "소신을 갖고 임한 행위로 발생한 문제는 개개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힘껏 보호하겠다. 조직이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11월 국민들이 주목한 국민청원 '톱5'.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11월 국민들이 주목한 국민청원 '톱5'.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가 30일 사건 현장에서 부실 대응한 경찰 2명과 관리감독 소홀 등 혐의를 받는 이상길 전 논현경찰서장, 해당 지구대장 C 경감 등을 상대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인천경찰청은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에 대해 변호사 등 민간위원 과반수가 참석하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국민의 시각에서 엄정한 징계가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두 번째로 많은 동의를 얻은 청원은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남자친구와 다투다 폭행을 당해 숨진 고 황예진(25) 씨 가해자에게 살인죄를 적용하고, 신상공개를 촉구한다는 내용을 담은 '오피스텔에서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여자친구를 죽인 피의자 남자친구를 살인죄 적용, 신상공개를 촉구합니다(5만7062명 동의)'라는 제목의 글이다.

세 번째로 많은 동의를 얻은 청원은 이별을 요구하는 여자친구를 흉기로 찌른 후 19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아래로 떨어뜨려 살해한 30대 남성에게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동거 여친의 이별 요구에 격분에 살해 후 19층 베란다 아래로 여성을 떨어트린 30대 남성 강력처벌을 요청합니다(4만6959명 동의)'라는 글이다.

네 번째로 많은 국민의 관심을 받은 청원은 백신을 접종한 후 사망한 고3 학생의 어머니가 올린 글(4만6480명 동의)이었다. 백신 2차 접종 75일 만에 갑작스런 쇼크로 허망하게 아들을 떠나보낸 청원인은 "연령대가 낮을수록 치사율이 낮고 완치 및 회복이 빠른 것으로 알고 있고, 백신 접종 후 돌파감염 및 재확진이 된다는 이야기가 언론보도로도 명백히 나오고 있는데 10대 청소년 및 아이들의 백신 접종을 의무적으로 권유하는 이유를 알고 싶다"며 "정부는 코로나 백신 부작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시기를 바란다. 또한 더 이상 우리 아들과 같은 원인도 모르는 억울함이 또래 친구들과 동생들에게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외에도 '화이자 백신 접종 후 며칠 쉬다 갈게 하고는 별이 된 남편', '화이자 백신 접종 후 확장성 심근병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백신 접종 15일 만에 제 딸이 사망하였습니다. 억울합니다' 등 백신 부작용을 호소하면서 제대로 된 보상과 접종 강요 중단을 요구하는 청원이 50여 건 올라왔다. 이는 최근 정부가 백신 추가 접종과 10대 미접종자 접종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백신 부작용을 호소하는 국민들에게 좀 더 유연한 대응을 바라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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